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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친구3

[남자 마흔 살의 우정] 일상의 평화, 내 오랜 친구 일상의 평화, 내 오랜 친구 여름휴가로 제주도를 찾았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바다는 남태평양 쪽으로 뻗어 있었다. 끝없이 넓고, 한낮의 햇빛 속에서 코발트빛과 에메랄드빛으로 어우러져 빛나는 바다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바라보며 햇살 아래 누워 있다가 드디어 파라솔 안으로 기어들어와 시원한 음료수를 한잔 마셨다. 이럴 땐 마티니나, 키스오브 파이어 같은 칵테일도 제격일 텐데... 한가롭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시간이었다. 정말 얼마만의 휴가인가? 나는 아내가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것을 보며 휴대폰을 꺼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주도다, 와, 정말 죽인다.” “뭐라고? 누굴 약 올리냐?” 대뜸 저 너머에서 불평이 터져 나왔다. “약을 올린다고? 자식! 그래, 우린 돈 없어 .. 2009. 2. 6.
[남자 마흔 살의 우정] 친구의 인생엔 비가 내렸네 친구의 인생엔 비가 내렸네 “나는 어쩌다가 흠뻑 젖어 버린 셈이지. 비 오는 줄도 모르고 살아온 거야. 내 스스로 나를 유기해 온 것인지도 몰라. 인생 퇴물이 되어 버린 거지. 요즘은 통 의욕이 일지 않네. 이렇게 무감각해진 삶이라니.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회사에 나가고, 너무나 뻔한 일로 목청을 돋우고, 그러다가 집에 돌아올 때쯤이면 말 못 할 정도로 마음은 불안하고 흔들린다네. 사는 게 극도로 피곤하지. 아주 오래 전에 나라는 존재는 닳아 없어진 것 같아. 매일 쓰는 세수 비누처럼 닳고 닳아서 점점 녹고 작아지는 것 같아. 아무 의미 없이 지워지는 그런 존재가 되는 거지…….” 그날, 나는 가슴이 먹먹했다.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고, 그가 걱정되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제법 커다란 평수의 아파.. 2009. 2. 6.
[남자 마흔 살의 우정] 따뜻한 그때 그 술집 따뜻한 그때 그 술집 나처럼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가 하나 있다. 그 친구는 음악이 취미인데, 함께 술을 마시면 어느새 피아노가 놓여 있는 술집으로 나를 이끈다. 거기서 우리는 잔을 부딪쳐가며 애들 크는 얘기를 하고, 회사 얘기를 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처량함과 도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적당히 취하고 나면 친구는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고, 나는 가끔 거기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6월의 넝쿨 장미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나지는 못해도, 10월의 맨드라미처럼 우리는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맨드라미 같은 친구라서 나는 그가 좋다. 서로 생활인으로서 느끼는 고독이나, 아픔에 대해서도 동병상련으로 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는 거 어떠냐?” “다 그렇지, 뭐. 몰라서 물어?” 짧은 대화만.. 2009.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