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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CEO 세종] 회의와 비서실 운영에 강한 세종

전경일 2009. 2. 3. 18:10
 

세종은 회의와 비서실 운영에도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여론을 종합하는 기능과 더불어 정책 실시에 있어 충격을 완화하고 이견을 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세종시대 국정 운영의 방식의 하나는 의정부ㆍ6조ㆍ대간 등 정치의 핵심 기관으로부터 국사가 상달되고, 왕의 재가를 받아 시행하는 것이었다. 상달되는 상소ㆍ계의 내용은 바로 그 시대 국가 경영의 내용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안’이 밑에서부터 올라가게 함으로써, ‘밑’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는 차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세종이 취한 또 다른 방식은 CEO가 의정부ㆍ6조 및 중신들을 불러 국정을 직접 논의케 하는 것이었다. 이것 또한 군주의 독단에 의한 국가 경영이 아니라, 이견을 수렴하는 회의라는 차원에서 매우 열려있는 경영의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세종은 그야말로 민주적인 방식과 절차에 따라 일이 매끄럽게 처리되도록 했다. 비록 CEO가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일이 되도록 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보기에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한편으로 세종이 취한 또 다른 방식은 현안의 문제에 대해 전문가 집단에게 리서치, 보고 자료, 백 데이타 등을 조사하고, 검토해 그 결과를 보고 시행하도록 한 것이었다. 이 경우에는 CEO가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경우에 있어서도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일은 없었다. 실제 세종의 이러한 방식은 최상의 결론에 이르기 위한 세심한 정책적 고려에서 나왔다.


[비서실 운영을 탄력 있게 하라]


한편, 세종은 비서실의 기능을 강화했다. 세종시대 국정 운영에서 주목되는 특징의 하나인 승정원의 경영 일선에의 참여가 바로 이것이다. 본래 승정원은 왕명 출납을 업무로 하는 비서실이었다. 흔히 요즘 기업에선 주로 ‘구조본(예전의 비서실)’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CEO의 의지에 의해 승정원의 힘은 약해 질 수도, 강해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세종은 세종 10년대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국가 경영이 구체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하자 승정원을 강화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세종 13년 이후에는 승정원에서 아예 대소 국사를 먼저 논의케 했다. 또한 지신사(知申事)와 대언(代言)들을 의정부나 6조에 보내 국가 경영상의 문제를 논의하게 했다. 이 때 세종은 지금의 비서실장에 해당되는 지신사 안숭선을 의정부 또는 정승들에게 보내 빈번하게 국정을 의논케 했다. 승지들을 의정부에 보내 국정을 의논케 하는 일은 그 후로 하나의 관행이 되었다.

이처럼 세종의 조직 운영방식은 다양한 방식으로 크로스 체크(cross check)를 하는 기본틀을 유지해 가면서도, 전문가 집단의 구체적 조사와 자료를 참고하고, 회의와 비서실 운영을 통해 정책 조정을 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 운영이 힘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엔 CEO 자신의 정직하고 열린 자세로 국정을 운영해 나가려는 자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는 세종이 실로 조직운영의 달인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세종으로부터 배우는 경영 정신]


* 조직 내 ‘라이트 사이징(right sizing)’의 필요성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적기와 적소를 찾아내 이를 실행하는 것이다. 메스가 수술실 밖에서 쓰이면 그것은 그저 여느 칼과 다를 바 없다.


* 연공서열과 능력을 잘 배합하는 것이 조직 내 인사 관리의 키 포인트이다. 능력에 근거한 인사 제도는 인재를 심층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쓰인다.


* 형식상의 직책인 ‘유급산직(有給散職)’은 없애 버려라. 오늘날 기업 내 ‘한직’은 능력에 따라 발탁된 인재들의 활동을 억제한다. 효율성은 개혁 없이는 결코 얻어지지 않는다.


* 인사ㆍ조직관리의 핵심은 형평성에 근거한 운용과 함께 상대의 심리를 장악해 나가는 심리적 경영 기법이 뒤따라야 한다. 반발 없는 ‘인사’는 없다. CEO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기대’를 인지시켜야 한다.


*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그것을 시정하라. 만일 이 일에 소홀하면, 훗날 가장 큰 문제 거리로 대두될 것이다.


* 작은 실수보다도 큰 공을 높이 평가하라. 작은 실수에 질책만 뒤따르면 복지부동은 어디서고 일어난다.


* 조직 내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라. 가끔은 충격 요법도 써라.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조직 내 ‘숨통’을 열어 놓아 인재들이 질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반드시 다양한 방식으로 크로스 체크(cross check)를 하라. 전문가 집단의 구체적 조사와 자료를 참고하라.


* 조직 내 정직하고 열린 환경을 열어 나가라. 닫힌 공기는 결코 조직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경일, <창조의 CEO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