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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해녀처럼 경영하라

거친 바다에 대라, 들이쳐라

거친 바다에 대라, 들이쳐라

삶은 어느 곳에서나 버겁다. 그래서 복합다단하고 고되다. 용을 쓰지만 때로는 나 혼자만의 힘으로 삶을 추스르기도 힘들다. 그렇지만 주저앉을 수만은 없기에 무너져도 일어나 다시 도전한다. 뭍에서는 뽑혀도 잡초처럼 다시 일어서고, 물에서는 숨이 막혀도 다시 물 위로 솟구친다.

황폐한 땅을 딛고, 거친 물살을 헤치며, 뭍과 물에서 삶을 지탱하는 해녀들의 삶은 그래서 한없이 빛난다. 현실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려는 강한 의지가 있기에 희망의 불길이 있다. 그들의 용기백배하는 모습은 오늘날 경영의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모범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거친 바다를 향해 나아가라

격랑의 경영현장, 바다를 아는 이 누구인가

 

뭍사람들에게는 파도 일렁이고, 생명이 움트는 곳으로 인식되는 바다. 휴가철이면 낭만적인 해변과 풍경이 연상되는 바다지만 해녀들에게는 가장 치열한 삶의 현장, 경영의 격전장이다. 바다는 해녀들에겐 삶을 일구는 밭, 농사짓는 땅이다. 그래서 그들은 바다를 ‘바다밭’이라 부른다. 해녀들이 몸을 풍덩 던지는 바다는 삶의 목줄을 쥐고 경영현장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인생 막장일수도 있지만, 가장 가깝고 치열한 경영현장이기에 가장 힘찬 도전이 함께 한다.

제주의 봄은 일찍 온다. 입춘을 맞이하면 유채꽃잎은 현기증 나듯 물들여 간다. 섬에는 봄기운이 완연하고, 한라산의 설화(雪花)는 녹는다. 녹은 물은 흘러 제주 앞바다에 와서 부딪친다. 발을 담그면 여전히 뼈가 시리다. 이런 찬물에 몸을 담그는 이가 있다. 바로 해녀들이다.

봄철, 바다 밑에선 싱싱한 해조류가 넘실거린다. 미역, 모자반, 톳이 그것이다. 좀 따뜻해진 다음 물에 들면 좋으련만, 난류가 제주 앞바다로 들이치기 전에 채취 작업을 끝내야만 한다. 물이 따뜻해지면 톳과 모자반에 이끼가 끼고 미역은 생명이 다하며 맥을 놓는다. 물론 상품성이 훼손되는 건 말할 나위도 없다. 언제나 찬물에서 자라는 것들이 힘을 얻는다. 그것이 경영 현장이다. 해초류를 얻기 위해 해녀는 뼛속까지 시린 추위를 참고 물질에 나선다.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소라, 전복 등을 따고, 톳, 미역, 우뭇가사리를 거두어들인다. 년 중 가장 바쁜 때이다. 소라, 전복은 물질을 한다고 해서 마냥 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 늘 보장되어 있는 물질이 아니기에 해녀들 사이에선 심지어 ‘헛물에 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즉, 헛탕칠 수는 있다는 얘기다. 오늘 헛물에 들었다고 좌절하거나, 불운을 탓할 필요는 없다. 허탕을 쳐도 마음만은 평상심을 잃지 않는다. 오늘 못 캤으면 내일 다시 시도하면 된다. 그래서 해녀 세계는 인생사에 달관한 듯한 면모가 보인다.

 

‘헛물’은 해녀경영의 일단을 보여준다. 즉, 헛물이란 특정 해산물을 집중적으로 채취하는 게 아닌, 눈에 띄는 것을 잡는 작업을 말하는데, 대개 전복이나 전복, 문어, 소라 등을 채취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해산물은 해조류보다 훨씬 비싸다. 대박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 안정기조하에 물질하겠다는 것이다. 경영에서 수익성에 대해 매니지먼트 하는 자세를 보이는 셈이다.

경영은 마음대로만 되는 게 아니다. 마음과 달리 돌아가는 일에서도 평정심을 가져야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꿈꿔야 한다. 해녀 사회의 심적 안정감은 바로 이런 미래에 대한 긍정에서 나온다. 그런 노력이 뒤따라 해산물 중 진미인 전복도 캔다. 그때 수고에 대한 보상이 뒤따르며, 마음은 풍요롭기만 하다.

해녀들은 요즘에야 고무복을 입고 물질에 나서 추위가 한결 덜하지만, 예전엔 무명천으로 된 재래잠수복을 입고 물질에 나섰다. 아무리 물질 잘하는 상군일지라도 추위에 40분 이상 작업하는 건 어려웠다. 상군과 달리 보통 해녀들은 20여분이 고작이었다. 그만큼 추위에 맞서 싸우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래도 삶을 억척스럽게 일궈가야 하기 때문에 해녀들은 거푸 물질을 하고, 뭍에서 뿌리를 깊게 내리기 위해 역설적으로 바다 밑으로 뛰어들었다. 이런 것이 해녀의 삶이었다.

격랑의 파도는 삶을 그대로 빼어 닮았다. 인생에 파도가 멈추지 않듯, 잠시 잠깐 ‘사발물’처럼 잔잔하기라도 하다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 있다면 마다할 일이 무엇인가. 그게 경영이자, 삶인 것을.

 

 

<테왁에 의지한 물질><사진자료: 해녀박물관>

 

해녀들은 바다 속 상태에 따라 바다를 부르는 이름이 각기 다르다. 경영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기 다른 환경을 세분화해 그에 맞는 이름을 붙인 셈이다. 나아가 다른 환경에 맞는 적응방식을 삶 속에서 터득해 온 셈이다. 바다는 해녀 삶을 이루고, 바다 이름은 삶의 굽이굽이를 알게 한다. 해녀 앞에는 각기 다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작지바당: 바다 밑이 자갈로 덮인 바다를 말한다. ‘작지’는 자갈.

모살바당: 모래가 깔린 바다. 해산물이 많지 않아 해녀들이 선호하지 않는 바다를 말한다. 특히 여름철 휴가객들이 선호하는 백사장은 해녀들에겐 그야말로 생명이 살지 않는 ‘바다의 사막’이다.

머을바당: ‘머들팟’이라고도 한다. 바닷속 돌에도 생명이 깃드는 것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해산물이 돋지 않는 죽은 돌무더기가 있는 곳을 말한다. 채취물이 많이 나올 수 없어 선호대상이 될 수 없다

소왕집밧: 전복이나 소라가 싫어하는 해조류만 무성한 곳. 잡초만 무성한 밭과 같다.

지리통: 아무 것도 캘 것이 없는 바다를 말한다.

실겅몸통: 키가 큰 해조류만 무성하지 쓸만한 해산물은 없는 바다. 마치 속빈 강정과 같은 바다다.

여: 썰물 때는 드러나지만 밀물 때면 물에 잠기는 암초. 바다 속에 늘 잠겨 있는 암초도 있다. 썰물 때 드러나는 여에는 해산물이 풍부해 해녀들이 가장 선호하는 작업 환경이다. 일종의 보물창고.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