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일
                 2009. 2. 2. 17:28
              
                          
            산
                            전 경 일
산에 올라본 사람은 알지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다는 것을
앞서다 보면 뒤서게 되고
뒤서다 보면 앞서기도 한다는 것을
엎치락뒤치락 하는 산행이
우리네 사는 것과 꼭같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지
길 위에서 선다는 것은 
불현듯 깔딱고개도 만나야 하고
홀로 너럭바위와도 
맞닥뜨려야 한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있지
때로는 바람의 길을 지나며 
훌훌 털어내 버릴 듯 고함치지만,
천만 개 협곡이 내 안에 
울울창창 들어차 있어 
절로 얼굴 붉히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때가 있지 
산꾼이라면 
지금 오르는 길이 
정상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톳이 후미진 곳으로 
한없이 낮아지는 길이라는 걸
깨닫게 되지
떠남으로써 돌아오는 
길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스스로 몸을 일으켜 본
저 산악은 알고 있지
높은 산일수록 오르기보다 
내려오기가 더 힘들다는 것을
내려오는 길에도 오르막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지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전경일. <CEO 산에서 경영을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