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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르네상스 경영학

기술과 마케팅을 융합하여 새로운 고객경험을 창출하라

by 전경일 2024. 8. 2.

미디어, 테크놀로지, 창의의 충돌

 

‘융합’이란 무엇인가? 융합의 개념은 컴퓨터 공학, 통신, 경제학, 회계학, 사회학, 생물학, 수학, 논리학에 이르기까지 두루 사용된다. 융합이란 용어의 인기는 모든 경계가 사라지고 이질적인 분야가 서로 만나게 되는 오늘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인터넷은 의사소통을 값싸고 즉각적이며 글로벌하게 만들었다. 또한 항공 요금이 저렴해지고 노동력의 국제적 이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문화와 관습을 갖고 새로운 장소로 이주해 새로운 혼합문화를 만들었다. 세상은 더 가까워졌지만 복잡함은 그대로다.

 

비즈니스 세계의 경쟁 구도는 과거처럼 명확하지 않다. 예전에는 쉽게 알아볼 수 있었던 경쟁자들이 이제 적이면서 협력자이기도 한 ‘프레너미(frenemy)’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개별 기업 내부에서조차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바로 여기서 융합 현상이 대두된다.

 

융합이란 미디어, 테크놀로지, 창의라는 거스를 수 없는 힘들이 합쳐져 기업과 맞닥뜨리는 현상이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기업이 생존하고 번성하려면 신속하면서도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어떻게 고객과 소통하고 어떤 고객경험을 창조해야 할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성공의 열쇠는 이미 발생한 충돌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회사를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브랜드 스토리텔링 마케팅과 강력한 테크놀로지 분야들을 결합하는 보다 대규모 통합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하여 마케팅 자체를 고객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바꾸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오랫동안 기업들은 미디어, 테크놀로지, 창의가 제시한 과제들을 해결함에 있어서 수월하게 스스로를 각기 다른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2010년대 초반까지도 미디어, 창의, 테크놀로지를 세 개의 개별적인 영역으로 생각하기 쉬웠다. 그래서 마케팅 책임자는 서버 기술에 정통할 필요가 없었고, 정보 관리자는 마케팅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또 마케팅 에이전시들은 광고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기술이나 그런 아이디어를 확산하는 데 필요한 미디어 예산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소비자가 변하면서 이 모든 것들이 바뀌어 버렸다.

소니 에릭슨은 2017년 스마트폰 사용자가 30억 명을 넘고 데이터 트래픽은 오늘날에 비해 15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발전 덕분에 사람들은 좀 더 쉽게 이러한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테크놀로지는 미디어다. 미디어는 창의가 되었다. 원하는 대로 섞으면 되는 시대다. 이제 중요한 것은 수준 높은 소비자 경험뿐이다. 기업들은 소비자 경험이야말로 브랜드를 가장 강력히 반영하는 거울임을 실감하고 있다.

 

융합은 사람들의 쇼핑과 구매 방식을 변화시켰고, 영리한 회사들은 옴니채널(omnichannel) 쇼핑 경험을 만들어 이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식품 유통업체 피포드(Peapod)는 공공장소에 상품 사진을 설치해 진짜 매장처럼 꾸며 놓고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주문하게 하는 가상 스토어를 필라델피아와 시카고에서 시범 운영하여 성공을 거둔 뒤 보스턴, 뉴욕, 워싱턴 D.C.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도 가상 스토어 100개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또 다른 유통업체 타깃(Target)은 2012년 소비자의 구매 습관을 정교하게 분석한 결과 10대 소녀 고객의 임신 사실을 가족보다 먼저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타깃의 데이터 과학자는 다량의 로션이나 식품 보조제를 구입한 여성들과 아기 용품을 구매한 소비자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아냈다. 그렇게 해서 타깃은 임신 초기 여성 고객을 파악해 쿠폰을 이용한 마케팅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지만 거기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를 위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창출해낸다는 것이다. 그들은 마케팅이 시끄러운 소음이나 비용에 불과한 세상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이런 경험을 만드는 위치에 있으려면, 마케팅과 테크놀로지, 그리고 미디어는 모두 별개라는 케케묵은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셋을 합쳐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요컨대 수십 년간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현재 상태에 도전하며 융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르네상스형 조직 만들기’의 원칙

모든 조직에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모두가 한 가지 역할만 하고 그 외에는 생각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다양한 부문과 분야, 개성, 문화가 만나서 상호 교류하는 일이 절실하다. 여러 분야, 학문 또는 문화의 교차점으로 들어서는 순간, 기존의 개념을 묶어 특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없이 창조해 낼 수 있다.

