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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공행상을 엄격히 시행하라

전경일 2025. 6. 20. 14:46

어느 전쟁이건 큰 전쟁이 끝나고 나면 종전의식을 거행해야 한다. 전쟁의 목적이 패권 추구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진 (晉) 문공은 회맹을 주관했다. 전쟁이 끝나자 문공은 승전국인 제나라, 송나라 군주는 물론, 패전국인 정나라와 채나라 군주, 억류하고 있던 위나라 군주, 거나라 군주를 불러 천토(踐土)에서 회맹을 주관했다. 그러나 이 회맹은 완전하지 않았다. 진(秦) 나라와 진(陳) 나라가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해 겨울에는 이 두 진나라를 모두 불러 온 땅에서 회맹을 주관하고 천자도 불렀다. 제후가 천자를 오라고 한 것이다. 공자는 『춘추』를 편집하면서 문공이 천자를 불렀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에둘러 표현했다.

 

“천자가 하양 (河陽)으로 사냥을 나갔다.”

 

그러나 이런 기록으로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회맹 자리에서 문공은 패자로서 진(晉) 나라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들을 정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문공은 이리하여 명실공히 춘추의 두 번째 패자가 되었다.

 

이제 문공이 추진한 구체적인 전후처리 과정을 살펴보자.

문공은 전쟁에서 군율을 어긴 이들은 처형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먼저 전쟁 중에 군령을 어긴 기만(祁滿)을 진중에서 공개 처형했다. 승리 후 문공의 전차를 조종하던 주지교(舟之僑)가 대형을 어기고 먼저 귀국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자 그도 군사들이 보는 앞에서 죽였다. 전투가 점점 더 살기등등해지면서 군령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고 군사들을 전공에 따라 포상했다. 논공행상을 하면서 문공은 호언(狐偃)에게 최고의 영예를 돌렸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말했다.

 

“성복의 싸움은 선진(先軫)의 책략으로 이긴 것이 아닙니까?”

 

그러자 문공이 이렇게 대답했다.

“성복의 싸움에서 호언은 과인에게 신의를 잃지 말라고 했소. 선진은 ‘군사란 이기는 것이 최선입니다’라고 말했고, 나는 그 말을 채납하여 승리를 얻었소. 그러나 선진의 말은 어떤 한때에 들어맞는 말일 뿐이고, 호언의 말은 만세에 남을 공이오. 그러니 어찌 한때의 이익을 만세의 공보다 위에 둘 수 있겠소? 그래서 호언을 앞에 둔 것이오.”

 

문공의 원칙은 명백했다. 벌줄 자는 단호하게 벌주고, 상을 줄 자는 확실하게 상을 주는 것이었다. 문공은 전쟁과 전투의 차이를 구분할 줄 알았다. 또 전쟁을 통치에 연결하는 방식도 알고 있었다. 전투에서 이기는 것은 하요,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중이요, 정치에서 이기는 것이 상이라는 것이다. 논공행상을 철저히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조금도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