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준엄한 꾸짖음
1. “만약 한사람의 백성이라도 굶어 죽는 자가 있다면, 감사와 수령에게 죄를 묻겠다.”(세종 원년 2월 12일)
2. “사옥관(司獄官)이 마음을 써 살피지 아니하여 수인(囚人)이 큰 추위와 무더위에 혹은 질병에 걸리고 혹은 얼고 굶어 비명에 죽는 일이 없지 않으니 참으로 불쌍하다. 중외의 관리들은 나의 지극한 마음을 따라 무시로 친히 살피고..구호하라. 그 중 마음을 써 봉행하지 않는 자는 엄히 규찰하여 다스리라.”(세종 7년 5월 1일)
3. 국가 CEO라는 직업은“오로지 애민하는 것이다.”(세종19년 1월 22일)
나라 안이 온통 혼란스럽고, 서민들은 생계가 끊겨 갈 곳 없는 안타까운 일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바로 국가 경영이 문제다. 단언적으로 말하자면, 백성을 위해 국가 경영에 공헌토록 한 자들이 스스로의 책무를 망각하거나, 역량 부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혼동을 가져오는 현실 문제는 바로 국가 경영상의 문제 일 터, 세종 집권 기간에 국가 CEO 로서 세종의 애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위와 같은 언사가 한가로이 들리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세종은 국가 CEO가 되면서 원칙으로 지켜 나가고자 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 시대 유교적 경영 철학하에 덕과 인의 경영, 경제적 풍요의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오죽 했으면 앞서 말한 것처럼 국왕의 임무는 오로지 백성 사랑에 있다고 할 정도였겠는가?
그런 세종은 훗날 문종이 되는 왕세자에게 국가 경영에 대해 지침을 내릴 때에도 다음과 같이 언명함으로써 국왕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냈다.
“아아! 하늘은 친함이 없고 오직 덕(德) 있음에 돕는다. 어짐으로써 또 성장하여서 백성을 보살펴 갈 권한을 받았으니 검소함과 관대함을 다하여 나라의 경사스러움을 더해 갈 것이다.”
세종은 CEO 란 덕(德)을 바탕으로 천인일치(天人一致)의 경영, 즉 하늘의 도리를 깊이 깨달아 백성을 위해 실천해 나가는 경영을 펼쳤다. 그의 이런 경영철학은 만인지상인 국가 CEO도 하늘인 백성 아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하늘의 뜻을 잘 알아 조심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바로 백성을 잘 보살피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의 ‘위민(爲民)’사상은 녹아 있다.
그리하여 백성의 생활을 직접 관할하는 수령과 감사들에게 백성에 대한 배려를 철저히 할 것을 강조하여, 이같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세종이 새로 임명된 수령을 일일이 접견하고 이들에게 백성의 진휼을 신신당부한 것은 바로 그가 ‘백성을 위한 경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겠다고 맹세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비조차 ‘천민(天民)’이라 표현한 것은 그 시대 백성에 대한 절대 사랑의 극치를 보여준다.
세종이 이렇듯 백성 사랑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된 데에는 유교적 이념, 즉 “국가 CEO는 하늘을 대신하여 만물을 다스린다”는 ‘대천이물(代天而物)’의 사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늘을 두려워하다보니 당연히 국가경영의 대상이자 목표이며, 동시에 경영 자체를 존립케 하는 원천인 백성에 대해 항시 조심하고 염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세종은 19년 매서운 초봄에 “역질이 크게 유행하여 주린 사람이 병에 걸리면 곧 죽었고, 나무껍질을 벗기거나 뿌리를 캐어 먹고 처자를 보전하지 못해 아이를 길에 내다 버리는” 처참하고 비극적 상황에 접해 실로 하늘과 백성을 우러러 가슴을 치며 자신의 경영을 스스로 반성하고, 책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참담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나온 것 중 하나가 바로 농법의 획기적인 개선이었으며, 식량 문제와 국민 의료 문제의 해법이었다. 농업이 경제의 핵심인 당시에 경제 문제에 대한 해결의 열쇠는 농법 개선이 크게 작용했다. 다시말해 농업 생산성 증대가 가장 시급했다.
이는 지금으로 얘기하자면 고용 증대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으므로써 백성들의 삶을 개선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백성들의 삶의 조건을 개선시키지 못한다면 과연 그것이 경영을 제대로 하는 것인가? 세종은 그렇게 결의를 다졌음직하다. 바로 그런 걸 그는 국가 CEO의 의무감으로 받아 들였던 것이다.
여기에는 관료집단과 백성이 따로 없었다. 나라안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 일체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백성들이 세종의 리더십을 따르고 그를 우러러 몸소 흠모하고 추앙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진정한 국가 경영의 도를 실천하고 있는가?
난국을 실사구시로 해결해 나가는 리더만이 역사는 기억한다는 사실을 뼈에 깊게 새길 때, 기업의 경영자든 국가 경영자든 어떤 경영 자세로 현실에 임해야 할 지 알게 될 것이다. 세종의 준엄한 꾸짖음이 귓가에 울린다. ⓒ전경일, <창조의 CEO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