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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CEO 세종] 멀티 플레이어의 시간전략: 시간은 ‘간종법’을 써서 활용하라

전경일 2009. 2. 3. 17:49
 

세종의 이런 방식은 그대로 두 세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병렬적으로 처리하는 ‘멀티플레이어’ 전술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업무 혁신ㆍ프로세스 혁신이었다. 세종은 이처럼 동시에 병렬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갈 때, 효과도 높고, 결과도 만족스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는 국가 인프라 확충과 관련된 여러 작업 중에서 핵심 사업의 하나로 평가된 행정 제도 개편도 다른 프로젝트들과 동시에 연동해 실행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신생 조선이 중앙집권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구와 토지에 대한 관리가 중요했다. 자신이 다스리고 있는 땅이 얼마나 되는지, 거기에 백성들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 그것을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경영의 가장 기초적인 자료였다. 그리고 이러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제도적 밑받침도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중앙 집권, 즉 CEO의 국가 지분이 절대적이며 안정적인 상태가 되는 것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고려도 온갖 제도를 다 동원해 보았으나, 결국 지방 세력을 편입시키는데 500년이나 소모하지 않았었던가! 따라서 조선은 국가 차원의 개혁조치를 통해 인구와 토지비례에 근거한 군현제를 실시함으로써 지방 호족의 세력을 무력화시켜야만 했다. 제도와 조직을 바꿔 버리는 ‘새로운 룰’을 통해 세종은 그들의 과도한 ‘힘’을 빼고자 했던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과 새로운 룰(Rule)간의 상관관계]


그 일환으로 세종은 속현(屬縣)과 향(鄕)ㆍ소(所)ㆍ부곡(部曲) 등 지방 호족들의 관할 구역이자 세력 거점인 임내(任內)를 모두 없애 버리고, 수령이 직접 통치하는 300여개의 군현으로 행정 구역을 개편했다. 그리고 그 밑에 면리(面里), 오가작통(五家作統)을 두었다. 하지만 이것이 완전한 중앙집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제도를 만든다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항을 무력화 시켜 마침내 편입시켜 버리는 기능이 있다. 세종은 전임 CEO들처럼 힘으로 밀어 붙이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문치(文治)로 서서히 물들여 나가는 방식을취했다. 이런 방식으로 세종은 행정구역 개편 조치를 단행했고, 서서히 중앙집권체제의 기틀을 갖추고자 했다. 이것은 실로 전임 CEO인 태종 때부터 시작돼 세종에게까지 이어진 신생 조선의 숙원 사업이었다. 그리고 이 사업을 통해 세종은 그보다 중요한 것을 얻었으니, 그것이 바로「훈민정음」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이들이 정말 내 백성들이냐?]


세종이 삶의 현장에서 만난 백성은 실로 가당치 않았다. 그들의 열악한 생활상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은 ‘스스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시러 펴지 못하는’ 절대 문맹 속에 놓여 있었다. 눈뜬장님과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가슴을 더욱 찢어지게 한 것은, 그들은 하나 같이 너무 순진무구해 이리저리 채이고 짓밟히며 기득권층에게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세종은 기가 막혔다. 그것은 ‘딱한’ 정도가 아니었다. 자신이 경영을 한답시고 맡은 이 나라의 백성들이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결코 ‘경영’이 아니었다. 그들과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과연 어떻게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국가 시책을 알리고 이를 따르게 할 수 있겠는가 싶었다. 그렇다면, 거기엔 설득은 없고, 오로지 강제만이 있을 뿐이다.

세종은 ‘글자’가 필요했다. 누구나 쉽게 알아 볼 수 있고, 말하는 것을 그대로 적어 내려갈 수 있는 매우 단순ㆍ명료한, 그러면서도 어떤 소리든, 무슨 뜻과 음이든, 완벽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바로 그런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O/S가 필요했다. 「훈민정음」은 바로 이같은 배경하에 만들어 졌다.


[세종으로부터 배우는 경영 정신]


* CEO의 도덕성과 능률성, 그리고 투명성은 경영상의 강력한 기준이 되어 준다. 이를 확고히 하라. 그것이 당신의 경영을 선명하게 부각시켜 줄 것이다.


* CEO는 자신의 경영상의 발자취가 후대에 선례가 된다는 점을 깊이 고려해서 행동해야 한다. 스스로 스타의식을 가져서는 결코 ‘낯 내기용’ 이상의 실적밖에 낼 수 없다.


* CEO의 노력에는 결코 ‘자기만족’ 이 있어서는 안 된다. CEO가 문제 속으로 뛰어 들어가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이유는 그가 바로 ‘자기만족’에서 초월해 있기 때문이다. 초월하라. 이것이 필요하다.


* 만일 당신이 창업 CEO라면, 당신은 ‘사업과의 관계’를 내면화하는데 성공해야 한다. 그것이 커다란 성공요인이며, 동시에 당신의 사업이 오랫동안 이어지도록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 된다.


* 창업과 수성의 과정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만일, 사업에서 끝나는 게 있다면, 언젠가 과정은 끝나게 될 거라는 것이다.


* 전임자로부터 물려받은 게 별로 없다고 불평하지 마라. 만일 당신이 그로부터 제대로 물려받았다고 한다면, 당신이 할 일이란 무엇인가? 그건 당신이 물려받은 것만을 지키고 싶어 한 매우 수동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작은 자기 바램은 결코 당신을 크게 만들지 못한다.


* 크고 작은 성과 보다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관심을 기울여라. ‘기틀’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음으로 그 무엇보다도 오래간다.


* 어떤 CEO가 이끄느냐에 따라 조직은 운명이 바뀐다. 당신이 입바른 소리가 아닌, 정말 책임지고 할 수 있다면, 힘을 모으는데 주저하지 말라. 이 점을 확실하게 해 놓지 않는 한, 당신은 결코 ‘중앙집권적’으로 일을 끌고 나가지 못할 것이다. 이건 결코 ‘강제적’이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이 차이를 알라.


* ‘잉여’를 만들라. 그럴 때 당신은 자신이 꿈꾸어 왔던 인생의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ㆍ지혜ㆍ경험을 제대로 경작하라. ‘간종법’의 지혜는 어디에서나 통용된다. 이것이 조직에 적용되면, 조직은 바로 업무 혁신과 프로세스 혁신을 가져오게 된다.


* 자신이 다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이며, 얼마나 되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책임 하에 있는지,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만일 당신이 이것을 모른다면, 당신은 가장 근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세력이 있다면, ‘새로운 룰’을 통해 그들의 ‘과도한 힘’을 빼라. 그들이 힘을 가지고 있는 한, 당신은 결코 힘 있게 일을 추진해 나가지 못할 것이다.


* 혹시 당신의 조직엔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시러 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조직 내 그런 사람들을 잘 보라. 그들이 있다는 건, 당신이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전경일, <창조의 CEO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