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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강의/세종 | 창조의 CEO

[창조의 CEO 세종] 프로젝트를 직접 관리하라

by 전경일 2009. 2. 3.
 

세종은 국가 경영에 있어 CEO가 직접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형식을 취했다. 국가 CEO가 권력의 핵심에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무 행정 체제에 있어서는 두 가지 방식, 즉 총재(冢宰) 중심의 ‘선왕지제(先王之制)’와 군주 중심의 ‘시왕지제(時王之制)’가 있었다.


‘선왕지제’란 재상을 정점으로 하여 행정의 실무를 담당하고, 왕은 정치의 상징적 존재로 보는 것이다. ‘시왕지제’ 란 왕이 행정의 실무를 직접 장악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왕권의 행사를 견제하려는 신하들로써는 당연히 ‘선왕지제’를 취하도록 하고자 했음은 물론이다.

세종은 실무분야에서도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시왕지제’의 방식을 취한다. 세종은 이처럼 전임 CEO인 태종이 취했던 방식과 마찬가지로 취임 초부터 절대적인 힘을 갖는 CEO로서 자기 위상을 명확히 하고자 했다.


이렇듯 세종이 ‘직접 챙기기’에 나선 것은 실제 그가 했던 사업이 하나같이 CEO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필요로 하는 국가 인프라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즉, 일회성ㆍ선심성의 실적이 아닌, 국가 인프라 육성 차원에서 긴급히 요구되는 사안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양한 실무 수행을 위해 ‘팀ㆍ위원회ㆍTFT’ 등이 만들어 졌다. 이를 위해 세종은 CEO 자신도 각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성과를 내도록 힘을 기울였다.


[CEO도 때로는 실무자의 일원으로 뛰어라]


세종의 이러한 프로젝트 성과들은 무엇보다도 주위에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있었고, 그들의 연구가 CEO의 직접적인 통솔 아래서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세종에게 있어 기획(planning)은 실행을 동반하는 개념이었으며, 바로 실시간으로 프로젝트가 전개될 수 있도록 행동에 옮기는 것을 의미했다. 가끔 이것은 일을 제대로 할당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다운 역할로 나타나기도 했다.


세종의 가장 큰 업무는 ‘업무분장,’ 즉 일의 성격에 따라 해당 인재에게 업무를 배분하는 것이었다. 세종은 자신이 직접 특수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팀을 발족하고, 성과를 챙겼으며, 다양한 문제들을 분석하고, 팀원들에게 조언하기에까지 이른다. 더불어 CEO 고유의 업무인 국가 경영 총괄의 업무 이외에도 세종은 그 자신이 전문가였으므로 어떤 경우에는 자신이 원해서 실무진으로 뛴 적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자치통감』에 훈과 뜻을 넣어 편찬한『자치통감훈의』을 작업할 때였다. 이 때 세종은 자신이 직접 교정을 보고 주석까지 달며 구두점을 집어넣기도 했다. 가히 오늘날 얘기하는 북피디(Book PD)와 같은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일벌레(work-holic)`였다. 윤회에게 말하기를 “요즘엔 책을 읽으면 글이 참으로 좋다는 것을 깨닫는다. 총명함이 날마다 더해지니 잠도 점점 더 줄어든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실로 대단한 ‘일벌레’이면서, 동시에 ‘공부벌레’이기도 했다.

세종은 업무를 지시하고 뒤에서 뒷짐만 지고 결과를 기다리는 CEO는 아니었다. 그는 일에 대해서 매우 협력적이었고, 일에 대한 열정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스스로 일을 하되, 그 결과를 책임지기도 하는 권한 부여에도 결코 인색하지 않았다.


[CEO가 직접 참여하거나 관리한 프로젝트 예(例)]


이 시기 진행 중이거나, 완수된 프로젝트들은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그러나 주요하게 출판ㆍ인쇄 분야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이때 쏟아져 나온 책들은 『농사직설』1429, 『태종실록』1431, 『삼강행실도』1432, 『팔도지리지』1432, 『향약집성방』1433, 『훈민정음 해례본』1446, 『동국정운』1447, 『사서언역』1448, 『고려사』 1450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것이었다.


[법 체계를 바로 잡다]


대표적인 예가 법전 편찬이었다. 태조 때에도 법전은 있었다.『경제육전(經濟六典)』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 법전은 내용이 부실해, 태종 때 『속육전(續六典)』으로 개정ㆍ편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 CEO인 세종이 이를 『신찬 경제속육전』으로 개정ㆍ편찬해 공포하게 된다. 이 법률 제도개선 프로젝트의 전 과정에 세종은 직접 참여해 이를 이끌고 나갔다. 세종이 32년의 재임 기간 동안 처음 17년을 법률안을 만드는데 진력한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국가 인프라 차원에서 ‘법’을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이 직접 감독하면서 모든 조항을 직접 감수하고, 재가까지 했다. 그리하여 각 초고가 편찬되면 세종은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토론할 것을 권장하였고, 그 작업을 완성하도록 관리들을 격려하였다.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이렇게 철저하게 법에 의한 통치를 시행하고, 법률 지식을 가진 국가 CEO는 없었다. 세종이야말로 법학 수립의 일등 공로자 중의 한사람이었다.


[인쇄ㆍ출판을 지식 보급 수단으로]


세종은 더 많은 수와 여러 종류의 인쇄물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쇄술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문제는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금속활자를 판틀에 고정시키는가 하는 것이었다. 세종은 기술자들에게 인쇄과정에서 활자를 제자리에 고정시키는 방법을 고안해 내도록 했다.

