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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이끌림의 인문학37

위상수학이 알려주는 겉과 속을 통찰하는 힘 위상수학이 알려주는 겉과 속을 통찰하는 힘 "따뜻한 쪽을 속으로 하고 싶기에 안쪽 가죽을 겉쪽으로 돌렸다. 찬 것을 겉쪽에 두고 싶어서 따뜻한 쪽 모피를 안쪽으로 돌렸다.” 시인 롱펠로우가 1855년에 발표한 인디언 영웅 서사시〈하이워어사의 노래(The Song of Hiawatha)〉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 시는 오지베이(Ojibwas)족의 인디언 소년 하이워어사가 할머니를 통해 새와 짐승의 언어를 익히고 자연의 순리를 깨달으며 다섯 부족을 통합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이 시에서 롱펠로우는 안이 바깥이 되고, 바깥이 안이 되는 모피로 만든 벙어리장갑을 묘사하고 있다. 이런 묘사는 위상수학자들과 직접 관련된다. 이들은 장갑을 비틀고 뒤집는 인디언이야말로 위상수학을 실연(實演)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주장.. 2016. 12. 7.
빨판상어를 잡아 죽일 것인가, 돌고래가 될 것인가 빨판상어를 잡아 죽일 것인가, 돌고래가 될 것인가 스칸디나비아 피오르드(fjord, 좁은 만) 해협에선 알 수 없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얼음에 갇힌 바다에서 배가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다. 얼음이 배를 꽉 물고 놔주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라기보다는 알 수 없는 힘이 배를 멈추어 세운다. 그래서 선원들에게는 신비스럽고 두렵기만 곳이다. 그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항해가 시작된 오랜 옛날부터 이런 현상은 종종 나타났다. 로마의 역사가 플리니에 의하면, 칼리굴라 황제의 함대 중 한 척인 갤리선이 어떤 바다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모든 함대의 전진이 갑자기 정지되어 버렸다고 한다. 움직일 줄 모르던 배는 한 선원이 갤리선의 키에 달라붙어 있는 한 마리의 빨판상어를 발견해 죽여 버리자 .. 2016. 12. 2.
일상의 암묵적 지식이 세상을 구한다 일상의 암묵적 지식이 세상을 구한다 세상의 지식에는 각기 쓰임이 있다. 어떤 지식은 전문지식인 영역일 만큼 특정분야를 꿰는 것이지만, 대부분 지식은 보통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이다. 이런 자그마한 지식은 간과하기 쉬우나 때로는 인명을 구하는 놀라운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물론 이를 무시했을 때의 대가도 톡톡히 치러야만 한다. 다음의 이야기는 일상의 암묵적 지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보여준다. 2004년 인도네시아 북 수마트라 서쪽에 지진이 일면서 초대형 쓰나미가 몰아닥쳤을 때와 1980년의 세인트 헬렌즈 산 폭발, 그리고 2011년 쓰나미가 몰아치고 난 뒤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났을 때 그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전해 오는 이야기들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오스.. 2016. 11. 10.
우주의 시계방에 걸린 시계들은 잘 돌아가고 있다 우주의 시계방에 걸린 시계들은 잘 돌아가고 있다 “시간, 너는 무엇이냐?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것, 죽은 자의 뼈에 엉기는 이끼, 저 밤하늘에 빛나는 별, 아, 시간이란 자는 소리도 형체도 없이 죽음의 사자처럼, 생명의 전령처럼 자연과 공간을 넘어 무심히 우주를 지나간다. 순간만 보던 한 인생이 지금 내 앞에서 소멸하고 있다. 마치 짓밟힌 꽃처럼.” -전경일의 노트 중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아침 8시부터 9시까지의 1시간은 태양이 2125만 제곱킬로미터나 되는 지표면을 서서히 밝히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지표면에 사람들이 일정한 비율로 산포되어 있다고 가정할 때, 약 3억여 명의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태양빛을 받는 셈이다. 지금 내가 쪼이는 햇빛은 중국 산동성의 어느 시골 마을 촌부도 쪼이고 있.. 2016. 11. 1.
그 아이가 물에 빠져 죽는 걸 지켜보기만 할 거요? 그 아이가 물에 빠져 죽는 걸 지켜보기만 할 거요?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네바다에 위치한 시애라 사막. 이 황량하기 그지없는 사막에 벨딩 땅다람쥐(Belding's Ground Squirre)가 살고 있다. 이 조그마한 설치류는 1년 대부분은 동면을 취하고, 여름 한철(3~4개월)에만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잠에서 깨는 것과 동시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굴 밖으로 나와야 한다.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서는 굴 밖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천적들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맹금류, 뱀, 족제비 같은 포식자들을 만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일상적 상황이며, 삶은 목숨을 내 건 위험한 도박에 내맡겨져 있다. 새끼를 낳아도 가을이 될 때까지 살아남는 놈은 40~60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들은 생존에의 가능성을 높이고자.. 2016. 10. 19.
확산을 부르는 밑바탕에 깔린 힘, ‘바탕력(力)’ 확산을 부르는 밑바탕에 깔린 힘, ‘바탕력(力)’ 모든 일은 바탕에서부터 결정 나 있다.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의 조교수 가토 요코 씨가 지은 ⟪근대일본의 전쟁논리⟫를 읽다보면 불현 듯 색다른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근대 일본이 어떻게 군국주의로 치닫게 되었는지 밝히고 있는데, 그가 쓰는 키워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소지(素地)’라는 개념이다. ‘소지’란 어떤 사람이나 대상의 본바탕에 깔려 있는 어떤 일을 일으키거나 이루게 될 가능성을 말한다. 사전적 정의가 이렇다. 비슷한 뜻으로, ‘어떤 까닭으로 생긴 일’을 뜻하는 ‘소치(所致)’가 있다. 전자가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후자는 원인에 따른 결과를 뜻한다. 이 점에서 엄연히 차이 있다. 가토 교수는 이 이론으로 근대 일본이 취했던 극적 전환기를 분.. 2016.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