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르네상스 시대의 대가들은 대개 하늘이 내린 천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친 재능 개발과 혹독한 훈련만이 경쟁력 있는 예술가를 만들어 냈다. 당시 예술가를 꿈꾸는 아이는 대개 7살부터 15살 사이에 마에스트로의 공방에서 도제가 되어 수련을 받으며 스승과 함께 기거했다.
모든 수련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보통은 최소 5년이 걸렸다. 공방에서 도제는 청소나 안료 갈기와 같은 단순작업부터 시작하여, 스승과 함께 밑그림을 그리는 일을 했다. 물론 이 모든 일은 아주 단조롭고 지루한 것이었다.
공방은 그림뿐만 아니라 돌을 깎고 귀금속을 녹여 붙이는 것까지 안 하는 일이 없었다. 거기다 공방은 작품 생산에서 주문, 거래, 판매까지 모두 관리했다. 허드렛일을 담당하는 조수들은 장인들을 도와, 말 그대로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달라붙어서 닥친 일을 해치우곤 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도제는 스승의 보조원으로서 실제 작품 제작에도 참여하지만 여전히 그가 맡을 수 있는 부분은 옷자락 주름과 같은, 화면 전체에서 조금 덜 중요한 부분이었다. 도제는 나무 패널에 입힐 젯소(gesso)를 준비하거나, 금박을 입히기도 하고, 여러 가지 미술상의 실용 기술들을 익히면서 기량을 쌓아갔다.
지난했던 도제 수업이 끝나면 도제 딱지를 뗀 기술자는 마침내 길드에 들어간다. 이는 배운 기술을 생업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와도 같은 것이었다.
1460년대부터 1480년대까지 운영된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의 공방은 조각, 회화, 작은 규모의 건축물 등을 제작하였으며, 브루넬레스키가 만든 대성당 돔 위에 거대한 종을 세우는 만만치 않은 일을 해내기도 하였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공방에서 인기를 독차지했다.
어느 날, 베로키오는 ‘예수 세례’ 장면을 큼직하게 그려 달라는 주문을 받았고 그는 공방 제자 레오나르도에게 그림 한쪽 구석에 천사와 배경이 되는 풍경을 손보라고 일감을 맡겼다. 큰 작업은 아니었지만 레오나르도는 사소한 부분에서도 놀라운 솜씨를 보였다.
베로키오는 레오나르도가 그린 천사를 보고 감탄한 나머지 다시는 붓을 들지 않았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여러 방면의 천재였던 것은 확실하지만 젊은 시절 베로키오의 공방에서 폭넓은 기초를 끈기 있게 쌓지 못했다면 그렇게 뛰어난 미술가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창조의 리더들이 자신의 재능을 과신한 나머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게으르고 재능을 갈고 닦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또는 맡겨진 직무를 하찮게 여기고 노력을 게을리 했다면? 결코 오늘날까지 거장으로 불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은 미래의 원대한 비전을 이루기 위해 목표와 큰 관련이 없어 보일지라도 현실의 작은 일부터 착실히 준비했다. 그렇게 수년간 멈추지 않고 사소한 경험들을 쌓은 끝에 미술사에 불멸의 이름을 남긴 것이다.
우리는 늘 초라한 일만 주어진다고 좌절하고 있지는 않은가? 불평만 하면서 작지만 소중한 경험들을 허투루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각성은 실천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