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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CEO 세종] 비전의 창조자, 미래의 전도사가 되라

전경일 2009. 2. 3. 18:14
 

한 나라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기 위해선, 변화에 앞서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다음으로 변화를 깨달은 사람들이 있었으며, 그것을 자기 식대로 다시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이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처음의 변화에 있던 사람들과 나중에 있던 사람들이 현저히 다르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때에는 - 숫자로만 보면 - 맨 마지막에 단 한 사람만 남기도 한다.

세종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생에 끝까지 자신의 국가 경영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그로 인해 역사를 초월한 경영의 비전을 열어 젖혔다. 그것은 이 땅에 국가 경영을 하겠다고 등장했던 뭇 제왕들 중에서 그가 실로 유일무이하게 새로운 국가경영의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결코 성과에 기반한 ‘업적’만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이상의 항구성을 지닌 파급력ㆍ영향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세세년년 이어지는 민족의 ‘자부심’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국가경영의 비전을 제시하다]


세종이 한 나라의 CEO로서 초유의 업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변혁의 시대를 살았던 CEO였기 때문이다. 파도 없는 배의 선장은 그리 할 일이 많지 않다. 역사가 그리 ‘다감(多感)’하게 받아들이지도 않으며, 역사의 테마가 되지도 않는다. 세종은 개인적으로도 자신이 처한 현실을 통해 자신을 뛰어 넘는 비전을 열어젖히고자 했다. 그는 전임 CEO들이 저질렀던 ‘피의 시대’를 넘어섰다.

그 자신 장남도 아니었고 - 그 당시에는 왕조의 변화와 세력다툼이 요동치는 시기였다! - ‘살아남기’ 위해 중도와 균형 그리고 사회적 합의에 의한 경영을 이끌어 내야 할 필요성을 알고 현명하게 대처했다. 양녕ㆍ효령 두 형들을 제치고 발탁되었을 때 세종의 심적 부담이란 실로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새 왕조의 존립과 번성을 위해 피의 제왕이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태종 - 그는 반대세력은 물론이고, 외척까지 샅샅이 쳐버린 서슬 퍼런 통치자였다. - 의 모습을 보고 자란 세종의 가슴에는 어떠한 생각이 흘렀을까? 문민지도자의 안정적 미래를 가로 막는 모든 장애물을 없애겠다는 전임 CEO의 의지가 전해졌을까? 아니면, 전임 CEO와 같은 피와 음모와 술수의 경영이 아닌 덕과 인을 기초로 한 ‘생생지락(生生之樂)’의 경영을 하겠다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생각이었을까?


세종은 오랜 시간을 두고 고심했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결단을 내린다. 그것은 바로 자신과 신생 조선의 비전을 바로 세우고 이를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우선, 신생 조선에 현존하는 광범위한 욕구들이 무엇인지 알고자 했다.

그가 알게 된 조선의 현실은 매우 열악했다. 백성으로 하여금 ‘살아가는 즐거움(生生之樂)’을 누리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장 최우선의 경영 과제이자, 목표가 되었다. 그럼으로써 백성들에게 ‘행복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그의 경영 철학인 ‘위민(爲民) 경영’과 ‘상생(相生) 의식’을 심화시키는데 주요한 기준이 되었다. 이는 실제 세종의 경영에서 인도주의와 실용주의 그리고 융화주의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된다. 그리하여 그는 책 속에서 배웠던 ‘역사’를 자신의 경영에 끌어들여 이를 더욱 갈고 다듬었다.


세종에게 있어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국가 경영의 원칙과 방법을 배우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목표’를 만들고, ‘수단’을 만들었으며, ‘비전’을 만들고, 이를 자신과 함께 수행할 ‘인재’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런 인재들로 하여금 정치ㆍ경제ㆍ사회ㆍ외교ㆍ기술ㆍ문화의 모든 방면에서 새로운 도약을 하도록 고무했다. 그의 목표는 ‘조선의 르네상스’였다.


[비전을 발견하고, 퍼뜨리고, 밀고 나가라]


그의 이렇듯 거대한 비전은 창업한지 채 30년도 안된 신생 조선을 그가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도록 했다. 그것은 실로 매우 멀리 내다보는 것이어서 당대의 사람들에게 조차 어떤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라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의 비전은 조선이 현재 처한 상태와 미래에 그러해야 할 모습의 차이점에 대한 발견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는 비전을 만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비전을 알리는 데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그것은 바로 세종이 백성과 더불어 미래를 공유하는 방식이었고, 자신이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크고 원대하게 비전을 추구해 나가는 혁신자라는 사실을 역사에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가 직접 쓴 「훈민정음」 서문은 이를 웅변적으로 잘 보여 주고 있다.


세종은 자신의 비전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합리적이며 매력적으로 보이는 실천전략을 제시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의 목표는 계속 변화해 나갔고, 그는 그것이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일을 통해 세종은 행복했다. 국가 경영상의 모든 업적들은 그가 반드시 이룩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그 자신에게도 개인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것들이었다. 그의 삶은 결코 일에서 떨어져 나와 방황하지 않았다.

이러한 세종의 열정은 그가 숨을 거둘 때까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열망은 훗날 수많은 국가 CEO들이 그를 ‘참조(reference)’하는 하나의 ‘명확한 기준’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오늘날 국가 CEO가 된 자들이 그의 묘역을 알현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세종으로부터 배우는 경영 정신]


* ‘변화’를 다시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이 되어라. 이는 ‘변화’에 역행(逆行)하라는 말이 아니라, ‘변화’를 자신의 현실적 조건에 맞게 다시 바꾸어 나가라는 것을 의미한다.


* 역사를 초월한 경영의 비전을 만드는데 몰두하라. 그것은 반드시 국가나 기업의 새로운 경영 모델이 되어 주어야 한다.


* CEO는 우선 현존하는 광범위한 욕구들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현실 인식이다. 모든 정책과 전략은 바로 여기서 나와야 한다.


* 당신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의 비전’을 심어 주어라. 세종의 경영 철학인 ‘위민(爲民) 경영’과 ‘상생(相生) 의식’은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하나의 기준이다.


* 모든 면에서 새로운 도약을 하도록 고무하라. 목표ㆍ수단ㆍ비전 그리고 이를 수행할 인재도 바로 여기에 부합되어야 한다.


* 비전은 항시 현재 처한 상태와 미래에 그러해야 할 모습의 차이점에 대한 발견에서 나온다. 따라서 비전 수립의 최우선적 과제는 당신이 현실에 접목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감을 잃은 어떠한 비전도 결코 미래와 맞닿지 않는다.


* 자신이 만일 ‘레퍼런스(reference)’와 ‘기준’이 되는 CEO가 될 수 있다면, 당신은 성공한 경영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예를 얻는다는 건 실로 어려운 일이다. 어렵기 때문에 도전해 볼만한 가치도 충분히 있다.


ⓒ전경일, <창조의 CEO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