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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깊은 물로 들려면 가장 얕은 물로부터 시작하라

 

인간은 본래 물에서 나왔다던가? 진화론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어머니 양수는 고요한 생명의 바다라고. 우리가 물속에서 나왔듯, 해녀들은 어머니의 몸 안에서 꼼틀거리며 자라날 때부터 헤엄을 친다. 바다에 몸을 던지는 어머니 몸에 실려 바다 구경을 하고, 태어나면서부터는 더 큰 물의 세계로 나아간다. 양수 속에서 이미 물질을 시작한다. 어머니 몸에서 풍기는 바다 내음을 맡으며 젖을 빨고, 자라면서부터는 자연스럽게 헤엄을 배운다. 물질하러 가는 어머니를 따라 가서 아기를 돌보며 또래들끼리 어울려 바닷가의 얕은 웅덩이에서 헤엄을 친다. 배우는 과정은 생존과정과 맞물려 있기에 어렸을 때부터 물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쌓는다.

 

여름은 해녀수업의 최적기이다. 소녀들은 여름철이면 ‘테왁’과 ‘눈’(수경)을 챙겨들고 또래들과 함께 바닷가에 가서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한다. 놀지만 일을 익히는, 일과 놀이가 결합된 워크 플레이스(work place)가 바다인 셈이다. 마치 펀(fun)경영으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처럼 재미는 즐겁게 일하기 위한 조건이 된다.

 

무자맥질하며 놀이 반, 물질 반으로 해녀로서 삶의 방식을 체득해 나간다. 놀이를 겸한 훈련의 목적은 바다에 익숙해지려는 것이므로 해산물 채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언니 몸을 잡고 헤엄치는 연습을 하고, 물질에 요구되는 모든 과정을 반복훈련을 통해 익혀 나간다. 일과 놀이가 어우러진 훈련 마당은 어쩌다 실수할 때에도 서로 웃고, 격려해주는 파이팅이 늘 함께 한다. 따뜻한 우호의 감정, 팀웍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다.

 

바닷가에서 헤엄치는 미래의 해녀들은 또래의 벗들과 시합도 즐긴다. 즐거운 놀이를 통해 헤엄치기와 물질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나가는 것이다. 바다를 집 마당 삼아 놀이와 물질을 익히다보면 어느새 기량은 점차 향상된다. 가장 깊은 물로 들어가려면 가장 얕은 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처럼 어린 여자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해녀가 되어 가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노는 곳은 대개가 낮은 물이다. 제주도에서는 이를 ‘죄기통’, ‘죄기홍텡이’, ‘겡이통’, ‘동글랑덕’, ‘누께통’, ‘나눈게통’ 이라 부른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얕은 웅덩이라는 점. 돌이나 바위가 둥글게 둘러 쳐져 있고, 물살은 고요하고, 따뜻하기만 하다. 깊어봐야 아이들 가슴팍 정도에 닿을 정도다. 여기서부터 해녀수업은 시작된다. 마치 깊은 물로 들려면 가장 얕은 물로부터 시작해야 하듯이….

 

물에 들려면 물과 친해져야 한다. 어린 해녀들은 가장 기초적인 레슨을 가장 낮은 물에서 시작하며 몸으로 익혀 나간다. 몸만 익히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도 익히고, DNA에 새겨 넣는다. 자기암시를 통해 앞으로 나가야 할 어두움의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미리 걷어내 버린다.

 

미래의 해녀를 위한 코칭의 핵심은 자신감과 스킬, 전략을 머릿속에 그림처럼 간직하는 것이다. 코칭의 첫걸음은 잠수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것. 자신감을 얻으며 어린 해녀는 차츰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고, 곧 이어 본격적으로 바다 속에서 물건을 건져 올리는 기술을 터득한다. 생산 활동인 채취 행위를 익히는 것이다.

 

모든 과정은 철저히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낮은 단계를 통과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잠수를 어느 정도 익히게 되면 차츰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간다. 몸과 마인드가 일체가 되도록 낮은 단계에서부터 서서히 적응해 가고, 기업들이 사회 초년생을 데려다 인재로 키우듯 단계적으로 성장해 간다. 프로의 길은 어느 단계도 건너 뛸 수 없다.

 

바다는 싸워야 할 존재가 아니다. 대신, 적응해야 할 대상이다. 마치 격변하는 경영환경과 꼭 닮았다. 어린 해녀들은 바다에 적응하는 법부터 배우고, 코우치가 되는 윗사람들은 적응방법부터 가르친다. 배우고 익혀서 몸에 완전히 익을 때까지 같은 과정이 매일 매일 반복된다.『논어』에서 말하듯, 학이시습지(學而詩習之)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물질이 어느 정도 몸에 익으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때 만나는 바다가 ‘애기바당’이다. 발을 딛고 서면 물에 잠길 정도의 얕은 바다. 서서히 물 표면에서 이제는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는 연습을 한다. 미래의 잠재 해녀는 이 지점에서부터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는 방법을 익힌다. 해녀들은 이를 ‘숨빔질’이라고 부른다. 숨을 참고 물속에 뛰어 든다는 뜻이다.

 

이때부터 어머니나 외할머니는 틈틈이, 하지만 집중적으로 멘토링과 코칭을 해 준다. 프로해녀로 거듭나기 위해 인생코치, 역량향상 코치가 늘 곁에 붙어주는 식이다. 코치들은 미래의 해녀에게는 가장 친한 사람이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철석같은 정서적 유대로 묶여 있다. 그러기에 어린 해녀는 믿고 따를 수 있으며, 어둠의 바다에 뛰어들 수 있다. 거침없이 일렁이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목숨을 내놓고 하는 물질이라, 강한 의지와 신뢰는 어렸을 때부터 뇌리에 아로새겨져야 한다. 두려움은 이럴 때 극복된다. 이처럼 멘토링과 코칭은 해녀 수업에 있어 절대적인 요소이자, 반드시 거처야 할 필수 과정이다.

 

어린 해녀를 가르치는 어머니나 할머니는 해녀로써 오랜 경험을 쌓은 멘토이자, 코치이다. 평생 자신의 업(業)을 알고 매진해 온 프로 해녀들이다. 어린 소녀는 해녀로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생애 최초의 코칭과 멘토링을 피붙이에게서 받는 셈. 코치나 멘토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앞으로 생활 터전이 될 물과 친숙해지는 시간을 갖는 것은 이처럼 인간적 믿음과 유대가 전적으로 작용한다. ‘친숙한 적응’, 이것은 어느 스포츠나 기업의 업무처럼 가장 강력한 실력을 내는 밑바탕이 된다. 어릴 때 쌓인 애정, 관심, 우호, 신뢰라는 밑거름은 훗날 해녀 중의 해녀인 대상군(大上軍)으로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바다는 곧 미래 해녀들의 집이다. 아득히 펼쳐진 수평선은 그들이 앞으로 뛰어들어야 할 미지의 세계이자, 고난과 희망이 교차하는 삶의 여울목이기도 하다. 해녀라면 맞닥뜨려야 하는 미지의 경영환경, 그 바다에는 담대함과 긴장감이 감돈다. 해녀로 탄생하기 위해 이들은 오늘도 무자맥질을 치며 저 먼 수평선을 바라본다. 삶이 바다에 있고, 생활전선이 그곳에 펼쳐져 있다. 고정된 뭍이 아닌, 요동치는 바다가 눈앞에 있기에 해녀의 삶은 다이내믹 하다. 그 바다가 해녀를 키우는 힘이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

