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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연구소284

[아버지 마음] 가끔씩은 천천히 가는 거지 뭐 “농촌 생활은 좀 어떠냐?” “시골이라서 바뀔 것도 없지, 뭐. 후후...” 오랫동안 못 만난 대학친구를 동창 어머님 팔순 잔치에서 만났다. 근처 다방으로 몰려간 친구들은 서로의 근황을 묻느라 얘기에 여념 없었고, 나는 말없이 기대앉은 시골친구를 바라봤다. 그에 대한 나의 기억은 강렬하다. 작은 키에 다부진 팔뚝을 걷어 부치고 늘 저돌적인 모습으로 세상을 응시하는 이미지로 내게 남아 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대학을 떠난 지 이 십여 년만의 일이었고, 삶과의 싸움에 화염처럼 그을린 얼굴들이 거기에 놓여 있었다. 이마엔 영락없이 시간이 든 회초리 흔적이 선명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만남이 가져오는 짧은 순간의 어색함이란... 겸연쩍어 비싯 웃음이 났다. 궁색한 시골 살림살이는 외모에 그대.. 2012. 2. 2.
40대의 숲은 다르다 40대의 숲은 다르다 40대는 거추장스러운 나이다. 이전 세대에 대한 부채감에서 결코 자유스럽지 못하다. 그만큼 한 세대를 만들기 위해 전세대가 기울인 노력은 지난하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소 팔고 논 팔아 학비를 대야 했던 농투사니 부모님을 기억할 것이다. 경우는 달라도 바로 그런 부모님을 둔 세대다. 산업 시대서 정보 시대로 넘어온 만큼 누릴 수 있는 사회적 풍요도 이전 세대나 이후 세대와 많이 다르다. 겪어온 역사적 환경도 남다르다. 이전 세대가 극단의 이념 대결 양상을 띤 반면, 40대는 참여적 입장을 띠면서도, 객관적 시각을 지니려고 부단히 노력한 세대다. 앞의 세대로부터는 철모르는 진보주의자로, 다음 세대로부터는 아직도 이념에 찌든 보수주의자로 인식되기에 십상이다. 40대는 불완전 시대를 사는.. 2012. 1. 27.
[남왜공정] 왜(倭)의 재침은 없는가? 머리말_왜(倭)의 재침은 없는가? 미쓰비시의 탄광이 있었던 규슈 나가사키 인근 하시마(端島). 이곳에서 식민지 시기 100여명의 한국인 징용자들이 혹사당해 사망했다.(출처: 서울경제 DB) 나의 부친이 징용을 간 사세오마지 대지자 탄광을 나는 아직도 가보지 못했다. 19 세 나이의 아버지의 청춘을 이곳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열아 홉 살 나이에 징용에 끌려가 일본 사세호현 사세오마찌 대지자 탄광에서 해방을 맞이했다. 학교를 다니던 어린 나이, 함춘 나루터에 낚시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면 노무동원 담당자 가와무라를 만난 것이 화근이었다. 그가 “너 몇 살이야?”고 묻고는 횡 하니 자전거를 타고 사라져 버려 여간 꺼림직스럽지 않았는데, 3일 후 불쑥 징용장이 나왔다. 징용에 끌려가던 날 면사무소 앞.. 2012. 1. 18.
창조적 영감의 원천, 00 우리가 아는 것의 대부분은 자연에 있다. 최후의 결정적이고, 통찰력이 번뜩이는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자연을 찾아야 한다. 창조적 마인드를 얻기 위해서도 때로는 밀폐된 사무실을 벗어나야 한다. 사물에 대한 낯설음, 달리보기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경영의 본질을 알게 하기 위해서도 자연으로 나가야 한다. 텃밭에 무성생식하며 뻗어 나가는 잡초의 근종을 관찰하거나, 거미가 허공에 실을 늘어뜨리며 팽팽하게 방사형의 네트워크를 짜는 광경을 관찰해야만 한다. 아프리카 흰개미들이 어떻게 완벽한 통풍과 에어컨디셔닝의 기능이 구비된 건축물을 만드는지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칠게들은 어떻게 포식자가 나타나면 순간적으로 교신을 하며 재빠르게 몸을 감추는지를 알아야 하고, 말(馬)은 어떻게 피로를 줄이는 젖산 분해효소를 생산해 .. 2011. 12. 28.
초발혁신가가 되고 싶다면 만약 인식의 문이 제거된다면, 모든 것들은 무한하게 있는 그대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윌리엄 브레이크, ) 세계적인 혁신가 스티브 잡스의 죽음 앞에 전세계 사람들은 그에 대한 추모를 ‘I sad...'라는 말로 함축적으로 드러냈다. 잡스가 타개한지 3개월여. 잡스가 남긴 것이 무엇인지 전 세계 거의 모든 언론과 기업들은 열광적으로 특집을 내보내며 잡스를 다뤘다. 그런데 정작 수많은 잡스 관련 평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잡스의 혁신이 어디에 있는지 그 본령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잡스를 그토록 혁신의 대명사로 만들어 놓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얼마 전 뉴욕의 한 지인에게 잡스 타계 이후 애플 매장에서의 변화에 대해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매장을 찾는 사람들의 ‘인식’에 있다는 것을 .. 2011. 12. 28.
[헌종] 세상의 격랑에 두 눈을 감고 격랑은 애써 외면한다고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진 세파는 바로 부딪쳐야 살 방도를 찾게 된다. 헌종 연간(1834~1849년)은 조선이 후기로 치달을수록 내․외부적인 도전에 강하게 부딪치는 시기였다. 헌종은 효명세자(익종)과 신정왕후 조씨 사이에서 장남으로 출생해 8세의 어린 나이에 국왕의 자리에 올랐다. 소년왕의 경우 으레 등장하는 외척의 발호와 부정부패는 헌종 대에도 마찬가지였다. 헌종을 만나본다. -왕께서는 어린 나이에 즉위해 역시 대비로부터 수렴청정을 받게 되었지요? 그 만큼 왕권이 휘둘렸다는 얘기가 되는데, 어떠셨는지요? “내 어린 나이에 국왕에 올라 순조의 비인 순원왕후 김씨의 청정을 받게 되었지. 11세가 되었을 때에는 김조근의 딸을 왕비로 받아들이며 안동 김씨의 세도 시대가 열렸고.. 2011.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