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감성경영/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에 해당되는 글 3

  1. 2012/02/02 [아버지 마음] 난 열심히 살았는데
  2. 2009/09/15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3. 2009/05/21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농촌 생활은 좀 어떠냐?”

“시골이라서 바뀔 것도 없지, 뭐. 후후...”

오랫동안 못 만난 대학친구를 동창 어머님 팔순 잔치에서 만났다. 근처 다방으로 몰려간 친구들은 서로의 근황을 묻느라 얘기에 여념 없었고, 나는 말없이 기대앉은 시골친구를 바라봤다. 그에 대한 나의 기억은 강렬하다. 작은 키에 다부진 팔뚝을 걷어 부치고 늘 저돌적인 모습으로 세상을 응시하는 이미지로 내게 남아 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대학을 떠난 지 이 십여 년만의 일이었고, 삶과의 싸움에 화염처럼 그을린 얼굴들이 거기에 놓여 있었다. 이마엔 영락없이 시간이 든 회초리 흔적이 선명하다. 삶이 남긴 상채기가 어딘들 가겠는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만남이 가져오는 짧은 순간의 어색함이란... 겸연쩍어 비싯 웃음이 났다.

궁색한 시골 살림살이는 외모에 그대로 배어나왔지만, 그는 전혀 초라해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당당했다. 겉으로만 그런지 궁금증이 일어 짐짓 그의 속이 얼마나 깊은지 꾹, 찔러 보았다.

“너는 아직도 꿈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니냐? 꿈 밖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냐?”

“꿈이라... 그러냐? 나는 다만 내 자신을 잃지 않고 살 뿐이다...”

시골에서 이장을 하며 살고 있다는 친구. 우리의 생활은 너무나 달랐고, 사는 방식도 멀찍이 떨어져 있었지만, 왠지 그의 삶이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그에게선 나와 달리 내가 잊어버린 꿈 하나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런 아마도 - 삶에 대한 뜨거움 같은 것일 게다. 우리는 몇 마디 화두를 던지다가, 늦은 시간 그는 시골로 내려가는 막차 시간에 맞춰 일어났다.

“언제든 사는 게 답답하거든 머리 한번 식히러 내려와라.”

나는 그러 마, 하고는 그를 보냈다. 그에게서 나는 무엇을 찾으려 했던 걸일까?

그는 세상의 기준으로는 뒤쳐져 있었고, 내가 회사에서 겪는 치열한 경쟁 따윈 알 턱도 없었다. 느려터진 시계를 꿰차고 있는 촌부의 이미지랄까... 반면, 나의 처지는 다르다. 세상의 속도계에 맞춰 째깍째깍 움직여야하고, 바삐 뛰어야 먹고 산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야 하며, 등짝이 시리기만 할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이유란, 핑계라고 할지라도 유리하게 하고 싶을 땐 수도 없이 떠오르는 법이다. 그와 마주한 자리에서 내가 그랬다. 그런데도 그가 훨씬 더 커 보였다. 여전히 처음 그대로 있는 친구, 초심을 간직한 친구, 누가 그를 미련한 곰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가지치기가 이루어진 가로수를 올려 보았다. 상금머리를 한 나무들은 겨울 동안엔 솟대처럼 서서 온 몸으로 바람을 맞아야만 한다. 내 삶이 저렇듯 을시년스러울 것 아닌가. 거두어 들였으나, 장례 쌀을 빌어다 먹은 듯한 찝찝함... 늘 돌려막기식 삶이 가져오는 다급함...

그간 나는 무엇을 해 왔는가, 무엇을 놓아 버렸는가, 무엇에 매달려 왔는가, 우리는 어떻게 다시 만나야 하는가? 나는 그가 보내 온 문자를 열어본다.

“꼭 오렴. 가끔은 천천히 가는 것도 중요하지. 경쟁 없는 곳도 살만하다...”

전경일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중에서


“요즘, 힘드시죠?”

요즘 라디오를 틀면 진행자들이 빠뜨리지 않고 묻는 단골 멘트가 ‘힘드시죠?’이다. 가만히 들어보면 끝에는 ‘그래도 희망을 가지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IMF 세대의 비애, 전력 질주 하듯이 살아왔는데 또다시 슈퍼맨이 돼야 하는 현실, 요즘 돈벌이의 어려움을 알고, 세상살이의 만만찮음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게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 아버지들이 아침에 서류봉투나 가방만 들고 출근하는 것은 아니다. 한손에는 불안을, 다른 한손에는 희망을 들고 뚜벅뚜벅 세상을 살아간다. 월급봉투를 받은 날은 희망과 자신감으로 손이 묵직해지고, 구조조정이 된다는 소문이 도는 날은 불안으로 어깨가 무거워진다.

