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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경영/삼국지에서 배우는 경영

적벽대전을 기획하는 제갈량의 협상전략

by 전경일 2018. 5. 24.

적벽대전을 기획하는 제갈량의 협상전략

 

적벽대전이 벌어지기 직전, 조조는 83만 대군을 이끌고 남하하고 있었다. 이에 공명은 오나라를 설득하기 위해 노숙과 함께 방문한다. 공명의 방문 목적은 손권을 부추겨 조조와 맞서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때 공명이 쓴 전략은 끊임없이 상대의 자존심과 위기의식을 건드려 마침내 자신의 뜻대로 하고자 함이었다. 손권이 물었다.

 

손권: 조조의 군사는 얼마나 되오?

 

공명: 조조가 연주에 나왔을 때 이미 청주에 20만의 군사가 있었고, 또 원소를 치고 얻은 군사가 5~60, 중원에서 새로이 모집한 군사가 3~40만이고, 지금은 형주의 군사 2~30만까지 얻었으니 150만 가까이 됩니다.

 

손권: 우리가 조조와 싸워야겠소?

 

공명: 지금 조조는 여러 제후들을 무찔러 거의 평정했고 근래에는 새로이 형주까지 격파하여 위엄이 천하에 진동하고 있습니다. 장군께서 천하를 놓고 다퉈볼 의향이 있다면 조조와의 관계를 끊으시고, 능력이 모자란다고 생각되면 조조의 휘하에 들 수밖에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손권: 그렇다면 유 예주(유비)는 항복하지 않습니까?

 

공명: 유 예주께서는 왕실의 후예인데, 어찌 사태가 불리하다고 함부로 몸을 굽힐 수 있겠습니까?

공명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던 손권은 갑자기 노기 띤 얼굴로 안색이 변하더니 소매를 걷어붙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후당으로 가버렸다. 이튿날, 손권은 공명을 다시 후당으로 모시게 했다.

 

손권: 조조가 평생 이를 갈던 사람은 여포, 유표, 원소, 원술, 유 예주와 나요. 그간 모든 영웅이 다 멸하고 유 예주와 나만이 남았소. 내가 이 동오를 그에게 바치고 그의 휘하에 들어갈 수는 없소. 하지만 유 예주가 조조에게 패한 지 얼마 되지 않으니 그를 당해낼 수 있겠소?

 

공명: 유 예주가 비록 패한 지 얼마 안 된다고는 하지만 아직 2만여 명은 족히 거느리고 있고, 조조의 군사는 멀리에서 왔기 때문에 지쳐있고, 또 수전에 익숙지 못하니 저희 유 예주와 힘을 합하여 싸우신다면 능히 조조의 군사를 격파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손권은 마침내 조조와 맞설 뜻을 굳힌다. 이것이 적벽대전을 가져오는 공명의 협상술이다. 공명의 이런 협상술은 주유를 설득할 때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공명: 조조가 군사를 거두고 북쪽으로 돌아가게 할 간단한 방법이 있소. 이곳 강동에는 이교라 불리는 두 미녀가 있다는데, 그들 자매를 찾아내어 조조에게 보내면 될 것이오.

당황한 주유가 물었다.

 

주유: 조조가 두 미녀 때문에 쳐들어 왔다? 어디 증거라도 있소?

 

공명: 조조가 동작대를 세운 건 아시죠? 그 기념식장에서 그의 아들이 동작대부라는 시를 지었는데, 그 시에 이교를 품고 즐기리라하였소.

공명이 동작대부를 암송하기 시작하자, 주유는 갑자기 안색이 변하여 분노를 터뜨렸다.

 

주유: 조조! 이 도적놈! 하늘 아래서 네놈과는 더불어 살 수가 없다! 내 기필코 이 도적놈의 목을 베고 말리라!

 

공명: 아니, 왜 그러시오? 두 미녀를 보내는 일이 무슨 큰일이나 되오?

 

주유: 이교는 선군이신 손책 장군의 부인과 내 집사람을 이르는 말이오.

손책과 주유는 자매인 이교를 얻어 언니는 손책과 결혼하고, 동생은 주유와 결혼했던 것이다. 다음 날, 주유는 자신의 수군으로 직접 나서서 조조를 쳐부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제갈량은 협상 같지도 않은 방법으로 상대를 적벽대전에 나서게 하는 협상술을 펴 촉한이 기획한 의도를 달성하는 것이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