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은 적지 않은 면에서 우리 삶과 관련 있다.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학예사 조너선 코딩턴은 거미들이 공중에 거미줄을 치도록 진화한 이유는 곤충에게 날개가 생겼기 때문이라며 진화론적 관점에서 풀이한다. 땅에 살던 거미가 어느 날 갑자기 공중에 거미줄을 치기 시작한 것은 마치 ‘걸어 다니는 고래’ 암불로세투스(Ambulocetus)가 바다로부터 뭍으로 올라오는 과정과 흡사하다고. 익숙한 땅으로부터 생존에의 가능성이 있는 공중 세계로 이전한 것은 거미로서는 가능성 ‘0’에서 ‘0⁺’로 이동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자연주의자들의 관심 분야와 달리 작가들, 일테면 생텍쥐페리는 거미와 인간관계를 이런 식으로 묶는다.
“인간은 상호관계로 묶여지는 매듭이요, 거미줄이며, 그물이다. 인간관계만이 유일한 문제이다.”
생물학적 지식을 끌어와 사람 관계에 들이대고 있다. 같은 사물이라도 보는 이와 방법에 따라 이렇게 다르다. 사고와 경험이 근본적으로 다르거나, 생각의 각도를 틀거나,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면 전혀 다른 관점이 생겨난다. 타분야와의 융합은 이 점에서 다른 결과물을 만드는 최적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메디치 효과⟫로 유명한 프란스 요한슨은 자연과학과 전자공학의 만남을 그 같은 예로 들고 있다.
1990년대 초 프랑스텔레콤의 엔지니어인 에릭 보나보와 곤충 생태학자인 기 테로는 우연히 만나 개미가 먹이를 찾는 방법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야기 중, 에릭은 개미들의 생태에서 자신이 몰두하는 프로젝트의 결정적인 힌트를 얻었다. 개미들은 먹이가 있는 최단 경로를 찾는데 페로몬을 뿌려가며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점이었다. 이 대목에 이르러 에릭의 머릿속에 가득하던 먹구름에서는 순간 번갯불이 번쩍 일었다. 이 지식은 훗날 알프스 지역의 원유 수송 계획 설계에 응용된다. 또한 전자통신 분야에서는 경로를 최적화하는 라우팅 기술을 개발해 내는 데에 활용되었다. 또 컴퓨터상 검색 알고리즘에도 적용됐고, 아프가니스탄의 무인 정찰기가 중복 수색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쓰였다. 개미가 앞서 길을 열은 동료의 길을 확인함으로써(혹은 어떤 길은 피함으로써) 빠른 루트(혹은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는 방식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생태학과 과학의 만남은 최단 경로를 찾거나 중복확인내지 방지하는데 쓰인다. 물론 지금도 ‘성전(聖戰)’을 수행하고 있는 알카에다라면 ‘중복 수색’을 하지 않는 미군의 작전 허점을 얼마든지 역이용할 수 있다.
중복방지와 원활한 흐름의 예로는 일상에서 접하는 교통 시스템을 들 수 있다. 각 교차점의 교통 신호등은 중앙 통제실에서 신호를 조절해 흐름을 제어한다. 그러나 화재나 사고 발생 시 특정 구간을 차단하고, 인파가 몰리는 경기나 공연이 있는 날 밤에는 파란 신호를 길게 하는 등 유효성을 높인다. 요즘에는 보다 근본적으로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체역학(流體力學) 법칙을 응용한다. 자동차를 개별 요소로 보지 않고, 전체로서의 움직임으로 보고 응용하는 것이다.