 

 


 

인문경영/해녀처럼 경영하라 | Posted by 전경일 2011/01/27 15:41

해녀처럼 경영하라

바다의 경영자 해녀에게 배우는 지혜
인문경영연구소장 전경일씨 '해녀처럼 경영하라' 펴내
거친 물속을 꿰뚫는 개척·도전정신 경영에 확산 강조


입력날짜 : 2011. 01.27. 00:00:00

뼈 시린 겨울바다도 마다않고 물속을 숨가쁘게 들락거리며 희망을 퍼올리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이름은 바로 '제주해녀'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천길 물속을 훤히 꿰뚫으며 거친 바다밭을 일구는 해녀의 삶은 역사적으로 모질고 험난했다. 농사지을 땅이 넉넉지 않은 척박한 삶의 조건은 그녀들을 바다로 뛰어들게 했다. 평생에 걸친 물질은 뿌리를 힘껏 박은 미역처럼 흔들려도 뽑히지 않는 질긴 삶이었다.

하지만 제주해녀들이 선천적으로 잠수기술을 갖고 태어나는 건 아니다. 낮은 물에서 놀이반 물질반으로 바다에 적응하던 소녀들이 열 살정도가 되면 자기 키만한 깊이의 '애기바당'에서 숨을 참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법을 터득한다. 이들의 멘토는 평생 물질을 업으로 안고 살아온 어머니, 할머니다.

인문경영연구소 소장인 전경일이 펴낸 '해녀처럼 경영하라'는 바닷속 경영환경을 손금보듯 꿰뚫어보는 1인 기업인으로 자식농사를 짓고 가정경제를 일궈냈던 제주해녀에게 배우는 지혜와 경영교훈에 관한 이야기다.

'바다의 경영자 해녀에게 배우는 경영지혜'라는 부제를 단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됐다. '바다는 가장 정직한 사업 환경', '먼 바다에서 펼쳐지는 '난바르' 경영', '인간미 물씬 풍기는 상생·협업체', '역사속의 해녀, 고난 극복기' 등 모두 48가지 주제로 엮어간다. 그리고 거친 물살을 헤치고, 삶을 개척하는 해녀들의 강인함, 도전정신, 혁신마인드를 어떻게 21세기 경영 전반에 확산시킬 것인가를 탐색한다.

거듭된 물질 훈련을 통해 준비된 해녀들은 역량에 따라 하군, 중군, 상군으로 구분돼 능력주의 원칙이 적용된다. 하지만 친환경적 사업환경을 위해 다양한 협력관계를 만들고 뜨거운 동료애로 인간미 넘치는 공동체를 일궈냈다.

해녀를 '모두가 참여하고 결정하는 소통의 달인들'이라고 밝힌 저자는 '불턱'을 아름다운 공동체의 장이자 오늘날 일하기 좋은 직장의 개념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바다와 삶의 지식을 쌓아가는 불턱에선 모든 주제의 대화가 집결되고 자연스럽게 토론에 붙여졌다. 불턱 대화는 왜 쉽게 합의에 이를까? 저자는 그 이유를 공유와 공감이 우선되는 해녀사회의 의사결정 방식에서 찾았다. 그러면서 "기업이 원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상당부분 공유절차가 생략된 결과 중시인 경우가 많다"며 "소통 난망의 기업경영을 해녀들의 공감, 가치중심의 소통방식에서 배워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목숨을 걸고 하는 해녀들의 물질을 보노라면 물에서의 삶보다 더 쉽게 흔들리는 뭍의 삶을 사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하다. 그들의 삶에 대한 끈질긴 분투야말로 가장 든든한 사업 밑천임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고 적었다. 다빈치북스. 1만2000원.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출처: 한라일보>


리더십, 해녀에게서 배워라
전경일씨 「해녀처럼 경영하라」 출간
2009 제주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 수상작
[0호] 2011년 01월 13일 (목) 15:42:12 오경희 기자 noke342@jejudomin.co.kr

   
전경일 저
해녀는 바다의 1인 기업 경영자다? 제주 해녀를 21세기 경영리더로 주목, 경영의 원칙과 리더십을 제시하는 책이 출간됐다.

전경일씨(인문경영연구소 소장·카인즈 교육그룹 대표)가 최근 「해녀처럼 경영하라」를 펴냈다.

저자는 지난 3년간 해녀 사회의 경영적 요소를 연구, 해녀를 오늘날의 경영문화이자 전형으로 풀어냈다. 이 책은 2009년 제주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 경제경영 다큐멘터리 분야 수상작이기도 하다.

제주 해녀를 경영 리더로 풀어낸 「해녀처럼 경영하라」는 신토불이 ‘민속경영학’을 주창한다. 우리 내부에 위기를 돌파할 힘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힘을 제주 해녀에게서 찾는다.

뼈 시린 겨울 바닷물 속, 어둠과 불투명성의 비즈니스 영토에 몸을 내던지는 해녀들은 바다의 주역이자, 생활전사다. 어려운 경영환경에 새로운 도전정신을 일깨운다. 삶에 대한 끈질긴 분투야말로 가장 든든한 사업 밑천임을 말해 준다. 해녀들이야말로 치열한 경영현장에 선 리더의 모습 그 자체다.

해녀 사회를 유심히 살펴보면 코칭, 동기부여, 일하기 좋은 기업, 상생, 협력 마케팅, 지속가능경영 등 모든 경영 원리를 내포하고 있다. 해녀들은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경영학을 배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저자는 이 점에 착안한다. 「해녀처럼 경영하라」는 바다의 1인 경영자 해녀로부터 배우는 ‘경영학 콘서트’로 볼 수 있다.

해녀사회의 구심점은 불턱이다. 불턱은 휴식과 지식이 함께 이뤄진다. 바다의 작황에 대한 전망, 조금 전 바다에서 영역을 침범한 해녀에 대한 고발과 변명, 일상생활에 대한 애환 등 멘토링과 카운슬링, 코칭이 동시에 벌어진다. 기업들은 해녀들의 ‘불턱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 운영의 비법을 전수 받을 수 있다.

해녀들은 특별히 경영원리나 마케팅 기법 같은 걸 배운 적이 없다. 하지만 경영이 지향해야 할 상식과 상생의 방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다 함께 살고 더 잘 되는 방식을 오랜 해녀 역사상 실험하고 수행해 온 결과다. 단 몇 십년의 기업 연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천년 경험치가 그대로 녹아 있다.

해녀에게 높은 파도는 넘어야 할 벽이지, 결코 좌절할 벽이 아니다. 뭍과 물에서 힘겹고 버거운 삶의 연속이지만, 그들은 무너지지 않는다. 무너지는 것은 물보다 훨씬 안정적인 뭍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다. 발도 닿지 않는 바다는 처음부터 딛고 설 땅도 없기에 오히려 파도에 몸을 싣는다.

그래서 저자는 경제 위기의 시대, 해녀들에게서 도전의 연속인 경영의 원칙과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탁월한 리더십을 배울 수 있음을 역설한다. 다빈치북스·1만2000원. 문의=02-812-3582.

