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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통섭과 초영역인재

영역을 뛰어넘는 인재를 육성하는 법

by 전경일 2023. 10. 16.

21세기 필수적인 인재상으로 각광받는 영역을 뛰어넘는 멀티형 인재들은 다양한 지식과 데이터, 경험을 끌어모아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융합형 지식을 만들어 낸다. 문화가 리드하는 통섭형 지식은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원천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답을 사업 영역에 도전하는 기업의 필수적인 인재육성법이 여기 있다.

 

스위스의 역사학자 야코프 부르크하르트는 우오모 우니베르살레(uomo universale)’ , ‘보편적 인간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끄집어 냈다.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사람을 지칭하는 르네상스인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파생된다. 부르크하르트가 모범으로 생각한 인물은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라는 인물이었다. 화가이자 건축가였던 알베르티는 스포츠와 음악, 법률과 수학에도 뛰어났으며, 회화와 조각, 건축에서부터 가족생활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에 관한 글도 썼다.

이보다 유명한 예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있다. 그는 화가, 엔지니어, 자연계와 인간의 신체에 관한 탐구자, 음악가와 조각가, 가장무도회와 기상천외한 움직이는 모형들의 디자이너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다양한 주제에 관한 지식과 음악, 스포츠, 전술, 회화와 글쓰기 같은 실용적인 기술이 결합해 이런 멀티형 인물들이 만들어졌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처럼 멀티형 인재(통섭형 인재)는 복잡계 경영이 나날이 요구되는 21세기 필수적인 인재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과거에는 경험적 지식만으로도 기업 경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영역을 뛰어넘는 크로스오버형 예지력·통찰력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다양성이야말로 기업 경영을 위한 창조적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통섭형 지식을 통해 생각의 뼈대에 살을 붙이고, 지혜를 넓히며, 다른 눈으로 세계를 조망하고, 미래를 예지하며, 현실 사업에서 실질을 구한다. 조직 창의성 분야의 권위자인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테레사 아마빌 교수도 창의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의 하나로, 관련 분야에서의 경험과 지식에 기반한 전문성을 꼽고 있다. 다양성과 경험이 어우러진 인재들은 지식의 통합을 통해 전혀 다른 신지식·신방법을 만들어 낸다. 조직의 정신 근력을 강화해 창조력을 배가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경계를 뛰어넘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습관화하면 된다. 창조적 리더십에는 창조적 습관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이를 훈련을 통해 강화해 나가보자.

 

첫째, ‘?’라는 의문을 제기할 것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어린 시절부터 또래 아이들과 다른 행동을 보였다. 요즘 식으로,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DHD)였다. 하지만 다빈치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높은 집중력과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어린 시절 레오나르도는 어른들을 붙잡고 항시 ?’라는 질문을 연발해 그들을 골치 아프게 했다. 그는 거의 모든 것에 의문을 가졌고 남들이 당연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질문을 퍼부었다.

오늘날 우리는 불확실성의 세계를 살면서 미래를 통찰하기 위한 지혜를 얻으려 노력한다. 그런 희망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변화를 주도하려면 관심과 애정을 기울어야 하며, 그것이 극에 달했을 때 마침내 창조는 찬연한 모습을 드러낸다.

 

둘째, 다양한 관심과 꾸준한 노력을 유지할 것

2002,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는 학사 학위를 가진 민간기업의 젊은 연구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초라해 보이는 지위와 달리, 그가 개발한 단백질 분석법은 혁신적인 레이저 이온화 분리법이었다. 다나카가 다니던 시마드주 제작소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민간기업체로 수십 년 동안 기초과학 인프라를 구축해온 회사로 유명했다. 다나카는 기업이 이룩해 놓은 탄탄한 연구 기반을 활용해 첨단 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창의력을 기르려면 자신의 업무 외에도 다른 업무 영역이나 교양 분야, 예체능 분야 등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아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관심을 갖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면 누구나 창의적인 인재가 될 수 있다.

 

셋째, 내 안의 벽을 허물 것

창조적 결실은 학문 간, 혹은 경험 간의 벽을 허무는 데서 출발한다. 낯선 것과의 만남과 이종결합이 새로움을 낳는다. 고객들의 심적 기반도 가변적이고 복잡한 동기에서 나온다. 따라서 고객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생태계의 변화를 꿰뚫어 보려면 전체로서의 이해와 총체적인 인식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 특히 다른 지식과의 연계성은 이전에는 풀 수 없던 새로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조직 내 경계를 허물어 모든 경험과 지식에 임직원이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21세기를 리드하는 기업이 해야 할 일이다.

 

넷째, 문화적 상상력으로 감성 영토를 개척할 것

아름다움, 창의성, 즐거움, 영감, 시적 감수성은 문화적 상상력에 속한다. 한동안 고객 만족은 단순히 고객 불만 요소를 모두 없애는 것으로 잘못 이해되어 왔다. 고객의 깊은 내면에 뛰어들어 문화와 감성을 공유하지 못하는 기업은 고객으로부터 진정한 충성심을 받아내기 어렵다.

창조적 조직은 고객과의 정서적 교감을 위해 최대한 창의성을 발휘한다. 21세기 기업 인재관의 핵심은 즐거움과 영감, 감수성을 지니도록 구성원을 이끄는 것이다.

문화가 지닌 소트프 요소가 지배하는 경영 시대에 맞게 유연한 인사, 교육 제도야말로 창의성을 배가시키려는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바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