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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CEO 세종] 세종 특명: 경제를 잡아라!

전경일 2009. 2. 3. 17:44
 

예나 지금이나 빵 없이 충효의 마음을 갖게 하기란 어렵다. 세종시대에도 먹고 사는 문제는 ‘치도(治道)’ - 즉, 국가 경영 - 의 핵심 사항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교를 기본 경영 이념으로 하는 신생 조선으로써는 백성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최우선 과제였고, 그 다음이 교육이었다. 이것을 가리켜 ‘선부후교(先富後敎)’라 부른다. 즉, 백성들이 먹고 살기에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CEO도 제대로 경영했다고 볼 수가 없다.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이 ‘배를 두드릴’수 있어야 하는 것은 국가 CEO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심지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CEO는 권좌에서 쫓겨나는 신세에 내몰리기도 했다. 세종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경제’에 있었다.


고려 때부터 이어진 농업 생산성은 극도로 낮았다. 뭔가 획기적인 생산성 증대 방안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식생활 개선은 실로 요원한 것이었다. 또 경영권 안정도 꾀하기가 어려웠다. 세종은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다른 모든 과제에 뛰어든다는 게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그는 생산성 향상을 조선 경영의 가장 중요한 수순으로 보았다.


[세종은 ‘신경제’를 주도한 지식 경영인]


세종은 ‘신경제’를 주도한 지식 경영인이었다. 그는 신생 조선이 직면한 이슈(issue)가 무엇인지 잘 알았다. 이 무렵 국가 경제에 대해 빠른 성장 기회를 찾고자 고심한 세종은 구조적인 문제에 착안했다. 농본주의에 입각해 농업부문의 생산 방법과 구조를 혁신함으로써 생산성을 증가시키려는 그의 계획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것은 세종시대의 강력한 생산력 증가와 부의 창출을 가능하게 했다.


그 당시는 지금과 달리 국가간 교역으로 먹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 물론, 그 당시에도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쌀을 수입해 가기는 했다. - 따라서 국가 경영의 핵심 사항으로 ‘중농억말(重農抑末)’ 정책을 취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조처였다.

‘중농(重農)’이라 함은 ‘농업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또 여기서 말하는 ‘말(末)’이라 함은 상업을 말한다. 즉,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은 맨 마지막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신분제도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농사를 짓지 아니하고 상업 레버리지만 일으키는 것만으로 식생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던 당시의 산업적 배경에 있기도 하다. 지금은 어디서고 농산물을 쉽게 수입해 먹거리가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 때는 전혀 다른 시대였다. 따라서 이러한 중농 정책은 외면할 수 없는 신생 조선이 맞닥뜨린 현실 여건이었다.


산업 생산성 증대를 위해 여타의 과학기술과 이를 관리하는 IT기술의 도입은 따라서,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 밖에 없었다. 세종시대의 모든 발명품들은 바로 이런 농업 생산성 증대라는 미션 하에 마련된 국책 과제들이었으며, 이것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구체적인 결과물들이었다. 측우기, 수차, 각종 개량 농법 등의 발명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 발명품들과 함께 경제 정책도 크게 실효성을 거둘 수 있었다.


먹거리 문제 해결을 통한 세종의 자신감은 다른 많은 프로젝트로 관심을 옮겨 갈 수 있는 여유를 가져왔다. 그리하여 세종은 농업적 잉여생산물 위에 ‘문화의 꽃’을 얹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세종시대의 르네상스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싹텄다.


[경제는 내가 반드시 잡겠다!]


세종은 우선 경제육전ㆍ경제법을 만들어 시장 질서를 바로 잡고자 했다. 또 산업 활동에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려는 - 많은 경우, 예나 지금이나 규제완화(deregulation)는 경제 정책의 성공에 가장 큰 경향을 미친다 - 정부 시책들을 마련했다. 또 경제 발전의 재원조달을 위해 각종 세법을 정리했다. 공법(貢法)은 이를 반영한 것이었다. 또한 조세와 정부 지출의 체계적인 방법을 유도해서 국가 경영의 기본적인 틀을 마련했다. 화폐경제의 점차적인 도입으로 ‘조선통보’라는 화폐가 유통됨으로써 실물과 화폐 경제를 연결하여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하게 했다.

이처럼 경제 분야는 가장 핵심적인 영역이었고, 세종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경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 그것이 세종 정부가 해야 할 일이었고, 경제의 맥을 제대로 짚는 것이었다.


ⓒ전경일, <창조의 CEO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