도로에서 흔히 겪는 바이지만, 앞의 차 한 대가 감속하면 뒤차에는 충격파 형태로 전해진다. 수 킬로미터 뒤까지 차가 완전히 멈추어 버리는 건 이 때문이다. 만약 교통을 소집단으로 나누면 그 같은 충격파는 차 간 사이에 흡수된다. 나아가 시간당 5~15퍼센트 정도의 많은 차가 정체 없이 주행할 수 있다. 차를 질서 정연한 소집단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시 제한 속도와 교통 신호의 빨강과 파랑 주기를 변화시킨다. 자동차 흐름을 ‘고체의 흐름’이 아닌 ‘소집단’으로 쪼개 운영할 때에야 얻어지는 것이다. 이 방식을 변용하면 일정한 거리를 둔 차는 앞 차가 아닌 뒤차부터 출발케 하여 동시에 기동케 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물론 이때에는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일정한 거리가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펭귄 한 마리가 움직였을 때 무리에 이는 파동을 분석함으로써 펭귄들이 서로 일정한 간격을 이상적으로 회복하고 유지하는 방법을 통해 교통 흐름은 물론 센티미터 간격으로 무인차 주행거리를 두게 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 대학 물리학자인 리처드 제럼 교수는 52마리의 펭귄 모형을 통해 한 마리가 움직였을 때 전체 무리에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그림을 살펴보면 중앙의 빨간 색 점이 움직임으로써 사방으로 파장이 일어나며 3초 후에는 52마리 전체가 큰 시차 없이 움직인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원리는 교통체증 문제를 푸는 것은 물론, 스포츠 역학 분야나, 혹은 주식시장에서의 사람들의 심리 변화의 추이, 대중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National Geographic》, 2014.6.)
유체역학 법칙은 통신 속도를 가속화하였던 ‘패킷 통신’에서도 그 효과를 한껏 드러냈다. 이 방식은 작은 블록의 패킷으로 데이터를 쪼개 전송하는 것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때 별도의 회선 증설 없이도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정보통신 혁명은 이 같은 기술 발전 덕분이었다. 쉽게 말해 데이터를 보낼 때에는 쪼개서 보내고, 도착지에 가서는 순서대로 모아 원본 파일 형태로 패킷을 재구성하면 회선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
경쟁이 치열해 지며 고객 이탈에 고민하는 회사들은 요즘에는 ‘신경 네트워크(neural network)’ 기술을 적극 활용해 이탈을 유도하는 변수 간 숨겨진 관계를 알아내고 있다. 이 기술의 예측 정확도는 75∼90 퍼센트로 얻어진 데이터는 고객이 계속 체류하는데 쓰이고 있다. 혁신적 사고의 총아는 아마도 아마존일 것이다. 아마존은 고객이 책을 주문한 시기와 카테고리를 분석해 어느 책이 언제 주문 들어 올지 미리 예측해 미리 발송하는 시스템까지 개발하고 있다. 데이터가 만들어 내는 삶과 소비가 맞물린 컨버징의 세계다.
과학 기술은 새로운 기계 개발에나 쓰이는 건 아니다. 사회적 공익 기능도 수행한다. 예를 들어 범죄 예방이나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접목된다. 1964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실시한 범죄 예방 실험에는 조직공학이 적극 활용되었다. 주 당국에서는 범죄 문제를 해결하고자 우주공학 분야의 전문기업 스페이스 제너럴사에 범죄문제 방지 방안을 의뢰했다. 이듬해 이 회사는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거기서 로스앤젤레스 와츠 지구에서 인종폭동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고 해당 지역을 요주의 장소로 지목했다. 폭동이 일어나기 1개월 전의 예측이다. 폭동은 정확히 예상 시점에 일어났다. 조직공학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 경우다. 범죄 예측 방식은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선진국의 대도시에서 범죄 다빈(多頻)지역을 예측하는데 지금 유효하게 쓰이고 있다. 지금 LA 경찰이 활용하는 방식도 이와 같다.