<출처: 제주도민일보>


‘게석’ 응원과 격려의 문화를 찾다
제주문화콘텐츠스토리텔링 공모전 경제경영 다큐멘터리 분야 선정작
「해녀처럼 경영하라…」 삶 지탱했던 물질 21세기형 경영 기법 해석

   
 
   
   
 
   
 
‘해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동안 많았고 또 다양했다.

인류학이며 민속학 등을 통해 맞춰가는 직소퍼즐의 한 조각처럼 그런 그녀들의 경영 능력을 면밀히 들여다 인문경영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카인즈교육그룹·다빈치북스 대표, 인문경영연구소 소장 등 쟁쟁한 타이틀을 내건 전경일씨가 최근 펴낸 「해녀처럼 경영하라-바다의 경영자 해녀에게 배우는 48가지 경영 지혜」는 그녀들이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던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바다를 경영했다’는 역발상에서 출발한다.


제주 해녀를 21세기 경영자로 풀어내다 보니 ‘민속경영학’이란 장르까지 새로 탄생시켰다. 전씨가 들여다본 해녀 사회는 치열하게 진행되는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앞서 길을 개척한 선구자로 그녀들의 삶에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전복도 한 짐, 구젱기도 한 짐 허는 대상군이 뒈라이”


아직은 바다가 서툰 아기 잠녀들이나 오랜 세월을 입은 고단한 몸을 이끌고 바다에 나선 노잠녀의 망사리에 한웅큼 ‘물건’을 퍼주는 ‘게석’에서 해녀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응원과 격려의 문화를 찾아낸다.‘


원시적 형태의 고된 작업이라는 물질에 대한 해석도 새롭다.


저자는 물질을 경험을 통해 얻는 경영 현장의 산지식으로 본다. 바다에 몸을 던지는 일은 적극적 어법(漁法)으로 ‘공격 경영’에 해당한다. 몸에 익히는 체화된 지식과 경험을 통해 바다를 살피고 가능한 영역에서 물질을 한다. 자신의 능력에 맞춘 맞춤형 바다를 선택하는 ‘효율 경영’이다.


해녀는 저절로 자라고, 줄어드는 바다의 사정에 자신을 맞춘다. 갯닦기 작업을 하고 직접 바다에 종패를 뿌리는 일도 마다치 않는다. 요즘 모든 기업에서 내세우는 ‘친환경 방식’인 셈이다. 종종 ‘욕심’처럼 내비치는 마을어장과 관련한 분쟁이나 논란 역시 ‘사업 영역’에 대한 치열한 관리로 해석해낸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바다밭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환경 적응력, 도전정신, 리더빗, 맨토링과 코칭 등 21세기 경영에서 요구되는 요소 48가지를 해녀 사회에서 찾아냈다.


「해녀는…」은 2009년 제주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 경제경영 다큐멘터리 분야 수상작으로 3년여간의 작업 끝에 책으로 만들어졌다. 다빈치북스. 1만2000원.
<출처: 제민일보>

 ‘거친 파도, 변화무쌍한 날씨,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천길 물속, 이 모든 고난이 해녀들에겐 일상사다. 어느 경영이 이보다 더 열악하고 힘겨울까, 하지만 해녀들은 찬 겨울바다에서 희망을 퍼 올린다…(중략)…해녀를 통해 우리는 도전을 위한 21세기 위대한 리더십의 원형을 본다.’

베스트셀러 ‘마흔으로 산다는 것’ 저자인 전경일씨는 협동심과 도전정신, 상호 배려의 조직문화, 철저한 자기관리 등 현대 조직사회에서 요구되는 요소들을 제주 해녀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작가는 최근 펴낸 ‘해녀처럼 경영하라’를 통해 해녀를 ‘1인 기업 경영자’로 정의내리고, “경제 위기의 시대, 해녀들에게서 도전의 연속인 경영의 불변의 원칙과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탁월한 리더십을 배울 수 있다”고 밝힌다.

저자는 이어 “세파와 싸우며 삶을 지탱해 온 해녀들의 억척스런 삶이 보여주는 승리의 역사는 삶에 대한 가장 분명한 열쇠가 된다”며 “해녀들의 삶에 대한 의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어디서 희망이 용솟음치는지 경영 현장에 우뚝 선 리더라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21세기 도전과 응전은 ‘할 수 있다’는 해녀 정신과 함께한다며 “사는 게 힘들고 경제가 어려워 좌절할 것 같을 때에는 저 푸른 남해 제주, 물결에 몸을 실은 해녀를 보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바다의 경영자 해녀에게 배우는 48가지 경영 지혜’라는 부제를 달고 ‘바다의 경영 리더, 해녀’, ‘철저한 물질 프로세스화’, ‘물고기처럼 펄떡이는 현장 리더십’, ‘상생, 21세기형 커뮤니티의 조건’, ‘거친 바다에 대라, 들이쳐라’, ‘경영은 해신처럼’, ‘경영 리더라면 해녀처럼’, ‘역사속의 해녀 잔혹사’ 등 모두 8장으로 구성됐다. 카인즈소프트(주) 刊, 1만2000원. 문의 02-812-3582. <김문기 기자>
<출처: 제주일보>

해녀 사회는 기업의 인력개발과정처럼 역량과 업적 평가가 철저히 이루어진다


해녀사회의 계층은 물질 역량에 달려있다. 능력에 따라 하군․중군․상군으로 구분된다. 굳이 ‘군(軍)’이라는 군대조직을 연상시키는 명칭으로 나뉜 점이 특이하다. 그만큼 계층 구분이 엄격하다. 거친 바다에서 일하는 산업전사라는 뜻이 반영된 것일까?

물질은 거대한 대자연과의 목숨을 내건 싸움이자, 전쟁과 다를 바 없다. 마치 기업에서 신입사원이 입사해서 관리자를 거쳐 임원과 경영 리더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과 흡사하다. 준비된 해녀만이 깊은 바다로 나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과의 대격투에는 자신의 부단한 노력이 뒤따른다. 응분의 보상은 그럴 때 찾아온다.

바닷가에서 헤엄치던 소녀는 물질을 통해 어엿한 해녀로 성장한다. 해녀사회에 첫입문하면 하군 해녀가 된다. 대략 평균 15.9세에서 18.4세 사이에 하군 해녀가 되는 셈. 하지만 여기엔 철저하게 능력이 좌우된다. 물질을 얼마나 치열하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연령보다는 오히려 물질 기량 여부에 달려 있다. ‘애기상군’이란 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나이 어린 소녀인데도 상군 솜씨만큼 물질에 뛰어나다는 얘기다. 그 만큼 바다는 능력주의 원칙이다. 능력에 따른 개별성과는 소득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남보다 더 채취하려는 경쟁의식은 물질 후에 다른 해녀들의 ‘망사리’를 엿보며 채취물을 비교해 보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그만큼 경쟁은 일상이 되어 있다. 

                                                  <사진 제공: 제주 해녀 박물관>
                                   
해녀가 되면 열일곱 살을 전후해서 어엿한 하군이 되고, 점차 물질에 익숙해지면서 중군이 된다. 상군이 되면 월등한 역량을 드러낸다. 어렸을 때부터 물질에 능숙해서 ‘애기상군’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군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중군에 머무는 해녀들도 있다. 열일곱 살에 첫 출가 해서 한반도 연안 곳곳과 일본바다 구석구석까지 누빈 해녀가 있는가 하면, 제주 앞바다에 머무는 해녀도 있다.

