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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이끌림의 인문학

신뢰와 소통을 부르는 마음 경영: 직원의 마음을 움직여라!

by 전경일 2025. 6. 27.

경영이란 사람의 마음에 호소하는 것이다. 고객의 마음이 움직이면 기업의 경영활동은 자연스럽게 좋아지고 회사는 활기에 넘친다. 그리고 고객의 마음이 움직이려면 먼저 직원들의 마음이 움직여야 한다. 마지못해 고객을 대하는 것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미소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최근 각광받는 (fun)경영’, ‘감동 경영등도 모두 직원과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마음 경영은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본능적 욕망을 채워 줌으로써 정서적 교감을 이뤄낸다는 점에서 인재 관리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수 있다. 특히 조직이 가진 목표와 비전을 구성원들에게 전달하고 체화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누구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품은 이상과 실제 직장 생활에서의 현실이 다름을 알고 괴리감을 느낀다. 이는 개인과 조직의 비전이 일치하지 않고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내가 회사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과 회사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서로 달라 보이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직원들에게 회사는 단순히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게 되며, 자신의 목표는 점점 포기하게 된다. 이는 직원 개인뿐 아니라 조직의 성과 면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분명 개인과 조직의 비전이 100% 일치되기는 힘들다. 조직과 시스템은 하나인 반면, 구성원은 수도 많거니와 조직이 그 다양한 비전과 목적에 맞춰 나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조직의 비전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비전을 존중하고 그것을 추구할 수 있도록 인정하는 가운데 조직의 비전에 기꺼이 동참하게 하는 조직 문화를 구축해야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직원들의 가치를 존중하고 활발히 소통하며 조직을 위해 자발적으로 헌신하게 하는 한 기업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사로잡는 신뢰와 소통의 힘을 살펴보자.

 

소통하라! 중요한 것은 직원과의 소통

미라이 공업(未来工業)은 국내 언론에도 소개되며 직장인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일본 굴지의 전기설비 업체이다. 창업자인 야마다 아키오 사장은 2014년 사망하기 전까지 파격적인 직원 복지제도와 업무 환경 등으로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경영자이다. 그가 펼친 직원중심 경영의 근간에는 직원과의 소통이 자리 잡고 있다. 직원중심 경영은 직원들의 마음을 배려하고 그들의 의욕을 북돋아 준다. 야마다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을 위해 일하지 마라. 좋아하는 일만 하라.”

 

야마다 사장은 단순히 말에만 그치지 않고 늘 직원들과 소통하며 그들이 회사의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유도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천했다. 우선 없앨 수 있는 제약을 모두 없앴다. 작업복을 없애고, 노동 시간을 줄이며, 휴가 일수를 늘렸다. 근무시간은 아침 830분부터 오후 445분까지인데 5시 이후면 회사가 텅 빈다. 또 흔히 샌드위치 연휴라고 불리는, 평일이 낀 연휴 기간에는 쉴지 안 쉴지 회사의 방침이 유동적인 경우가 많으나, 미라이 공업은 공식적으로 언제나 회사를 쉰다.

 

그러나 미라이 공업의 시스템이 진정 빛나는 이유는 이런 꿈 같은 제도 때문만은 아니다. 미라이 공업은 늘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이 내는 의견과 아이디어는 기업이 봉착하는 다양한 장벽들을 돌파하고 한층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연말에 주어지는 16일의 휴가를 처음 시행할 때, 모든 이가 성수기에 16일이나 직원들을 쉬게 했다가는 고객들의 불만이 빗발치고 회사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그러나 야마다 사장은 직원들에게 아이디어로 이를 극복하도록 했다. 끝내 직원들은 원활한 제품 공급을 위해 고객들에게 창고의 열쇠를 맡기는 방법까지 동원하면서 미라이 공업 최고의 월매출을 기록하였다. 16일간이나 회사를 쉬면서 고객과의 거래도 끊기지 않고 실적도 최대로 끌어올린 믿기 힘든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야마다 사장과 미라이 공업의 임직원들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심으로 고민하면서 꿈 같은 복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직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가치를 존중받으면서 조직의 비전에 기꺼이 동참하게 하는 미라이 공업은 그보다 훨씬 규모가 큰 대기업들을 제치고 다양한 부문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한 미라이 공업과 야마다 사장의 마음 경영법을 자세히 살펴보자.

 

1) 항상 생각하라

항상 생각하라는 미라이 공업의 사훈이기도 하다. 미라이 공업은 전기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각 전등마다 직원들의 이름표를 붙여 개인이 관리하게끔 한다. 또한 필요 없이 켜져 있는 전등은 누구나 지나다니면서 수시로 끈다. 이와 같이 비용을 아끼기 위한 아이디어는 지금도 수시로 직원들로부터 제안되고 있다.

