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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살이 이야기 | Posted by 전경일 2010/07/17 23:53

강릉 바우길을 갔다 왔습니다.

강릉 바우길을 갔다 왔습니다. 요즘엔 지방마다 올레길처럼 숨은 길을 개발해 내더군요. 지역 사람들이 개발한 길이라는데, 산을 타는 것이라기보다는 걷는 길(등산용어로는 워킹(Walking)이라고 하지요)이 이어지더군요. 솦밭도 보이고, 바위 틈새를 비집고 나와 자신을 막아섰던 바위마저 갈라버린 역전의 소나무도 보고,  불탄 숭례문 복원에 쓰인 장송들이 베어진 자리에 언젠가의 쓰임새를 위해 예약된 낙낙장송들이 늘어서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베기 전에 저렇게 예의를 표하고, "어명을 받으시오!"한 다음 베어야 나무도 순순히 목을 내어 준다고 하더군요. 몇 십년에서 근 700년 된 나무들을 베어낼 때에는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겠더군요. 산 너머로 대관령 풍차도 보이고, 숲길은 계속이어지고... 아래에 내려오니 이제 모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 가더군요. 한여름 지나면 아이들처럼 순식간에 자라나 알곡과 볏단으로 남을 저 생장의 힘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여름 숲길 한번 천천히 걸어보세요. 조용히, 혼자나 단 둘이... 요즘엔 국지성 호우로 비도 흠뻑 맞기도 하고.

ⓒ전경일
삶살이 이야기 | Posted by 전경일 2009/12/06 22:22

서설 내린 북한산을 다녀오다

벗과 함께 서설 내린 북한산을 밟았습니다. 산 아래에선 어디든 볕만 바른 줄 알았는데, 골로 접어드니 설화가 피어 있는 게 무릉도원이 따로 없는 듯했습니다. 언 바위 틈을 비집고,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보다 문득, 얼음이 언 곳을 보게 되었는데, 아! 글세 말입니다. 얼음은 가장자리부터 깁어 나가듯 어지져 가더군요. 모든 힘은 변방부터 시작되는 게 아닌가 하는, 나름의 깨닮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뛰는 삶도,가슴 벅찬 성취도, 가파른 인생 막다른 골목도 모두 가장자리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흐른다는 것, 그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기에 얼음이 끼어도 맨 마지막에서야 가 닿게 되는 것이겠죠. 눈꽃 나무 아래서 벗에게 카메라를 맡기자 이리 저리 포즈를 취하라 하네요. 덕분에 멋진 사진을 몇 장 얻었습니다. 겨울... 산은 역시 겨울산입니다. 머잖아 겨울 설악, 골룡 능선을 밟아 볼 생각입니다. 겨울은 눈백이라서 마음을 너무 맑게 수놓습니다. 이번 겨울엔 산에들 한번 다녀오세요. 너무나 좋습니다. 이 새상이 너무 탁하고, 답답해 가장 큰 위안이 됩니다.  

ⓒ전경일, <CEO 산에서 경영을 배우다>
삶살이 이야기 | Posted by 전경일 2009/11/08 20:40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만나다

간다 간다 하면서 미루다가 끝내 이번에 나온 새 책 <초영역 인재>를 전시한다고 해서 광화문 세종대왕 상 앞에 가서 섰다. 나는 이 분과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이래 저래 이 분 관련 책을 제목을 바꿔 3번을 냈고, 신문사 기고부터 잡다한 원고요청에 응한 게 대략 스무번은 넘는다. 강의도 대략 100여번에 달하던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동북아위원회에서 여러 세종 전문가를 불러 문무균형의 아이디어를 요청할 때 나도 충무공상과 함께 세종대왕상을 덕수궁에서 모셔올 것을 제안하는 사람 중  하나였었다. 세월이 흘러 전현직 대통령이 바뀌고, 전직 대통령은 유명을 달리했지만, 세종상이 오늘 버젖히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보니 감개무량하기만 하다. 대왕을 보면, 대저 정치가 무엇인지, 백성 사랑이 무엇인지 가슴 저려온다. 리더십의 부재와 나라의 어른이 없는 시대에 유학자적 발상을 하자는 건 아니어도, 뚜렷한 존경과 애모의 염을 품게 하는 사람이 없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더구나 대애(大愛)의 정치를 못보는 건 한 사람의 백성으로서 불행하기만 한 일이다. 대왕상을 보며, 한동안 눈을 감았다 떴는데, 멀리 건물 한 벽에 온통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이 천하를 멈춰 세운다. 나라의 기상이 느껴지는 인물들... 커서 성인이 되겠다고 생각하던 어린 시절이 불현듯 나를 일깨운다. 


