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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CEO 세종] 스킨십 경영을 하라

전경일 2009. 2. 3. 17:18

‘정서적 교감’은 ‘스킨십(skinship)’ 경영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렇듯 ‘스킨십(skinship)’으로 표현될 수 있는 ‘친밀함(intimacy)의 경영’은 언제나 리더로 하여금 소프트 이미지를 불어 넣게 해 줌으로써 부드러운 팀웍을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케 한다.


세종은 스킨십 경영을 적극 활용했다. 이러한 세종의 경영 방식은 쇼맨쉽이 아닌, 훌륭한 인성(仁性)에서 자연스럽게 흘러 나온 것이다. 그의 스킨십 경영은 신하와 자신, 그리고 일과의 관계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가 진행한 프로젝트가 하나같이 ‘성과’의 수준을 뛰어넘어 예술적 경지로 승화된 것은 바로 이러한 인적 관리 능력에서 나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 자신의 신념을 팀원들이 마음속에 깊이 새기도록 한 스킨십 경영의 결과이기도 했다. 그것은 다른 한편으로 그가 보여준 매우 탁월한 용인술의 한 측면이었다.


[정감으로 압도하라]


세종은 언제나 목표뿐만 아니라, 목표를 대하는 철학과 신념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분명 용광로와 같은 열정이 있었다. 이같은 ‘열정’은 신하들에 대한 ‘우의’와 ‘따뜻함’으로 이어져 그들의 마음속에 깊이 스며들었다. 그리하여 신하들은 CEO가 원하는 대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 움직여 주었던 것이다. 세종은 이처럼 ‘심금을 울리는 경영’을 했다.


뿐만아니라 대부분 프로젝트에 CEO가 참여했으나, 그것은 언제나 ‘간섭’이 아닌 ‘관심’으로 표현되었다. 상대의 정감은 그렇게 압도되었다. 이러한 세종의 스킨십 경영은 집현전에서 밤새도록 연구하다가 잠이 든 신숙주에게 자신의 겉옷을 덮어줬다는 얘기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더욱 극치를 더 했다. 그것은 세종을 ‘자애로운 소프트 리더’로 만드는데 결코 손색이 없었다. 『필원잡기』 에 실려 있는 다음의 글은 이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세종이 인재를 기르는 데 탁월한 안목이 있었으니, 그 어느 임금보다도 높고 빼어났다. 집현전 선비들은 번갈아 숙직하였는데, 그들을 아끼고 대접함이 융숭하였으니, 모두 영주(신선이 사는 곳)에 오른 것처럼 하였다. 어느 날, 해가 저물고 밤이 되었는데, 어린 내시에게 숙직하는 선비가 무엇을 하는가를 엿보게 하였다. 바야흐로 신숙주가 촛불을 켜놓고 글을 읽고 있었다. 내시가 돌아와 아뢰기를 ‘말씀대로 서너 번이나 가서 보아도 글 읽기를 끝내지 않다가 닭이 울자 비로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하니, 임금이 이를 가상하게 여겨 돈피 갖옷을 벗어 그가 잠이 들 때를 기다려 그 위에 덮어주게 하였다. 신숙주가 아침에 일어나서 이 일을 알게 되었고, 선비들은 이 소문을 듣고 더욱 학문에 힘을 쓰게 되었다.”


세종은 실로 ‘휴먼 터치’에 강한 경영자였다.

그러나 세종의 ‘친밀함’은 언제나 절제된 것이었다. 자신의 총애를 받던 궁녀가 그 ‘친밀함’ - 남녀 사이에는 친해질 방법이 훨씬 더 많지 않은가! - 을 믿고 자신의 오라비를 승진시켜 달라고 인사 청탁을 하자, 그는 바로 다음날 그녀를 궁 밖으로 내쫓아 버렸던 것이다! ‘사랑’을 무기로 인사에 관여 한다면, 종국엔 더 큰 일을 저지를 것을 세종은 염려했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당대 음악의 거장인 박연의 경우가 있다. 박연은 아악 정리와 신악 창제의 과정에서 CEO의 각별한 관심을 받았으나, 그 자신 지나친 친중국적 음악관을 가지고 있어 세종으로부터 지적을 받게 된다.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일을 할 경우에 세종은 언제나 그 누구에게든 ‘친밀함의 덧’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줬던 것이다.


[같이 목욕 할 텨? ]


군주 시대라서 자신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 CEO의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기는 했지만, 그러나 그를 따르던 신하들은 결코 마지못해 따르는, 그런 식이 아니었다. 세종 밑에 있던 모든 신하들의 특징은 그들 나름대로 ‘내부로부터 타올랐다’는 점이 여느 시대의 인재들과 다르다. CEO가 보여준 스킨십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추진체가 되어 표적 앞으로 날아갔다.


여기에는 보다 원초적인 스킨십도 작용했다. 세종은 여러 차례 온천에 갔었고, 그 때마다 신하들과 더불어 시로써 화답을 했다. 또한 함께 간 신하들에게도 온천욕을 베풀기도 했다. 물론, 같은 탕 안에, 수건 하나 달랑 들고 같이 뛰어 들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CEO와 더불어 같이 목욕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서로의 스킨십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임은 분명했다. 예나 지금이나 같이 목욕까지 한 사이치고, 친해지지 않을 사람이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세종을 평가하는 요소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1) 인간미 넘치는 군주(爲民主義) 2)공평무사 3)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던 인물도 그를 만나면 날개를 달았다. 4) 미활용 지식의 활용자, 쓸모 있는 지식의 재활용자. 이와 같은 그에 대한 평가는 매우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러한 자질과 함께 친밀함의 경영은 세종을 돋보이게 하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전경일, <창조의 CEO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