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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넬레스키, 실험과 도전으로 새 시대의 건축을 열다

전경일 2024. 10. 30. 18:55

르네상스 최고의 건축가는 단연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다.

그는 새 시대에 맞는 건축이 어떠해야 하는지 깨우친 선각자였다. 새 시대의 도시는 질서와 조화의 원리에 의해 구성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피렌체와 같이 중세적 공간 조직을 가진 도시에서는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절한 장소에 강력한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의 작업은 바로 이런 생각에 바탕을 둔다.

피렌체 대성당의 거대한 돔은바로 그의 이런 철학을 반영한 것이었다. 특정한 장소에서 발산하는 강력한 ‘질서의 힘’이 도시 전체의 공간 구성에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다.

그러면 이 위대한 건축물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1366~7년에 피렌체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돔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돔을 세우기 위한 드럼은 진작 완성되어 있었지만, 워낙 높은 위치다 보니 중앙 받침대(몰타르가 굳을 때까지 석재를 떠받치는 일시적인 구조물) 없이 돔을 닫을 방법을 고민해야만 했다. 설혹 견고한 들보를 만든다 하더라도, 91m 높이까지 이런 구조물을 끌어올릴 수도 없었다.

대성당 건립을 책임지게 된 모직업 길드에서는 대성당 위에 돔을 얹기 위해 앞서 설계 공모전을 벌였다. 그런데 이 공모전에서 놀랍게도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브루넬레스키의 안이 채택되었다.

브루넬레스키의 안은 너무나도 혁신적이어서, 다른 모든 안들이 진부하고 케케묵은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이는 이후 모든 르네상스 양식 돔의 모델이 되었다.

그의 계획을 이해하지 못했던 당시 피렌체의 건설업자들은 브루넬레스키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하지만, 브루넬레스키는 끝까지 본인의 생각을 관철시켰다. 그는 여러 개의 테스트 모델을 만들어서 주위 사람들을 설득했다.

브루넬레스키는 그물식 버팀목 뼈대가 지탱하는 이중 지붕을 계획했다. 그중에서 8개 구조물은 외부에서 보이지만 16개의 구조물은 이중 지붕 사이에 감춰져 보이지 않는다. 당시에는 체계적인 구조역학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수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돔의 안정된 형태를 만들었다.

 

마침내 거대한 돔이 완성되었고, 피렌체 대성당은 전례가 없는 공학 기술의 승리로 칭송받게 되었다. 성당의 돔은 새로운 시대, 피렌체 르네상스의 상징으로 우뚝 섰다.

그렇다면 이같은 다양한 고안과 기법을 브루넬레스키는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발명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브루넬레스키는 옛날, 바로 이곳 피렌체 대성당의 세례당 문 설계 공모전에 도전한 적이 있다. 그러나 2등에 그치고 만 그는 절치부심하여 로마로 가서 고대의 예술과 건축을 섭렵했다. 그가 다시 피렌체로 돌아왔을 때는 중세를 거치면서 사라진 그리스·로마의 기술을 온전히 습득한 상태였다. 이러한 실험과 도전 정신으로 브루넬레스키는 첨단 기계들을 발명하기도 하면서 재능을 드러냈던 것이다. 

브루넬레스키의 놀라운 위업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에 실험하고 도전했던 그의 대담성에 기인한다. 브루넬레스키의 이야기가 오늘날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멈출 줄 모르는 창의성은 전인미답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명확한 사실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