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은 시장의 조류를 획기적으로 변혁시킨 한 남자를 소개한다.

 

하워드 모스코위츠(Howard Moskowitz)는 하버드 대학 출신의 실험심리학 박사였다. 그는 대학원 졸업 후 자신의 전공을 살려 고객의 심리와 반응을 측정하는 컨설팅 업체를 운영했다. 1970년대 초반, 펩시(PepsiCo, Inc.)는 다이어트 콜라 신제품을 출시하려 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스코위츠에게 아스파탐이라는 새로운 물질의 최적화된 함량 비율을 찾아달라고 의뢰했고, 모스코위츠는 너무 싱거운 맛이 나는 8%, 너무 단 맛이 나는 12% 사이에서 적정한 함량을 알아내기 위해 대규모 실험을 기획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8.1~11.9% 사이의 다양한 함량을 가진 샘플을 준비한 뒤 이를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마시게 하고 그 선호도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호도 그래프는 중형곡선, 즉 어느 하나의 비율을 구심점으로 하는 고른 모양이 형성되지 않았다. 도무지 평균치를 찾을 수 없었던 이 실험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에 모스코위츠는 고민에 빠졌다. ‘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을까?’ 수년간의 고민 끝에 그가 얻은 결론은 간단하면서도 엄청난 것이었다. 완벽한 펩시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였던 것이다!

 

처음 이런 그의 생각을 들은 모스코위츠의 고객들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시장을 지배하던 논리는 더 좋은 것, 더 이상적인 것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실현해줄 기업을 찾던 그는 마침내 그의 인생을 뒤바꿔 놓은 고객사, 캠벨수프(Campbell Soup Co.)를 만나게 된다.

 

당시 캠벨수프는 프레고(Prego)’라는 이름의 토마토소스를 출시하였다. 그러나 프레고는 경쟁 제품 라구(Ragu)’에 늘 밀리는 형국이었다. 캠벨수프는 훨씬 더 나은 맛과 품질을 가진 프레고가 라구에 뒤처지는 이유를 알고 싶어했다. 모스코위츠는 곧바로 프레고의 요리사들과 함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45가지 종류의 토마토소스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에게 이들을 맛보게 한 뒤 각 샘플마다 점수를 매기게 했다. 이러한 과정을 수개월 동안 반복한 모스코위츠는 방대한 양의 토마토소스 선호도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미국인들이 세 개의 그룹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곧 단조로운 맛을 좋아하는 그룹, 강한 양념 맛을 좋아하는 그룹, 그리고 과육(果肉)덩어리가 많은 상태를 좋아하는 그룹이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토마토소스에 과육 덩어리가 들어 있는 경우는 없었기에 이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캠벨수프는 즉시 과육 덩어리가 들어간 프레고 소스를 출시했고 이는 10년간 6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면서 캠벨수프의 주력 상품이 되었다.

 

눈여겨 볼 것은, 기존의 기업들이 고객들을 앉혀놓고 어떤 종류의 토마토소스를 원하는지 물었을 때, 그 어떤 미국인도 과육 덩어리가 많이 들어간 소스라고 대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그저 기업이 이상적인것이라고 생각하며 내놓은 제품을 진짜 이상적인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던 것이다. 오늘날 기업이 고객의 다양한 기호에 맞추기 위해 수없이 많은 종류의 제품군을 내놓는 것은 모스코위츠가 이뤄낸 위대한 업적이라 할 수 있다.

 

모스코위츠의 또 다른 업적은 맛에 대한 사고방식을 민주화시켰다는 것이다.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도 기업은 사람들의 소비욕구를 일으키기 위해 제품 간에 위계질서를 만든다. , 더 좋아 보이고 비싼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스코위츠는 더 세련되고 더 의미 있는 제품 따위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저 사람마다 다른 취향을 갖고 있을 뿐인 것이다.

 

기존에는 이상적인 맛, 이상적인 요리법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뿌리 깊었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은 최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보편적 요리법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이를 찾았다고 생각될 때 그들의 노력은 거기서 멈췄다. 마치 라구가 이탈리아식 정통 소스에 가까운 형태를 이상적인 요리법으로 믿고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듯이 말이다.

 

1980년대까지 심리학자, 의학자, 경제학자 등은 인류의 행동을 다스릴 수 있는 보편적이고 이상적인 규칙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후 도래한 초불확실성의 시대는 보편성이 아닌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연구와 개발을 촉진시켰다. 모스코위츠는 이를 식품 시장에 최초로 도입한 혁신가이며, 글래드웰은 이러한 리더들이 각계각층에서 더욱 많이 나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가 다양성을 포용할 때, 기업은 더 큰 이윤을 창출하고 새로원운 차원을 열어 보일 수 있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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