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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르네상스 경영학

이탈리아의 험난한 환경을 뚫고 꽃피운 르네상스

by 전경일 2018. 12. 12.

이탈리아의 험난한 환경을 뚫고 꽃피운 르네상스

 

이탈리아 반도의 지형은 바다 끝까지 뻗은 거대한 아펜니노 산맥으로 인해 동서가 양분되어 있다. 그 지류에서 나온 높은 산들로 인해 평지는 전체 국토의 1/5에 불과하다. 이탈리아는 계곡과 평원으로 분리되어 있어 다른 지역을 왕래하는 일은 드물었고 걸핏하면 폭설이 내리는 겨울에는 거의 고립되다시피 했다. 게다가 지진도 잦은 편이어서 파괴된 도시와 인명 피해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이탈리아는 결코 축복받은 환경이 아니었다.

 

 

르네상스의 대명사로 알려진 피렌체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아르노 강으로 인해 직물 산업이 번성했지만, 여름이 되면 바다로 물건을 실어 나르지 못할 정도로 말라붙는가 하면 어느새 억수 같은 비가 끔찍한 홍수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시민들은 주로 농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했으나, 종종 찾아든 기근이 사료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도시의 식량공급은 오랫동안 불안정했음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 반도의 이러한 지형은 두 가지 결과를 낳았다. 첫째로, 국가는 고사하고 지역적인 통합조차 어려웠다. 지리적인 고립은 지역마다 각기 다른 말투, 복식, 도량형을 낳았고 저마다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혼돈스러운 환경은 역설적으로 이탈리아에 독특한 다양성을 불어넣었다. 어떤 외부적 강요 없이 각자 고유의 정치 체제와 사상, 문예 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고, 심지어 헬레니즘이나 그리스 정교와 같은 이교도적 문화도 일정 부분 포용하게 됐다. 이것이 르네상스 문예 부흥의 토대가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둘째로, 15세기 유럽에 강력한 왕권이 확립되기 이전까지는 어떤 군대도 이탈리아 반도에서 대대적인 군사 활동을 할 수 없었다. 병력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에 충분한 보급로를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다. 간혹 일어나는 도시 간의 전쟁도 마을과는 동떨어진 들판에서만 치러졌으며, 15세기 후반 대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많은 사상자가 나거나 도시가 실제로 침략 당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전쟁이 없는 안정적 환경은 이탈리아의 찬란한 역사를 보존케 했다. 이탈리아의 도시들은 로마 시대부터 형성된 경우가 많았다. 중세 초기 이민족의 침입으로 인한 대혼란 시에도 도시 형태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었다. 사용할 수 있는 사회 기반시설이 곳곳에 남아 있었고, 도시 질서를 유지시키는 법령도 유지되었다. 도시는 저마다 고유의 탄생신화를 가졌으며 그 이야기에는 늘 뛰어난 영웅이 등장하여 도시인들을 결속시키는 자부심의 원천이 되었다. 비록 기후적 환경이 이탈리아인들에게는 불리하게 느껴졌을지 모르나 타국가들이 갖지 못한 역사적 조건이 겹쳐지면서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된 것이다.

 

여러 악조건들도 시대를 앞서간 영웅들의 노력 앞에서는 극복 가능한, 더 나아가 장점으로 승화될 수 있는 혁신의 도구가 될 뿐이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가난이나 신체적 장애를 극복해낸 위대한 리더들을 곳곳에서 발견한다. 그들이 불리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었을까?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바꿀 수 있는 역발상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