지식을 새로이 묶고 해석하면 생텍쥐페리가 말한 것처럼 거미줄과 그물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생화학과 식물학의 결합은 농업 분야에서 이미 나타났다. 세계 최대의 목화 생산지에서는 식물 종자에 미생물을 삽입해 곤충의 애벌레를 남김없이 죽여 버리는 공법을 쓰고 있다. 물론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또 머지않아 생화학적 적용으로 비행기로 유전자 변형된 식물 종자를 지뢰가 묻혀 있는 장소에 뿌리면 식물이 자라면서 특유의 발광물질로 해당 지역을 표시하게 해 지뢰를 제거하는데 쓰일 수 있다. 해파리의 발광 물질을 식물학에 적용한 경우로써 해파리로서는 자기 특성이 아무데나 변용되어 쓰이는 데 불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발견의 변치않는 원천으로써 대자연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다. 여기 흥미로운 사례가 몇 가지 있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제너럴 모터스(GM)에서 연구하던 토머스 미드글리 주니어와 T.A.보이드는 가솔린 실린더의 노킹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골몰했다. 고민에 빠진 그들에게 불현듯 이른 봄 눈 밑에서 꽃을 피우는 잎 뒤쪽이 빨간 덩굴성 관목 아부터스가 눈에 띠였다. 그 순간, 그들은 노킹 현상을 해결할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솔린을 빨갛게 물들이면 열을 빨리 흡수해 재빨리 증발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눈 속에 핀 빨간 꽃을 보자마자 떠오른 것이다.
식물을 이용한 타 분야 접목은 길가 어디서든 볼 수 있다. 꽹이밥이 터지는 원리를 이용해 항공모함의 짧은 활주로에서 전투기가 튕겨져 나가는 방식이 고안되었고, 금방동사니의 삼각형 줄기는 같은 단면적에서 외부로부터 오는 힘에 대해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삼각형 원리를 통해 강한 중력을 이겨내는 철교, 철탑 건설에 지금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 이처럼 자연계의 원리나 동식물의 특성을 감안하면 다양한 분야에 끌어 다 쓸 수 있다.
소금물 밖에 마시지 않는 등이 검은 갈매기(her-ring gull)는 눈 위쪽 뼈가 쑥 들어간 곳에 염분을 제거하는 특수염선(鹽腺)이 있다. 이 새는 여기서 95퍼센트의 물과 5퍼센트의 염분으로 된 액체를 방출한다. 이 액체는 부리 위쪽에 있는 비공(鼻孔)으로부터 방울져 떨어지는데, 이 원리를 이용해 바닷물의 담수화 공정을 개발할 수 있다. 또 미국 남서부 지역의 사막에 사는 설치류인 주머니쥐와 캥거루 쥐는 성장하면 보통 물을 마시지 않는다. 이들은 소량의 물을 대단히 경제적으로 사용하는 신진 대사 작용에 의해 극한의 건조지역에서도 완전히 생리적으로 적응했다. 이들은 먹이로 삼는 식물과 건조한 씨앗에 함유되어 있는 수소(水素)와 공기 중의 산소를 합성해 필요한 물을 만들어 낸다. 캥거루우 새앙쥐의 체내에서 복잡한 진화의 과정을 거쳐 이룩한 수분평형기구(水分平衡機構)를 이용하면 물을 합성해 낼 수 있고, 인간으로서는 새로운 식수 해결법을 얻을 수 있다.
공학 분야에서 항공 카메라 개발은 일상생활에 더 가까운 예가 될 것이다. 뛰어난 성능의 항공사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생체공학자들이 연구한 것은 투구벌레였다. 이 벌레의 독특한 눈과 시력은 빛과 그늘의 변화에 무척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해 항공용 카메라 기술에 그대로 적용됐다. 또 옛 뱃사람들에게는 배 밑바닥을 뚫어 성가 싫기만 한 존재였던 배좀벌레조개의 습성도 물이 새지 않고 수중 터널 굴착공사를 하는데 획기적인 공학적 원리로 쓰였다.
다른 새 집에 자기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게 하는 탁란성 새의 대표격인 뻐꾸기의 특성은 남다른 문제 해결에도 쓰일 수 있다. 유럽산 뻐꾸기는 125종 이상의 다른 새의 알과 닮은 알을 낳는다. 원래 뻐꾸기가 다른 새알 모양과 색깔 정보를 갖고 있어서 둥지 속의 알과 색깔과 모양에서 매칭된 알을 낳는 것인지, 혹은 둥지 속 알을 보는 순간 같은 모양과 색깔의 알을 낳게 되는 것인지는 분명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뻐꾸기가 낳는 알의 적응색의 변이를 과학기술에 들어다 활용하면 형상공학 원리에 활용할 수 있다.

