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세우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법을 행하기가 어려운 것이다.”(『세종실록』22년 8월 경진)
이 말은 오늘날 누가 한 말이 아니다. 600여 년 전에 세종이 한 말이다. 세종은 자신의 원칙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이러한 원칙을 만들어 놓고, 자신을 원칙 밖에 놓아 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그 원칙 속에 포함시켰다. 그리하여 그는 스스로 한 국가의 CEO였지만, 자신에게 조차 어떠한 특권의식도 용납하지 않았다.
이러한 세종의 ‘법’에 근거한 원칙은 철저하게 ‘준법정신’으로 나타났다. 그리하여 세종 8년 ‘금주령(禁酒令)’을 발동할 때에도 그는 “나는 술을 마시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술을 금하는 것이 옳겠는가?”(『세종실록』8년 5월 갑진)라며 스스로 준법을 결의했던 것이다. 자신은 술을 마시면서 백성들은 먹지 못하게 하는 - 그러면 누구고 더 먹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 특권 의식으로는 국가 경영에 있어 원칙도, 위엄도 서지 않을 뿐 아니라, 백성 모두를 범법자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CEO 스스로 원칙을 지켜라]
이는 CEO 스스로 원칙을 지키지 않을 때에는 결코 지켜지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세종 10년 가뭄이 극심하게 들었을 때에도, “내가 술을 들지 않고 금한다면 금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는 행하지 않으면서 하민에게만 금한다면 범하는 자가 많을 것이며 옥송(獄訟)이 번거로울 것이다. 형벌을 가볍게 하고 금하는 것을 느슨하게 하는 것도 가뭄을 구하는 하나의 정치이니 (금주령을) 내리지 않는 것이 옳다.”(『세종실록』10년 3월 24일)고 말한다. 즉, 가뭄에 손이 모자라 다들 죽을 판인데, 금주령을 내려 오히려 위반자를 옥에 가두는 것은 국가 경영에서 현실 대응방안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칙은 지키되, 그 시행의 융통성을 발휘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추상(秋霜)’ 같아라]
세종의 이러한 원칙론은 실제 그 자신 뛰어난 자질과 높은 인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욱 겸손하고 향상 강한 책임감을 느낀 데에서 잘 드러난다. 이렇듯 솔선수범은 세종의 국가 CEO로서 본 모습이다.
그는 실제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 모두에 있어 타의 모범이 될 만 했다. 그가 신하들에게 어떤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이미 그가 자신을 그렇게 다루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과묵했으며, 최소한의 의사표현으로 최대한의 의사가 전달되도록 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가 이따금 보여준 엄격한 침묵과 짧고 정곡을 찌르는 질문은 상대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그것은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국법 운용에 있어서도 이러한 원칙은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 지위의 고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철저하게 원칙을 지키면서도 냉정할 때는 그야말로 추상과 같았다. 예를 들어, 세종 10년(1428년) 5월에 한 노비가가 광화문의 종을 쳐 원통함을 호소한 일이 있었다. 그가 광화문의 종을 친 이유는 의금부의 당직 관헌들이 신문고(申聞鼓)를 치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세종은 신문고를 치지 못하게 한 당직 관원을 사헌부에 내려 심문하게 하고 의금부 관직에서 파직시켰다.(『세종실록』10년 5월 24일) 또 집현전 응교 권채도 원칙에서 벗어난 짓을 해 세종으로부터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기까지 했다. 그는 세종이 아끼던 집현전 멤버의 한 사람으로 세종이 별도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인 HPI방식에 의해 ‘가사독서(賜暇讀書)’의 첫 수혜자가 되기도 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비첩(婢妾) 학대문제를 일으켰을 때에도 세종은 원칙에 근거해서 처리했다. 세종은 스스로에게 ‘추상’과 같이 대함으로써 스스로 백성을 대신해 국가를 경영한다는 ‘위민(爲民) 경영자’의 모습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세종으로부터 배우는 경영 정신]
* 원칙을 만들면,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라. CEO 자신이 허문 원칙은 그 누구도 거들 떠 보지 않는다.
* CEO 자신의 뛰어난 재질과 높은 인격이 겸손함과 강한 책임감으로 이어질 때에 그는 비로소 인정받게 된다. 스스로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에 있어 타의 모범이 되어라.
* 자신에게 ‘추상’과 같이 대함으로써 엄격한 ‘위민(爲民) 경영자’의 모습을 견지하라. 그것이 당신을 남과 다르게 만들어 준다.
ⓒ전경일, <창조의 CEO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