 

아이디어는 비용 절감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기술과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끊이지 않고 등장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업계를 주름잡는 상품으로 현실화되었다. 미라이 공업 내부에서 제안되는 아이디어는 연간 9,000여 건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800여 명의 직원 수로 나눠보면 1인당 연평균 10여 건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일반적인 타 기업 구성원들이 조직을 위해 얼마나 다양한 고민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하는지를 돌이켜보면, 매우 인상적인 수치라 할 수 있다.

 

2) 리더 먼저 실천하는 솔선수범의 자세

미라이 공업 특유의 아이디어 제안 제도는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합당하기만 하다면 회사에서 적극 반영되어 제품으로까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믿음 덕분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회사에 내 아이디어를 적극 지원해 줄 리더가 있다는 신뢰감은, 리더가 먼저 실천하는 솔선수범을 통해 형성되었다.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정작 리더 자신은 외제차를 타고 골프나 치러 다닌다면, 휴일에도 일해야 이번 분기 목표를 채울 수 있다면서 대표는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면, 직원들에게 신뢰감을 형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야마다 사장은 스스로도 냉방비를 아끼기 위해 사무실에서는 속옷 차림으로 일하기도 하고, 그 흔한 기사 딸린 자동차를 끌고 다니지도 않았다. 해외여행을 가야 한다면 매 5년마다 전 직원이 함께 떠났다.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들어도 그는 직원들을 위한 투자를 아까워하지 않았다.

 

3) 진정성 있는 소통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대표, 임직원 간 간담회는 다른 기업에서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간담회가 진정성이 결여된 채 보여주기 식의 행사로 끝난다면 직원들과의 소통이라는 원래의 목적을 이룰 수 없을뿐더러 악영향마저 미치게 된다. 직원이 진정 믿고 따르는 리더에게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대하는 진심 어린 태도가 필수적이다.

 

4)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인정하는 문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독특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일의 첫 걸음은 다양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반영하려는 경영자의 의지이다. 직원들의 제안은 곧 회사를 향한 목소리이며, 이를 받아들이건 받아들이지 않건 경영자가 이 모두를 존중하고 귀 기울이는 것은 곧 직원과의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미라이 공업에서는 아무리 터무니없어 보이는 아이디어일지라도 이를 제안한 직원에게 무조건 500엔을 지급한다. 자신의 목소리가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직원들은 회사에 충성을 다하며, 탁월한 성과를 위한 방안을 더욱 진취적으로 모색하게 된다.

 

5) 소통을 통한 선순환 구조

미라이 공업에서 경영진은 높은 수준의 제도와 솔선수범의 태도를 통해 직원들과 교감하고, 그들에게서 나오는 불만 요소에 대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개선한다. 직원들은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운 부분들이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며 회사가 자신을 통해 개선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소통과 개선은 직무 만족으로 이어지고 만족은 또 다시 직무에 대한 의욕과 성과 증대로 연결된다. 이런 선순환의 사이클(새로운 아이디어 제시 환경 개선 직무 만족 증대 성과 향상 새로운 아이디어 제시)이 반복되고 조직 문화로 내재화되면 기업은 차원이 다른 방향으로 진일보할 것이다.

 

6) 경영진과 구성원 간의 상호 신뢰

미라이 공업에서는 누구도 억지로 시켜서 일하는 사람이 없다. 그들 스스로가 정한 할당량을 스스로 정한 일정에 맞춰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런 놀라운 자율성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직원 간 두터운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상호 신뢰가 없다면 진정한 자율성을 부여할 수도 없거니와, 구성원들 역시 자발적으로 헌신하기보다 주어진 자율을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 야마다 사장은 직원들을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자로서의 품격을 지닌 동료로 여겼고, 직원들 역시 경영자의 신뢰에 높은 성과와 업무 기여도로 보답했다.

 

어떤 아이디어든 제시한 모든 직원에게 500엔을 지급하는 사내 제안 제도 또한 상호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애초에 경영진은 야마다의 그러한 제안에 우려를 표했다. 들이는 비용에 비해 좋은 아이디어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또한 돈을 벌기 위해 규칙을 악용하는 직원이 생길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일테면 사무실의 고장 난 전구를 교체하자는 의견이나, 제품 디자인이라는 핑계로 낙서를 그려서 내도 포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야마다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아이디어에 따라 포상금의 지급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며, 직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써내는 아이디어인 만큼 진심을 다해 매달릴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야마다 사장의 판단은 정확했다. 미라이 공업에서는 사내 제안 제도를 통해 매년 100건 이상의 특허를 쏟아내고 있으며, 이는 도요타나 닛산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한해 등록하는 특허 수에 필적하는 양이다.

 

기업이 작은 것에서부터 구성원들의 역량을 신뢰하고 자율성을 부여하면, 구성원들 또한 기업과 리더를 신뢰하고 자발적으로 헌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