 

경영 컨설턴트인 프란스 요한슨(Frans Johansson)은 창의력이 생기는 교차점을 못 찾도록 가로막는 것을 ‘연관 장벽’이라고 불렀는데, 바로 이 장벽을 없애는 게 요점이다. 높은 연관 장벽을 느끼는 사람은 문제에 직면하면 신속하게 결론에 도달한다. 이런 사람들은 예전에 그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었는지 혹은 비슷한 상황에 어떻게 해결했는지 기억할 것이다. 반면에 연관 장벽이 낮은 사람은 과거 경험에 거의 상관없다든지 논리적으로 쉽게 끌어낼 수 없는 아이디어나 개념을 연결하려 할 것이다.

 

다른 문화에 자신을 노출시킴으로써 연관 장벽을 없애고 기존의 가정을 뒤집어보면, 창의성이 일어나는 교차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효율성, 조직의 간결함, 책임감 등을 위해서 의도는 좋으나 결국은 그릇된 시도를 하면서 당신이 놀라 자빠질 정도로 높은 연관 장벽을 세웠고 유지해왔다. 바로 이런 장벽이 협력과 합동의 창조 작업을 방해하고 자연과 부조화를 야기한다.

 

융합의 다섯 가지 원칙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훌륭한 고객 경험을 창출한 브랜드들은 디지털 시대의 성공을 위한 일련의 법칙에 충실하다.

 

첫 번째 원칙은 고객 중심주의다. 이런 회사는 케케묵은 조직도가 아니라 고객의 여정(customer journey)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그 여정의 각 부분별로 개별적인 책임을 진다. 전략도 추상적인 육감이 아닌 실제 소비자 활동 자료에 근거해 세운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무슨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는 물론이고 어디서, 언제,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도 결정한다.

 

두 번째 원칙은 수준 높은 협업 체계이다. 융합하는 기업들은 마케팅, 테크놀로지, 창의가 더 이상 별개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협업이 좀 더 잘 이루어지게 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테크놀로지는 더 이상 보조 기능이 아니며 마케팅도 더 이상 단순 광고가 아니다. 조직 내 혁신의 촉매 작용을 하고 협력을 진작시키는 전문가를 둔다.

 

여기서 세 번째 원칙이 나온다. 융합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창업기업처럼 행동한다. 곧 테크놀로지와 조직 구조에 대한 접근을 창업기업처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은 클라우드 컴퓨팅, 소셜 미디어 플랫폼, 오픈 API처럼 값싸고 빠르고 융통성이 많은 도구를 사용한다.

 

네 번째 원칙은 분야를 넘나드는 마음가짐이다. 이것은 혁신이 일어나고 연관 장벽을 없애는 교차점을 찾는 것이다. 다양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기능과 지식 분야의 협력을 진작시키는 것이 그 비결이다.

 

다섯 번째 원칙은 브랜드를 서비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수많은 기업에게 이것은 사고방식과 문화를 바꿔야 함을 의미한다. 이제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비즈니스가 아닌 고객의 필요를 채워주는 일을 해야 한다. 제품 시판 날짜에 맞춰 캠페인을 줄줄이 펼치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상시 접속된 상태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나이키는 운동복과 더불어 퓨얼밴드라는 기기, 나이키 플러스라는 서비스로 구성된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사용자로 하여금 나이키의 혁신에 빠져들게 만들었고 피트니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제공하는 솔루션을 창조했다. 바아흐로 모든 면에서 융합이 실질적인 대안이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