숙주의 둥지에 낳은 뻐꾸기의 알은 숙주 암컷이 자기 알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닮아 있다. 이 때문에 숙주는 알이 부화되면 뻐꾸기 새끼를 열심히 기른다. 이때 뻐꾸기 알은 대상이 되는 알을 외견상 유사(類似) 복제해 냄으로써 성공을 거둔다. 뻐꾸기의 알의 복제 원리는 과학 분에서 형상 합금의 원리로, 반간학(反間學) 분야에서는 스파이 투입이론으로, 정치공세나 선전전에서는 물타기 전략으로, 마케팅 기법에서는 유사복제 사업모델이나 대상 제품의 동종상품 자기잠식 효과 등을 가져오게 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번식기 동안 어떤 지역에서는 12종의 새가 170개의 집에다 598개의 알을 낳았는데, 그중 25개의 알이 탁란성 찌르레기의 알이었다고 한다. 모든 알 중 부화된 알은 231개, 39퍼센트였다. 그리고 부화된 알 중 끝까지 자란 것은 105마리밖에 되지 않았다. 뻐꾸기 알은 몇 퍼센트가 부화하고 성장하는데 성공한 것일까? 이들의 성공률을 따져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문제일 것이다.
오늘날 과학기술적, 학문적 변신의 선두 분야는 단연 유전자 공학 분야이다. 이 분야에서는 현재 강철보다 튼튼한 거미줄이 개발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강철 실을 생산하기 위해 거미 유전자를 목화에 이식해 솜에서 실을 뽑아내듯 강철 실을 얻어낼 것으로 보인다. 끈적끈적하고 강철 같은 스파이더맨의 손바닥에서 나오는 줄은 실은 합성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 기술은 유전자 변형된 염소를 이용해 염소젖이 거미줄 단백질을 함유하게 할 수 있다. 현재 상용화 직전에 있다. 강철보다 5배 튼튼한 실은 생물학, 유전자학, 공학 이 셋의 접목에서 나온다.
생활 속에서 보다 유용하게 활용될 기술로는 나무껍질이 회복되는 방식을 연구한 스위스 과학자 팀의 연구를 들어다 터진 자동차 타이어를 고치는데 쓸 수 있다. 이 같은 복원 메커니즘은 자연계나 우리 신체의 전형적인 특징인데 이를 의학, 자연과학, 생물학 등 지식을 활용해 보다 확실하고 빠르게 원상회복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열거한 것처럼, 이런 놀라운 변화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지식이 넘나들며 경계가 불투명해 진데서 비롯된다. 부분적 경계보다 통합적 경계 즉, 경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경계 해체’가 주요인이다. 학문 분야에 등장한 융합성이 이 같은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만 묻자. 이런 변화는 무엇 때문에 이루어지는가? 단순히 과학 기술의 발전 때문이라면, 그 속에 있는 우리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을 사하라 사막에 사는 식물인 시스무스 바르바투스(Schismus barbatus)에서 찾는 건 어떨까?
물 한 방울, 영양분 하나 구하기 쉽지 않은 사막에서 생명체들이 살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이 식물 때문이다. 이 식물은 사막의 생명들이 유지되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다. 이 식물은 태양과 공기와 물에서 영양분을 만드는데, 곤충들은 이걸 먹고, 곤충은 다시 도마뱀이 잡아먹고, 도마뱀은 다시 뱀이 잡아먹고, 먹이 사슬의 최종 끝단은 사막의 여우가 된다. 사막에서 벌어지는 생명 연쇄가 이 풀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내가 말하고픈 게 바로 이거다. 결국엔 생태계 문제다. 지구 오염의 주범인 인간은 모든 생명을 유지케 하는 이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무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 모든 과학 기술의 발전이 뭇 생명과 공존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인간 앞에 기다리고 있는 건 참담하고 메마른 사막 밖에는 없을 것이다. 과학이 인간 본성에 종속되어야 할 뚜렷한 이유가 이것이다. 그대와 나의 가슴에 자리 잡을 사막을 걷어내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