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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보기고

지도자와 참모가 함께 성공하기 위한 조건

by 전경일 2023. 6. 20.

조직에서 지도자와 참모가 함께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조건이 필요하다. , 지도자는 참모를 잘 쓸 줄 알아야 하고, 참모는 지도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활용과 설득의 변증법이 조직 성공의 요체이다.

 

지도자의 성패는 참모를 제대로 활용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강태공, 관중, 장량(장자방), 소하, 제갈량, 순욱, 야율초재, 유기, 정도전, 한명회 등 인물의 특징은 한 시대를 풍미하고, 성공을 만들어낸 명참모들이라는 점이다. 참모의 성공 여부는 지도자의 성패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한발 먼저 시대의 흐름을 읽고, 지도자가 아이디어를 수용하도록 함으로써 원하는 방향으로 지도자를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용인술의 묘가 있다.

 

장량을 살펴보자. 그는 일개 건달인 유방을 도와 항우를 제압하고 한()왕조를 연 창업공신이다. 유방은 장량에 대해 진중에서 계략을 꾸며 승리를 천리 밖에서 결정지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사마천의 기록에 의하면, 용모가 여인 중에서도 미녀 같았던 장량은 전국시대 7()의 하나인 한()나라에서 역대로 재상을 지낸 집안사람이다. 장량이 유방을 도운 것은 사실 한나라를 멸망시킨 진시황제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다.

 

이밖에도 장량이 유방을 도운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바로 장량이 유방을 보좌한 방식이다. 급할 때에는 장량은 유방이 식사 중일지라도 거침없이 들어가 진언했고, 식탁에 있던 젓가락을 들고 이것 저것 가리키면서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에게는 또 하나 돋보이는 점이 있는데, 그것은 그는 유방을 둘러싸고 있던 고향 출신 인사들인 소하, 조참, 주발 등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나라 건국 후 창업 공신들이 정리될 때 장량만이 살아남았다. 그 이유는 그는 들 때와 날 때를 알았기 때문이다. <사기>에 의하면, 장량은 병약했다고 적고 있다. 병약한 게 오히려 넘치지 않게 행동하는 계기가 됐다.

 

장량은 전투에서 이기는 계책만 꾸민 모신(謀臣)이 아니다. 그의 진면목은 경세가 혹은 전략가로서의 진면목이다. 유방이 항우를 앞질러 관중에 입성했을 때다. 그때까지 항우에 비하면 세력이 미미하기 짝이 없던 유방으로서는 실로 처음으로 맞는 큰 승리였다. 관중에 먼저 들어가는 쪽에게 관중왕의 칭호를 주겠다는 진나라 회왕의 말에 따라 천하를 얻은 셈이었다. 그러나 유방의 군대는 항우 군단의 일개 부대에 불과했다. 욕심을 내다간 뜻을 펴기도 전에 항우에게 짓밟힐 수 있었다. 이때 장량은 냉철하게 정세를 읽고 관중 땅을 항우에게 내주자고 주장했다. 아니나 다를까 화는 피하면서 뒤이어 입성한 항우군이 약탈을 일삼아 유방은 인심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장량은 전투에서 지더라도 전체 전쟁에서 이기는 큰 그림을 그렸다. 병법에도 공심위상(攻心爲上)이 최고의 전략이라고 했다. 상대의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이다. 유방은 관중 땅을 포기했지만 민심을 얻었고, 항우는 관중 땅을 얻었지만 민심을 잃은 결과 천하의 패권은 유방에게도 돌아간다. 권력을 잡았으나 민심을 얻는 건 다른 문제요, 한때의 성공이 영속적일 수 없는 찰나라는 것을 고전은 거울처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