해녀 사회에서 나이어린 ‘애기상군’은 대단한 자부심이다. 타고난 재능 이상으로 노력해서 얻은 값진 결과다. 바다에서의 물질은 철저하게 자신과의 싸움이다. 수련에 따라 물질 기량을 익혀감으로써 성과와 보상이 뒤따른다. 해녀들은 이 같은 이유로 바다를 가장 정직한 사업 환경으로 본다.

물론, 채취한 해산물이 뭍으로 나왔을 때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고생에 대한 응분의 보상을 받기도 하고, 자신의 노력이 헐값에 팔려 나가는 쓰라림을 맛보기 한다. 정직은 역설적으로 가장 가혹한 바다에서나 통하는 것이다. 언제나 뭍은 물보다 더 가혹하다. 그것이 해녀들이 처한 삶이다.

조직에서 인력개발과정처럼 역량과 업적 평가가 우수한 해녀들은 바다의 생산기술자들로 ‘하군’에서 시작해 ‘중군’, ‘상군’이 된다. 그러다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하군’으로 회귀되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중군’까지만 개발되었다가 ‘상군’이 되지 못하고 ‘하군’으로 회귀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중간관리자급에서 자신의 역량 한계를 드러내는 직원과 같다. 기업에서라면 이들은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해녀 사회는 다르다. 이럴 경우에는 그들에 맞는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이 점이 뭍의 경영과 다르다.

해녀는 바다를 삶의 터전을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물질하기 시작해 해녀가 지닌 장비인 테왁과 정게호미를 놓을 때가 되면 해녀로서 평생의 경력이 끝난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한 여인의 평생에 걸친 고단한 물질도 마감된다. 인생의 끊임없는 순환 과정을 해녀들은 자연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겪어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자신이 하는 일에 깊이 빠져드는 것일 게다.


<직무역량에 따른 해녀 명칭>

해녀들의 물질과 작업성과는 잠수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깊이 들어갈수록 남들이 손 못대는 해산물을 딸 수 있다. 그러다보니 물질 깊이는 해녀집단을 나누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해녀는 잠수 능력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뉘는데, 상군은 16미터 이상을 드는 해녀를 말하고, 13미터 가량을 물속을 드는 해녀를 중군, 그보다 낮은 물에 드는 해녀를 하군이라고 한다. 각 해녀를 부르는 이름이나, 평가 기준은 뭍의 기업에서 벌어지는 기준과 전혀 다를 바 없다.


하군(下軍)

해녀로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해녀를 ‘하군’ 또는 ‘하잠수’라고 부른다. 또는 ‘수’, ‘녜’라고도 한다. ‘’이란 바닷가 얕은 곳에서나 물질하는 해녀라는 뜻이다. 하군을 가리키는 명칭이 여럿 있는데 여간 익살스럽고 재미있지 않다.

어느 조직이나 조직 구성원의 역량에 다른 명칭은 각 단계로 발전할 동기 부여의 방법이 되기도 한다. 아직은 아래 단계에 있으나, 더 많은 노력과 투지로 한 단계씩 업 그래이드해 나가도록 유도된다. 마치 오늘날 기업의 직무역량 평가를 보는 듯하다. 직무 역량상 이들을 가리키는 명칭은 일하는 장소에 따라 여러 별칭으로 불린다.

ㆍ파래좀수: 바닷가에 난 파래나 뜯을 정도로 얕은 바다에서 작업하는 해녀를 말한다.

ㆍ볼락좀수: 물질이 아직 서툴러 바다 속에 오래 잠수하지 못하고 들어가자마자 나와서 숨을 볼락볼락 내쉬는 해녀를 말한다. 표현이 익살스럽다.

ㆍ퍼뜩발: 한발도 못되는 얕은 바다를 퍼뜩 들어갔다 나올 정도로 숨이 짧은 해녀를 말한다.

ㆍ세발짜리: ‘퍼뜩발’에 비해 조금 깊은 곳에서 작업할 수 있는 해녀를 칭한다. 즉, 세발 정도는 잠수할 수 있는 해녀라는 뜻이다. 한발이 약 1m 60cm 정도니까 세발이면 약 4m 80cm까지 잠수할 수 있는 해녀를 뜻한다.

ㆍ고망좀수: 일 년에 서너 번 마을 앞 가까운 바다에서 공동 작업할 때만 나와서 소득을 챙기는 해녀를 말한다. 어느 ‘고망(구멍, 구석)’에 박혀 있다가 가끔씩 나온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일종의 얌체족을 말한다. 이들의 대부분이 폐활량이 적고 이명(耳鳴) 현상으로 고통을 받아 체력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이 낮은 기량의 해녀들은 하군 그룹을 형성한다.

ㆍ톨파리: 열심히 해보지만 늘 제자리걸음에 머무는 해녀를 가리킨다. 나이도 들만큼 들고 물질을 시작한 지도 꽤 오래 되었지만 기량이 남 같지 않아 얕은 바다에서 작업을 하는 해녀를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애기잠수바당’에서 물질하던 시절과 물질기량이 나아진 게 별로 없다. ‘돌파리’․‘똥꾼’이라고도 불리는데, 기량이 썩 모자라는 해녀를 이르는 말이다.

애기잠수: 새로이 물질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해녀.

ㆍ족은잠수: 나이에 관계없이 물질 기량이 아직은 덜 숙련된 신출내기와 서툰 해녀를 통틀어 칭하는 말이다.


중군(中軍)

‘상잠수’와 ‘하잠수’ 사이의 중간 집단. ‘중군’ 또는 ‘중잠수’라고 하며 숫적으로 많다. 일반적으로 기량이 보통인 해녀를 말한다. 중군 그룹에는 차세대 리더들이 자라고 있다. 이른바, ‘가능성 있는 미래의 리더’를 키우기 위해 해녀 구성원들은 모진 시련과 훈련을 바다와 불턱 모두에서 전방위로 쌓아나간다. 이들이 훗날 바다의 해산물을 경영하는 해녀경영 리더가 되는 것이다. 기업으로 말하자면 중간 관리자급으로 본인의 능력에 대한 다면평가를 통해 상군이 될지, 하군으로 밀려 날지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상군(上軍)

가장 물질을 잘하고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작업해 온 해녀. 바다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을 ‘상군’ 또는 ‘상잠수’라 칭한다. 해녀사회에서의 으뜸 소집단에 해당한다. 상군은 ‘상수(上潛嫂)’․‘상녜(上潛女)’․‘큰수’․‘큰녜’․‘왕수’․‘왕녜’ 등으로 불린다. 이에 더하여 덕이 넓고도 깊어 모든 해녀의 귀감이 될만한 연장자 한 두 명은 상군 중에서도 최고참자로 대우하고 이들을 웃어른으로 모신다.


대상군(大上軍)

아무리 잔잔한 바다라도 그 밑에는 무엇이 있을 줄 모른다. 바다를 배회하는 식인상어가 목숨을 노릴 수도 있다. 이런 바다에서 생계 수단을 찾는 해녀에게 바다는 생명을 건 싸움터이다. 거칠고 황량한 전장터의 총지휘관이 바로 대상군(大上軍)이다.

대상군은 여러 역량 면에서 검증된 해녀들이다. 단순히 가장 많이 해산물을 채취한다고 얻어지는 호칭이 아니다. 실적만으로 평가되지도 않는다. 바다같이 변화무쌍한 경영환경에서는 급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응 역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기에 대상군의 판단과 지휘 능력은 해녀들의 안전과 직결된다.

