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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영/남자, 마흔 이후 | 마흔 살의 우정12

둑을 잘 지킵시다 둑을 잘 지킵시다 요즘엔 각종 보험, 연금이 노후 생활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앞 다퉈 선전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보험사나 연금사가 몇 가지 주요 변수를 제어할 수만 있다면, 지금 하는 얘기는 보다 더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인플레이션이나, 물가상승, 금리 변동, 기금 운영의 안정성 같은 것들 말들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상수 아닌, 변수라서 떨떠름하다. 그럼에도 이 같은 연금, 보험은 외면할 수 없는 노후 준비 방법임에는 부인할 수 없다. 급여의 일정 부분을 이런 상품에 선투자 하는 것은 현재를 적립해 미래의 구난조치를 받으려는 것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니 마치 폭풍우 이는 먼 바다를 항해하는 가랑 잎 배가 연상된다. 일엽편주, 그게 인생 아닐까. 보험이나 .. 2018. 5. 16.
살아보면 알게 되는 게 있다 살아보면 알게 되는 게 있다 나이를 얘기할 때 흔히 잃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건강과 의지와 용기, 그리고 경제적 자립도 같은데서 잃게 되는 것들이 쉽게 그 예가 된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 게 잃기만 하는 것일까? 나이 때문에 얻을 수 있는 비장의 무기도 따지고 보면 참 많지 않을까? 거저 얻는 게 아니라, 인생을 통해 갈고 닦는 가운데 얻게 되는 것들 말이다. 원숙한 경험과 두터운 인적 관계, 그리고 오랜 시간 사회적 활동을 통해 쌓아온 명성이나, 관련 지식들은 나이가 주는 특별한 보너스들이다. 이 같은 요소들은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 제 아무리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인간 간에 쌓아온 활동의 결과를 단 시간 내에 얻을 수는 없다. 이런 것들은 속성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물속의 조약돌처럼 부딪치.. 2012. 10. 29.
메밀꽃 피는 동네 메밀꽃 피는 동네 국민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내게는 영수라는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머잖아 중학생이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설렘 속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때로는 중학교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해 주곤 했는데, 어떤 아이들은 중학교에 가게 되면 영어를 배운다는 얘기에 이미부터 알파벳을 외우거나, 읽기도 했다. 그런 녀석들은 공책에 알파벳을 적어가며 은근히 자랑하는 눈치였다. 영수는 공부를 썩 잘해 중학교 진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정작 녀석은 진학 얘기가 나오면 교실 뒤편에 앉아 고개를 푹 떨군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선생님은 쉬는 시간이면 녀석을 불러 설득하곤 했다. “진학을 안 하면 뭘 하려고 그러니? 아버지께 말씀 드려서 꼭 중학교는 가도록 해라.” 하지만.. 2009. 9. 16.
[남자 마흔 살의 우정] 친구여, 용서를 비네 친구여, 용서를 비네 한국전쟁이 한창이었던 때, 아버지는 일제시대 때 보통학교, 즉 지금의 초등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로 적잖은 핍박을 받으셨다. 어느 날, 아버지는 견디다 못해 친구를 찾아가 함께 월남하자는 제안을 했다.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온 옆집 친구이니 이 정도는 믿어도 되겠구나, 싶어 속의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 문턱이라곤 다녀본 적이 없는 친구는 아버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버럭 화를 내더니, 내무서에 보고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버지는 일이 커지게 될 때 닥칠 후환을 염려해, 그 자리에서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것이니 오늘 얘기는 듣지 않은 것으로 용서해 달라고 하고는 신신당부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아버지는 당신의 얘기가 다른 사람 귀에 들어가지 않을까.. 2009. 2. 17.
[남자 마흔 살의 우정] 친구는 서울로 갔었네 친구는 서울로 갔었네 시골 작은 역에 기차가 도착했다. 이십 년 전 고향을 떠난 친구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가슴 설레이며 마중 나가는 중이었다. 그 친구는 오래 전 도시로 나가 꽤나 근면하게 일해 돈도 모으고, 결혼도 하고, 탐스러운 과일 같은 아이들도 주렁주렁 낳았다. 누가 보기에도 그 정도면 성공한 인생이었다. 열차가 멈추어 서자 웬 중년의 사내가 내려섰다. 나는 첫눈에 그 남자가 열다섯 살 때의 친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달라진 거라고는 그 시절 곰배무늬 바지 대신 양복을 입고 외투를 걸쳤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친구에게 다가가 반가운 마음에 덥석 그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힘을 주어 손을 잡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막상 친구는 내 요란벅적한 환영 인사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을 펴 악수하기.. 2009. 2. 17.
[남자 마흔 살의 우정] 나이 들며 얻게 되는 감정 함께 나이 들며 얻게 되는 감정 내가 어렸을 때에는 요즘과는 달리 형제 관계에서 위아래가 분명했다. 형에게 덤비는 것은 물론, 말 놓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형과의 사이에 생기는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컸던 만큼, 누나들에게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느껴졌다. 암묵적으로 여성은 약한 자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보호본능 때문이었거나, 아니면 누나들이 자발적으로 모성애적 사랑을 쏟아 부어 주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형제들 사이의 확고했던 이런 서열도, 나이가 들고, 결혼해 각자 얘들을 키우면서부터는 훨씬 희박해지는 것 같다. 그때부터 형제들 간의 관계는 좀 더 평등한 방향으로 발전한다. 손위 형제들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도 않고, 지나치게 과묵하게 굴어 화난 것처럼 보이던 형제도 이제.. 2009.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