어떤 날은 바쁜 아침에 가족과 인사조차 못하고 집을 나온다. 눈 부비고 일어난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지도 못한 채, 아파트 바닥에 구두굽을 부딪치며 급히 뛰어 내려오거나,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버스나 지하철에 올라타곤 한다.


‘몇 억은 있어야 노후가 든든하다는데 당장 애들 학원 하나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목이 아프다…….’

추운 바람을 피해 담배 한 대를 몰래 피워 물 때쯤 한숨처럼 내뱉는 말이다. 출근하는 뒷모습이 서글픈 이유다. 한겨울 온통 칼바람 매섭고, 살얼음이 낀 날 운전하는 것과도 비슷한 심정이 된다. 물동이 지게를 진 지게장수처럼 한쪽에는 행복을, 한쪽에는 절망을 지고 삐거덕 삐거덕, 휘청거리며 조심스럽게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하지만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아침이 결코 힘겹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집에 가면 총알처럼 뛰쳐나와 매달리는 아이들이 대롱대롱 매달린다. ‘아빠’ 하고 부르는 아이의 첫마디가 절망 쪽으로 휘는 몸을 붙잡아서 행복 쪽으로 돌려준다. 파김치가 되어서 집으로 돌아와도 내게 와락 달려드는 아이들이 있다면, 삶에 다시 축포가 터진다.

행복을 느끼는 건 너무나 가까운데 있다. 아빠를 꼭 껴안는 아이의 가느다란 팔, 귓가에 들리는 아이의 웃음소리, 아내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행복은 숨어 있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장에도 숨구멍이 있다.
아무리 추워도 강물 전체가 어는 건 아니다.
인생의 어느 막다른 골목길에도 희망으로의 길은 있다.



ⓒ전경일,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요즘, 힘드시죠?”
요즘 라디오를 틀면 진행자들이 빠뜨리지 않고 묻는 단골 멘트가 ‘힘드시죠?’이다. 가만히 들어보면 끝에는 ‘그래도 희망을 가지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IMF 세대의 비애, 전력 질주 하듯이 살아왔는데 또다시 슈퍼맨이 돼야 하는 현실, 요즘 돈벌이의 어려움을 알고, 세상살이의 만만찮음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게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 아버지들이 아침에 서류봉투나 가방만 들고 출근하는 것은 아니다. 한손에는 불안을, 다른 한손에는 희망을 들고 뚜벅뚜벅 세상을 살아간다. 월급봉투를 받은 날은 희망과 자신감으로 손이 묵직해지고, 구조조정이 된다는 소문이 도는 날은 불안으로 어깨가 무거워진다.
어떤 날은 바쁜 아침에 가족과 인사조차 못하고 집을 나온다. 눈 부비고 일어난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지도 못한 채, 아파트 바닥에 구두굽을 부딪치며 급히 뛰어 내려오거나,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버스나 지하철에 올라타곤 한다.

‘몇 억은 있어야 노후가 든든하다는데 당장 애들 학원 하나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목이 아프다…….’

추운 바람을 피해 담배 한 대를 몰래 피워 물 때쯤 한숨처럼 내뱉는 말이다. 출근하는 뒷모습이 서글픈 이유다. 한겨울 온통 칼바람 매섭고, 살얼음이 낀 날 운전하는 것과도 비슷한 심정이 된다. 물동이 지게를 진 지게장수처럼 한쪽에는 행복을, 한쪽에는 절망을 지고 삐거덕 삐거덕, 휘청거리며 조심스럽게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하지만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아침이 결코 힘겹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집에 가면 총알처럼 뛰쳐나와 매달리는 아이들이 대롱대롱 매달린다. ‘아빠’ 하고 부르는 아이의 첫마디가 절망 쪽으로 휘는 몸을 붙잡아서 행복 쪽으로 돌려준다. 파김치가 되어서 집으로 돌아와도 내게 와락 달려드는 아이들이 있다면, 삶에 다시 축포가 터진다.
행복을 느끼는 건 너무나 가까운데 있다. 아빠를 꼭 껴안는 아이의 가느다란 팔, 귓가에 들리는 아이의 웃음소리, 아내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행복은 숨어 있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장에도 숨구멍이 있다.

아무리 추워도 강물 전체가 어는 건 아니다.

인생의 어느 막다른 골목길에도 희망으로의 길은 있다.



ⓒ전경일,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