물질이 극성스런 마을에서도 대상군 해녀는 드물다. 대상군 해녀는 해안마을의 ‘왕자’로 군림하면서 해녀집단의 부러움을 한 몸에 모은다.

이들은 해녀 그룹의 리더로 프로 중의 프로이다. 변화가 상시적인 바다를 터전으로 목숨을 걸고 차가운 물속에 뛰어드는 이들에겐 남다른 능력이 요구된다. 마치 기업 경영 일선에 선 CEO처럼 생존을 위한 각별한 능력이 요구된다.
ⓒ전경일, <경영 리더라면 해녀처럼>



해녀들은 거듭되는 훈련에 따라 기량을 익혀 나간다

뭍의 사람들의 가장 큰 골치덩어리는 고정관념이다. 그들은 움직임을 두려움으로만 바라본다. 바다는 움직이지만, 고정 불변의 진리가 그 속에 내포되어 있다.

"모든 것은 움직인다. 움직임은 변화다. 바다는 더 빠르고 크게 움직임으로써 세상을 지배해 왔다."

바다를 알면 불확실성의 경영 세계를 더 잘 꿰뚫어 볼 수 있다. 기업 경영이란 결국 움직임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 아닌가. 소니의 이데야 회장이 말한 '동적 안정 상태'라는 말은 이런 것일 게다.

해녀는 어엿한 직업인이다. 해산물 채취 전문가 집단이다. 한 사람의 해녀가 당당히 제 몫을 해내기 위해서는 대략 10여 년의 고된 훈련이 필요하다. 세상에 거져 얻어지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면 프로의 조건이 될 수도 없다. 최고의 기량을 갖춘 대상군이 되려면 약 25년 정도 바다를 읽고, 파도를 타야 한다. 이때쯤이면 작업하는 바다의 깊이도 달라진다. 역량으로 치면 대략 20 미터 정도까지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보통 6~10 미터 정도 깊이에서 물질한다. 직장인이라면 대략 10년 정도의 경력을 지니면 과ㆍ차장급, 25년 정도면 능력에 따라 임원급에 오른다. 해녀의 등급도 기업 조직처럼 오랜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개인 역량에 따라 차이는 난다.

물질을 익혀 나간 소녀 해녀는 점차 하군(下軍) 해녀로 성장하며 독립해 나간다. 하군 해녀로 독립하게 되면 무슨 일부터 할까. 우선 ‘테왁’부터 바꾼다. 그동안 놀이기구 식으로 사용한 ‘족은테왁’을 버리고 정식 규격의 것을 갖춘다. 해녀로 독립하기 위해 생산도구부터 바꾸는 셈이다. 마치 프로 골퍼들이 클럽을 피팅(fitting)하는 것과 같다. 어린 해녀들은 해녀용 정식 ‘테왁’을 가지면서부터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자신을 발견한다. 미지의 세계에 뛰어드는 긴장감과 설레임이 바다에는 인다.

해녀로 독립하기 전이라도 물질에 남다른 소녀들은 초등학교 5, 6학년이면 물질을 통해 벌써 제 학비와 용돈을 스스로 마련한다. 크면서는 제 혼수를 스스로 마련한다. 경제적 의존적인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독립심과 자립정신은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몸에 붙는다. 이런 1인 기업가다운 면모가 제주 해녀를 더욱 강인하게 만든 요인이다.

해녀는 기량에 따라 차이를 드러낸다. 대체로 세 단계로 구분된다. 상군(上軍)․중군(中軍)․하군(下軍)이 그것이다. 이런 구분은 채취 역량에 따른 구분이다. 나이가 많고 적은 건 해녀 사회에선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만큼 능력주의 원칙이다. 물질 역량은 세습되거나, 갑자기 익혀지는 게 아니다. 오로지 피나는 훈련이 뒤따라야만 한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잠수 기량을 가지고 태어난 해녀란 없다. 어렸을 때부터 바다에 살면서 꾸준히 익혀온 반복 훈련의 결과이다. 강철이 불에 의해 단련되듯, 해녀들은 물에 의해 단련된다. 그런 의미에서 물질은 철저하게 자기 노력, 요즘말로 자기 경영의 결과이다.

어느 마을이나 어린 소녀들은 미역 따기부터 무레질을 익혀 나간다. 이 시기는 대략 10세에서부터 15세 사이. 미역은 채취를 금지하는 시기가 있지만, 물질을 익히는 어린 소녀들에게는 예외다. 어린 해녀로 하여금 기량을 닦을 기회를 더 주고, 충분한 연습시간을 부여해 주기 위해서이다. 마치 골프에서처럼 처음엔 핸디캡을 주는 식이다. 이런 배려는 하나의 관례로 굳어져 있다.

클럽 없는 골퍼를 상상할 수 없듯, ‘테왁’과 ‘망사리’를 걸러 메지 않은 해녀를 상상할 수는 없다. ‘테왁’과 ‘망사리’는 곧 물질의 상징이다. 이런 해녀 도구가 주어짐으로써 어엿한 하군 해녀로 거듭나는 것이다.

(참고: 해녀박물관. 테왁과 망사리. 테왁은 해녀가 수면에서 몸을 의지하거나 헤엄쳐 이동할 때 사용하는 부유(浮游)도구이다. 예전에는 둥글고 알맞은 크기의 박이 이용되었지만, 요즘에는 스티로폴로 대체되었다. 망사리는 채취한 해산물을 집어넣는 그물주머니로 테왁에 매달아 한 세트가 된다. 어린 소녀가 사용하던 자그마한 ‘족은테왁’과 ‘망사리’는 본격적으로 해녀가 되면서 전문가용으로 바뀌게 된다.)

해녀마을에서는 ‘테왁’과 ‘망사리’ 등이 주요 해녀도구이자, 필수 혼수품이다. 특이한 점은 혼수품이지만, 친정에서 마련해 가는 것이 아니라 며느리를 맞아들이는 시아버지 쪽에서 정성껏 만들어 선물한다는 점. 집안의 주요 수입원이자, 경영활동인 물질에 대한 관심은 이렇듯 높다.

어머니의 보호와 코칭 아래 어린 딸들은 테왁을 짚고, 미역을 베는 낫인 ‘물호미’를 들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미역 꼭대기만 베어내 물 위로 나오는 숨 짧은 소녀가 있는가 하면, 제법 미역귀까지 베어내는 숨 길고 승부근성이 큰 소녀도 있다. 프로 코치의 눈엔 잠재 역량이 있는 미래의 선수감이 보이듯, 어린 해녀들은 첫 물질에서 각자의 역량이 가늠된다. 일테면 해녀로서 미래의 성장성까지 아울러 평가되는 셈. 이런 평가 결과는 어디에 쓸까. 평가 결과에 따라 코칭 방식이나, 기대치가 달라진다.

능력주의는 해녀들의 노래에도 잘 드러난다. “내려갈 땐 한 빛, 올라올 땐 천층만층 구만층”이란 속담은 이를 잘 보여준다. 시퍼런 바닷물 속으로 무자맥질해서 내려갈 때에는 어느 해녀든 꼭 같지만, 물위로 솟아오를 때에는 소득이 제각기 다르다는 뜻이다.