삶살이 이야기 | Posted by 전경일 2009/11/08 20:23

만추로 향해 달려가는 가을 길

안성에 있는 건국대에서 강의를 하고 돌아오는데, 캠퍼스 길가로 은행잎이 온통 황금 빛을 띠며 나뒹굽니다. 한 지인은 제게 이렇게 말했었죠. "나무가 잎을 떨구는 것은 붙잡으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추풍낙엽 같던 한 정국을 빗대 그는 이렇게 비유하고는 다음 해 봄에 미국으로 날아갔었습니다. 무슨 인디언 부락인가 하는데서 산다고... 몇 해 전에는 가족과 함께 과천 쪽 관악산 아래 마을을 내려오다가 황금빛에 취해 차를 세우고는 사진을 찍었던 풍경이 생각납니다. 지인의 말과 달리, 나무는 붙잡는 의지가 없어 잎을 보내는 것이지만, 나는 오히려 떨어진 나무잎에 주목합니다. 때론 떨어지려는 의지, 떨어져야 내년 봄에 새 순을 틔우는 새로운 의지를 위해 지난 잎들은 무참히 떨어져 내리는 거라고... 이제 봄이 오면 창끝처럼 새 순들은 이 산야에, 마을에, 들판에 솟아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겨울부터 옷깃 여미고 경건하게 잘 보내야겠죠.
 









동양의 오리엔탈 문화와 서양 문화가 만나는 접점, 터키를 다녀왔습니다. 사진도 찍고, 메모도 하고, 생각도 많이 하고, 커피도 마시며 작품 구상도 하고,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도 가졌는데, 불현듯 내가 너무 좁은 세계, 문화만 접하고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실크로드의 최종 종점 - 터키로 무수히 많은 동서양인들이 뒤엉키며 문명의 혼혈화가 진행되어 왔겠지요. 이런 생각에 이르러 21세기 글로벌 경영의 오랜 연원과 해법을 풀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공존'이 그 해답이겠죠. 나중에라도 작품 세계에 녹여낼 것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여기서는 모든 걸 다 옮길 수 없기에 여행사진을 몇 장만 올리겠습니다. 즐거운 사진 여행이 되면 좋겠습니다.



 
삶살이 이야기 | Posted by 전경일 2009/10/05 22:45

명성산을 다녀오다

추석 명절 연휴, 더부룩한 속을 풀고자 경기도내 5대 명산 중 하나라는 명성산에 올랐습니다. 후고구려를 건국한 궁예가 부장이었던 왕건의 도전을 받고 쫓기다 이 산에 이르러 대성통곡을 하여 울음산, 또는 명성산(鳴聲山)으로 불렸다는 이곳에 발길을 옮기며 역사의 변화무쌍과 권력의 쟁투와 이른바 정사(正史)로 남는 이긴 자들의 역사가 무엇일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역사에서 이기고 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군왕을 배신하고, 온갖 지방 호족들의 난립을 막고자 혼인정치를 펼친 왕건 조차 죽음에 임박해서 "인생이 덧없다."고 하였다니 이긴 자의 역사라는 것도 알고보면 종이 위에 떨어진 물방울과 다름없으리라 봅니다. 해서 역사는 지금의 자욱을 먼 과거에서 다시 훑어 내 읽는 독법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 역사에 조심할 일이지요.

사방이 산으로 막힌 곳에 움푹 파인 곳이 있어 그곳에 물이 고여 저 아래에는 산정 호수를 이룹니다. 올핸 가물어 때깔이 그리 곱지 않다는 단풍도 드물게 있고, 억새 천지에 들어서니 가을 하늘이 유난히 드높습니다. 저 아래 하산길에는 용이 올랐다는 등룡 폭포가 보이더군요. 오랫만에 벗과의 산행이라, 그저 풋풋하고, 마음이 좋았습니다.   

ⓒ전경일, <CEO 산에서 경영을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