애기해녀들은 훈련이 거듭됨에 따라 물질하는 기량도 하루가 다르게 향상돼 간다. 한편, 어떠한 고난에 부딪히더라도 정면으로 대처하며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나아가 마인드 컨트롤을 하게 된다. 물론 강철 같은 마음훈련이 뒤따른다. 그러기에 해녀는 “혼백상자 등에 지고” 제주 앞 바다를 드나들고, 멀리 동북아 연안으로 원정 물질을 떠나기도 했던 것이다. 오랜 훈련의 결과, 두려움 없이 미지의 바다에 뛰어 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전경일, <경영리더라면 해녀처럼>

열악한 경영환경은 해녀들에게 오히려 적극적인 개척 동인이 된다


뭍의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에 맞춰 바삐 직장으로 향한다. 바다를 직장으로 삼는 해녀들에게도 출퇴근이란 게 있을까? 물론이다. 해녀들도 출퇴근을 한다. 출퇴근만 하는 게 아니라, 휴가도 있다. 다만 다른 점은 작업환경이 뭍 아닌, 바다라는 점이다. 하루 일과는 바다 가장자리에서 시작되고 마무리 된다. 그런 까닭에 물결을 타고 바다로 나가고 다시 갯가로 들어오는 과정은 해녀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사이가 일을 위한 시간이며, 생명을 담보로 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녀 코칭엔 바다로 나아가고 뭍으로 들어오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된다. 바다로 들고 나는 그 사이에 본격적인 ‘업무’인 채취활동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해녀들은 해변과 바다를 오가며 변화무쌍한 자연 앞에 적응하는 훈련수위를 높여 나간다. 그러다 원숙한 역량을 발휘할 때쯤이면 자연스럽게 본격적인 생산 활동에 들어간다.

해녀들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물에서 작업한다. 물결 위에 몸을 싣고 하루 업무에 임한다. 따라서 물결 타는 기술은 대단히 중요하다. 바다에서 체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는 것은 물질성과의 관건이다. 기업으로 말하자면, 본격적인 생산 활동을 시작하기 전의 워밍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도록 철저하게 자원효율 시스템을 가동한다. 마치 기러기 떼가 기류를 타고 이동하듯, 해녀들은 작업하는 바다에 도착할 때까지 물결을 타고 이동한다. 물결은 견뎌 내야할 도전이자, 역설적이게도 의지해야 할 버팀목이기도 하다.

작업 장소로 가는 동안 헤엄을 치면서 체력을 소모해 버리면 그만큼 해산물 채취에 사용할 체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기러기 법칙’처럼 최소한의 저항을 받고자 한다. 이는 뭍으로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 지친 몸을 물결에 싣고 들어온다. 이런 ‘물결타기’를 통해 자연의 힘으로 뭍까지 나온다. 그래서 물질은 순응이자, 순리를 따르는 것이다. 만일 물결타기가 서툴다면 금세 파김치가 되어 버려 물질을 다녀와서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물결을 어떻게 타느냐는 과정에서부터 해녀 소질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셈이다. 물론 생산성도 결정 난다.

해녀로서의 삶은 녹록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도 절박하다. 제주 해녀의 삶은 역사적으로 모질고, 험난하기만 했다. 바람 많고 물 많은 제주라는 황량한 삶의 조건이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어디 농사지을 땅이라도 넉넉한 곳이던가. 이런 척박한 삶의 조건이 어렸을 때부터 빠르게 물질을 익혀 나가는 요인이 됐다. 열악한 경영환경이 오히려 적극적인 개척 동인(動因)이 됐다는 점에서 현실을 불평하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르다. 자원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교역 7위가 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 세계에서 1등 하는 상품을 173여개나 갖고 있다. 철강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나라가 조선 1위국이며, 반도체 산업 후발주자이기만 했던 나라가 D램 생산 1위 국가이다. 어디 그뿐인가? 석유 자원 하나 없는 나라가 석유제품으로 세계시장을 뚫어대고 있다. 자원이 없으면, 피땀으로 만들어 낸다, 자원은 머리와 용기라는 철학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해녀의 삶도 마찬가지다.

어린 소녀는 빠르면 12살, 늦어도 15살이 될 때쯤이면 어느덧 정식 해녀가 된다. 성인식을 하듯 정식 해녀가 되는 날은 그동안 멘토링과 코칭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준 어머니나 이모와 함께 바다로 간다. 이제 정식 해녀가 되기 위한 최종 점검 과정이 남아 있다. 어른들 틈에 낀 소녀는 능력을 드러내기 위해 열심히 자맥질한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고수들이 보기엔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처음 하는 물질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란 아무래도 무리다. 게다가 어른들과 함께 하는 물질이라 마치 첫 출근한 신입사원처럼 바짝 긴장되고 정신없이 바쁘기만 하다.

열심히 물질을 했으나, 텅 빈 망사리를 들고 나올 때면 누구든 기죽기 마련이다. 풀 죽은 어린 해녀가 물 밖으로 나오면 코치인 어머니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물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이 채취한 우뭇가사리나 소라 따위를 덜어준다. 이걸 ‘게석’이라고 부른다. 자그마한 기프트(gift)를 통해 파이팅해 주는 것이다. 해녀사회에 이어져 내려온 오랜 전통적 배려 문화다.

‘게석’은 초보 해녀에게만 주어지는 것일까? 만일 곁에서 물질하는 할머니 해녀가 있으면 ‘망사리’에 미역을 한 줌을 넣어주거나 전복을 한 개 넣어 준다. 해변엔 저절로 훈훈한 정이 퍼져 나간다. 어른 해녀들은 초보 해녀에게 훈훈한 덕담도 건넨다. 인생의 간난고초를 다 겪은 베테랑들이 보기에 얼마나 귀엽고, 한편으론 안쓰럽기만 한 소녀 해녀인가. 등을 두드려주며 위로해 줄만 하다.

“전복도 한 짐, 구젱기도 한 짐 허는 대상군이 뒈라이.”

바다에서 가장 귀하고 값비싼 해산물은 전복이다. 이 전복을 한 짐이나 캐고, 구젱이도 한 짐 가득 채취하는 으뜸 해녀인 대상군(大上軍)이 되라는 격려의 말이다. 마치 기러기들이 서로 울며 용기를 북돋워주듯, 동기부여해 주는 해녀들만의 방식이다. 기업으로 얘기하자면, 이제 갓 사회 초년병이 된 신입사원이 기죽지 않도록 여러 선배들이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과 같다.

제주 해녀들은 할머니, 어머니, 어린 딸, 이렇게 3대가 아우러져 물질을 한다. 서로간의 동병상련이랄까. 여성으로서 험난한 물질을 하며 해녀들은 이렇게 팀웍을 쌓아나가고, 거칠고 힘겨운 삶에서도 희망을 키워 나간다. 물질 공동체는 바로 이런 배려와 팀웍에서 파도를 헤쳐 나갈 힘을 얻는다. 물질을 끝내고 돌아오는 바다는 언제나 출렁이며 해녀를 부른다.
ⓒ전경일, <경영 리더라면 해녀처럼>


 열악한 경영환경은 해녀들에게 오히려 적극적인 개척 동인이 된다

뭍의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에 맞춰 바삐 직장으로 향한다. 바다를 직장으로 삼는 해녀들에게도 출퇴근이란 게 있을까?
물론이다. 해녀들도 출퇴근을 한다. 출퇴근만 하는 게 아니라, 휴가도 있다. 다른 점은 작업환경이 뭍 아닌, 바다라는 점이다. 하루 일과는 바다 가장자리에서 시작되고 마무리 된다. 그런 까닭에 물결을 타고 바다로 나가고 다시 갯가로 들어오는 과정은 해녀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사이가 하루의 일과를 위한 시간이며, 생명을 담보로 한 시간이다.

해녀 코칭엔 바다로 나아가고 뭍으로 들어오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된다. 바다로 들고 나는 그 사이에 본격적인 ‘업무’인 채취활동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해녀들은 해변과 바다를 오가며 변화무쌍한 자연 앞에 적응하는 훈련수위를 높여 나간다. 그러다 보다 원숙한 역량을 발휘할 때쯤이면 자연스럽게 본격적인 생산 활동에 들어간다.

해녀들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물에서 작업한다. 물결 위에 몸을 싣고 하루 업무에 임한다. 따라서 물결 타는 기술은 대단히 중요하다. 바다에서 체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는 것은 물질성과의 관건이다. 기업으로 말하자면, 본격적인 생산 활동을 시작하기 전의 워밍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도록 철저하게 자원효율 시스템을 가동한다. 마치 기러기 떼가 기류를 타고 이동하듯, 해녀들은 작업하는 바다에 도착할 때까지 물결을 타고 이동한다. 물결은 견뎌 내야할 도전이자, 역설적이게도 의지해야 할 버팀목이기도 하다.

작업 장소로 가는 동안 헤엄을 치면서 체력을 소모해 버리면 그만큼 해산물 채취에 사용할 체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기러기 법칙’처럼 최소한의 저항을 받고자 한다. 이는 뭍으로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 지친 몸을 물결에 싣고 들어온다. 이런 ‘물결타기’를 통해 자연의 힘으로 뭍까지 나온다. 그래서 물질은 순응이자, 순리를 따르는 것이다. 만일 물결타기가 서툴다면 금세 파김치가 되어 버려 물질을 다녀와서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물결을 어떻게 타느냐는 과정에서부터 해녀 소질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셈이다. 물론 생산성도 결정 난다.

                                                            <사진 자료: 제주해녀박물관>

해녀로서의 삶은 녹록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도 삶이 절박하다. 제주 해녀의 삶은 역사적으로 모질고, 험난하기만 했다. 바람 많고 물 많은 제주라는 황량한 삶의 조건이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어디 농사지을 땅이라도 넉넉한 곳이던가. 이런 척박한 삶의 조건이 어렸을 때부터 빠르게 물질을 익혀 나가는 요인이 됐다.

열악한 경영환경이 오히려 적극적인 개척 동인(動因)이 됐다는 점에서 지금 뭍의 현실을 불평하는 사람들과 전혀 다르다. 자원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교역 7위가 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게 분명하다. 별다른 자원없이도 우리는 전 세계에서 1등 하는 상품을 173여개나 갖고 있다. 원광석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나라가 조선 1위국이며, 반도체 산업 후발주자이기만 했던 나라가 D램 생산 1위 국가이다. 어디 그뿐인가? 석유 자원 하나 없는 나라가 석유제품으로 세계시장을 뚫고 있다. 자원이 없으면, 피땀으로 만들어 낸다, 머리와 용기라는 자원 철학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해녀의 삶도 마찬가지다.

어린 소녀는 빠르면 12살, 늦어도 15살이 될 때쯤이면 어느덧 정식 해녀가 된다. 성인식을 하듯 정식 해녀가 되는 날은 그동안 멘토링과 코칭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준 어머니나 이모와 함께 바다로 간다. 이제 정식 해녀가 되기 위한 최종 점검 과정이 남아 있다. 어른들 틈에 낀 소녀는 능력을 드러내기 위해 열심히 자맥질한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고수들이 보기엔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처음 하는 물질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란 아무래도 무리다. 게다가 어른들과 함께 하는 물질이라 마치 첫 출근한 신입사원처럼 바짝 긴장되고 정신없이 바쁘기만 하다.

열심히 물질을 했으나, 텅 빈 망사리를 들고 나올 때면 누구든 기죽기 마련이다. 풀 죽은 어린 해녀가 물 밖으로 나오면 코치인 어머니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물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이 채취한 우뭇가사리나 소라 따위를 덜어준다. 이걸 ‘게석’이라고 부른다. 자그마한 기프트(gift)를 통해 파이팅해 주는 것이다. 해녀사회에 이어져 내려온 오랜 전통적 배려 문화다.

‘게석’은 초보 해녀에게만 주어지는 것일까? 만일 곁에서 물질하는 할머니 해녀가 있으면 ‘망사리’에 미역을 한 줌을 넣어주거나 전복을 한 개 넣어 준다. 해변엔 저절로 훈훈한 정이 퍼져 나간다. 어른 해녀들은 초보 해녀에게 훈훈한 덕담도 건넨다. 인생의 간난고초를 다 겪은 베테랑들이 보기에 얼마나 귀엽고, 한편으론 안쓰럽기만 한 소녀 해녀인가. 등을 두드려주며 위로해 줄만 하다.

“전복도 한 짐, 구젱기도 한 짐 허는 대상군이 뒈라이.”

바다에서 가장 귀하고 값비싼 해산물은 전복이다. 이 전복을 한 짐이나 캐고, 구젱이도 한 짐 가득 채취하는 으뜸 해녀인 대상군(大上軍)이 되라는 격려의 말이다. 마치 기러기들이 서로 울며 용기를 북돋워주듯, 동기부여해 주는 해녀들만의 방식이다. 기업으로 얘기하자면, 이제 갓 사회 초년병이 된 신입사원이 기죽지 않도록 여러 선배들이 용기를 북돋아 주는 식이다.

제주 해녀들은 할머니, 어머니, 어린 딸, 이렇게 3대가 아우러져 물질을 한다. 서로간의 동병상련이랄까. 여성으로서 험난한 물질을 하며 해녀들은 이렇게 팀웍을 쌓아나가고, 거칠고 힘겨운 삶에서도 희망을 키워 나간다. 물질 공동체는 바로 이런 배려와 팀웍에서 파도를 헤쳐 나갈 힘을 얻는다. 물질을 끝내고 돌아오는 바다는 언제나 출렁이며 해녀를 부른다. 오늘날 경영 리더는 어떤 바바를 누구와 함께 자맥질 하고 있을까?
ⓒ전경일, <경영 리더라면 해녀처럼>

한 사람의 해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오늘날 기업에서 말하는 멘토링, 코칭, 리더십, 핵심인재 육성법, 성과ㆍ조직관리ㆍ운영, 배려의 문화 등 모든 경영적 술어를 다 동원하더라도 부족할 성싶다.

생사를 넘나드는 바다라는 전쟁터에서 물질 기량을 닦고 능력을 충전해 나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기업들이 핵심리더를 키워내는 지난한 과정과 맞닿아 있다. 한편, 일과 놀이가 어우러진 한바탕 신명나는 ‘일하기 좋은 기업(Great Work Place)’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오늘날 기업은 해녀들의 바다 속 경영을 통해 경영의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불굴의 도전 정신을 온 몸으로 체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해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깊은 물로 들려면 가장 얕은 물로부터 시작하라

인간은 본래 물에서 나왔다던가? 진화론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어머니 양수는 고요한 생명의 바다라고. 우리가 물속에서 나왔듯, 해녀들은 어머니의 몸 안에서 꼼틀거리며 자라날 때부터 헤엄을 친다. 바다에 몸을 던지는 어머니 몸에 실려 바다 구경을 하고, 태어나면서부터는 더 큰 물의 세계로 나아간다. 양수 속에서 이미 물질을 시작한다. 어머니 몸에서 풍기는 바다 내음을 맡으며 젖을 빨고, 자라면서부터는 자연스럽게 헤엄을 배운다. 물질하러 가는 어머니를 따라 가서 아기를 돌보며 또래들끼리 어울려 바닷가의 얕은 웅덩이에서 헤엄을 친다. 배우는 과정은 생존과정과 맞물려 있기에 어렸을 때부터 물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쌓는다.

여름은 해녀수업의 최적기이다. 소녀들은 여름철이면 ‘테왁’과 ‘눈’(수경)을 챙겨들고 또래들과 함께 바닷가에 가서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한다. 놀지만 일을 익히는, 일과 놀이가 결합된 워크 플레이스(work place)가 바다인 셈이다. 마치 펀(fun)경영으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처럼 재미는 즐겁게 일하기 위한 조건이 된다.

무자맥질하며 놀이 반, 물질 반으로 해녀로서 삶의 방식을 체득해 나간다. 놀이를 겸한 훈련의 목적은 바다에 익숙해지려는 것이므로 해산물 채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언니 몸을 잡고 헤엄치는 연습을 하고, 물질에 요구되는 모든 과정을 반복훈련을 통해 익혀 나간다. 일과 놀이가 어우러진 훈련 마당은 어쩌다 실수할 때에도 서로 웃고, 격려해주는 파이팅이 늘 함께 한다. 따뜻한 우호의 감정, 팀웍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다.

바닷가에서 헤엄치는 미래의 해녀들은 또래의 벗들과 시합도 즐긴다. 즐거운 놀이를 통해 헤엄치기와 물질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나가는 것이다. 바다를 집 마당 삼아 놀이와 물질을 익히다보면 어느새 기량은 점차 향상된다. 가장 깊은 물로 들어가려면 가장 얕은 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처럼 어린 여자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해녀가 되어 가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노는 곳은 대개가 낮은 물이다. 제주도에서는 이를 ‘죄기통’, ‘죄기홍텡이’, ‘겡이통’, ‘동글랑덕’, ‘누께통’, ‘나눈게통’ 이라 부른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얕은 웅덩이라는 점. 돌이나 바위가 둥글게 둘러 쳐져 있고, 물살은 고요하고, 따뜻하기만 하다. 깊어봐야 아이들 가슴팍 정도에 닿을 정도다. 여기서부터 해녀수업은 시작된다. 마치 깊은 물로 들려면 가장 얕은 물로부터 시작해야 하듯이….

물에 들려면 물과 친해져야 한다. 어린 해녀들은 가장 기초적인 레슨을 가장 낮은 물에서 시작하며 몸으로 익혀 나간다. 몸만 익히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도 익히고, DNA에 새겨 넣는다. 자기암시를 통해 앞으로 나가야 할 어두움의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미리 걷어내 버린다.

미래의 해녀를 위한 코칭의 핵심은 자신감과 스킬, 전략을 머릿속에 그림처럼 간직하는 것이다. 코칭의 첫걸음은 잠수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것. 자신감을 얻으며 어린 해녀는 차츰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고, 곧 이어 본격적으로 바다 속에서 물건을 건져 올리는 기술을 터득한다. 생산 활동인 채취 행위를 익히는 것이다.

모든 과정은 철저히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낮은 단계를 통과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잠수를 어느 정도 익히게 되면 차츰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간다. 몸과 마인드가 일체가 되도록 낮은 단계에서부터 서서히 적응해 가고, 기업들이 사회 초년생을 데려다 인재로 키우듯 단계적으로 성장해 간다. 프로의 길은 어느 단계도 건너 뛸 수 없다.

바다는 싸워야 할 존재가 아니다. 대신, 적응해야 할 대상이다. 마치 격변하는 경영환경과 꼭 닮았다. 어린 해녀들은 바다에 적응하는 법부터 배우고, 코우치가 되는 윗사람들은 적응방법부터 가르친다. 배우고 익혀서 몸에 완전히 익을 때까지 같은 과정이 매일 매일 반복된다.『논어』에서 말하듯, 학이시습지(學而詩習之)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물질이 어느 정도 몸에 익으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때 만나는 바다가 ‘애기바당’이다. 발을 딛고 서면 물에 잠길 정도의 얕은 바다. 서서히 물 표면에서 이제는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는 연습을 한다. 미래의 잠재 해녀는 이 지점에서부터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는 방법을 익힌다. 해녀들은 이를 ‘숨빔질’이라고 부른다. 숨을 참고 물속에 뛰어 든다는 뜻이다.

이때부터 어머니나 외할머니는 틈틈이, 하지만 집중적으로 멘토링과 코칭을 해 준다. 프로해녀로 거듭나기 위해 인생코치, 역량향상 코치가 늘 곁에 붙어주는 식이다. 코치들은 미래의 해녀에게는 가장 친한 사람이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철석같은 정서적 유대로 묶여 있다. 그러기에 어린 해녀는 믿고 따를 수 있으며, 어둠의 바다에 뛰어들 수 있다. 거침없이 일렁이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목숨을 내놓고 하는 물질이라, 강한 의지와 신뢰는 어렸을 때부터 뇌리에 아로새겨져야 한다. 두려움은 이럴 때 극복된다. 이처럼 멘토링과 코칭은 해녀 수업에 있어 절대적인 요소이자, 반드시 거처야 할 필수 과정이다.

어린 해녀를 가르치는 어머니나 할머니는 해녀로써 오랜 경험을 쌓은 멘토이자, 코치이다. 평생 자신의 업(業)을 알고 매진해 온 프로 해녀들이다. 어린 소녀는 해녀로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생애 최초의 코칭과 멘토링을 피붙이에게서 받는 셈. 코치나 멘토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앞으로 생활 터전이 될 물과 친숙해지는 시간을 갖는 것은 이처럼 인간적 믿음과 유대가 전적으로 작용한다. ‘친숙한 적응’, 이것은 어느 스포츠나 기업의 업무처럼 가장 강력한 실력을 내는 밑바탕이 된다. 어릴 때 쌓인 애정, 관심, 우호, 신뢰라는 밑거름은 훗날 해녀 중의 해녀인 대상군(大上軍)으로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바다는 곧 미래 해녀들의 집이다. 아득히 펼쳐진 수평선은 그들이 앞으로 뛰어들어야 할 미지의 세계이자, 고난과 희망이 교차하는 삶의 여울목이기도 하다. 해녀라면 맞닥뜨려야 하는 미지의 경영환경, 그 바다에는 담대함과 긴장감이 감돈다. 해녀로 탄생하기 위해 이들은 오늘도 무자맥질을 치며 저 먼 수평선을 바라본다. 삶이 바다에 있고, 생활전선이 그곳에 펼쳐져 있다. 고정된 뭍이 아닌, 요동치는 바다가 눈앞에 있기에 해녀의 삶은 다이내믹 하다. 그 바다가 해녀를 키우는 힘이다. ⓒ전경일, <경영리더라면 해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