세종의 명령에 따라 1420년(경자년)에 뽀족한 활자 끝을 평평하게 고친 새 활자가 주조되었다. 평평한 밑을 지닌 활자의 끝 쪽 면을 양쪽에서 깎아 내어 앞뒷면에서 볼 때 역사다리꼴인 이 새 활자는 밀랍으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활자 줄 사이에 길고 가는 대나무 쪽을 사이쪽대(interstrip)로 하여 끼워 넣은 새로운 방법으로 고정되었다. 그 결과 활자 줄들은 잘 고정되었고 하루에 40장까지 인쇄 할 수 있을 만큼 속도가 빨라졌다. 그것은 효율이 5배 정도 높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렇듯 CEO의 프로젝트 직접 참여의 예는 사실 긍정적인 면도, 부정적인 면도 다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자칫 잘못하다간 권한의 독점으로 실무진의 의지를 꺾어 놓게 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그들이 일 자체보다는 ‘권력’에 맛들이게 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세종의 프로젝트 직접수행 방식은 그의 경영 방식이자, ‘개성’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세종이 취한 프로젝트 수행 방식과 결과는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 그는 스스로 발의를 통해 프로젝트가 진행되도록 했다. 이는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CEO 자신으로부터 나오기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현장을 통한 경험과 안목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 과학과 IT관련 신기술 개발품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의 개발품들이 약점을 드러내자, 이를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될 때까지 수정ㆍ보완하도록 지시했다. 세종은 그가 진행한 프로젝트의 장점을 강화하기 위하여 개발품의 ‘약점’에 주목했다.


* 자신이 직접 참여한 각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를 수집하도록 했다. 이는 프로젝트 관리의 전형이었다. 또한, 그러한 결과물들은 실제 현재 진행 중이거나,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작지 않은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가 되어 주었다.


* 그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고, 이를 할당했다. 그것은 각 팀ㆍ위원회ㆍTFT 소속의 핵심 요원들에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해 보자!’는 정신을 불러 일으켜 주었고, 일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취의 보람을 찾도록 해주었다.


국가 경영 전반뿐만 아니라, 각각의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세종의 경영 리더십을 정리해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 프로젝트를 이끄는 세종의 8가지 리더십]


- 비전을 개발하라.

* 신생 조선의 잠재력을 찾아 내 이를 통해 조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다. 이는 필요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고려의 유산으로부터 선례를 찾아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 분명한 조직 체계를 만들라.

* 조직을 업무 수행에 맞게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간다. 지금의 뼈대가 후세에 전해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항시 최선을 다 한다.


- 사람을 잘 뽑아 올바른 팀을 구성하라.

* 성공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인재가 영입되어야 하고, 인재는 육성되어야 하며, 또 그들 스스로 작동되어야 한다. 인재의 샘이 말라서는 결코 안 된다.


- 문화를 바꾸어라.

* 조직에 대한 헌신과 기여의 문화가 세종시대 업적 수행의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내부의 강력한 민주적, 긍정적 영감의 문화는 조직 전체를 바꾸며, 밖을 변화시킨다.


- 팀을 코치하라.

* 이것은 팀원들에게 힘을 실어 줌으로서 높은 이상을 대리인들이 실현하도록 만들어 준다. 내가 앞장 서는 것은 그들을 앞세우기 위함이다. 가르치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 팀원들을 돌보라.

* 팀원들이 현재 어떠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지 이를 살펴보아야 한다. 만일 그것이 없다면 그들은 내가 자신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중요한 대업을 이루는데 소홀해 질 것이다.


- 문제점들을 치유하라.

* CEO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다. 과제를 부여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과제의 본질이 문제에 있음을 알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을 제기한다. CEO가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책임지는 한 `심(心)껏` 뛰어주지 못할 팀원들이란 없다. 그들이 CEO에게 들고 올 것이란 ‘문제’말고 더 있겠는가? 또한 그들은 얼마나 많은 고심 끝에 그 문제를 가지고 오는지 당신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 진행 상황을 점검하라.

* 자기 점검의 영역은 일의 방향성과 뚜렷한 목표에 접근하는 총체적 활동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깨워주고 독려할 때 정말로 ‘깨닫는다.’ 배움이란 그런 의미에서 방식을 교환하는 것이다. 세종이 집현전의 학자들로부터 배웠듯이 말이다.


[세종으로부터 배우는 경영 정신]


* 경영에 있어 CEO 중심의 ‘시왕지제(時王之制)’는 CEO 스스로 실무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곧 막강한 힘을 갖는 CEO로서 자신의 위상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 기획(planning)은 실행을 동반하는 개념이어야 한다. 이는 바로 실시간으로 사업이 전개될 수 있도록 행동에 옮기는 것을 말한다.


* CEO 스스로 직접 특수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팀을 발족하고, 성과를 챙기며, 다양한 문제들을 분석하고, 팀원들을 조언하라. 실무형 CEO는 전천후로 뛰어야 한다. 이는 결코 뒤에서 뒷짐만 지고 있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 CEO 스스로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인 면도, 부정적인 면도 다 있다. 그것은 자칫 잘못하다간 권한의 독점으로 나타나거나, 실무진이 CEO의 관심을 ‘권력’으로 오인할 수도 있다. 이 점에 유의하라.


* 기타 세종의 프로젝트 직접수행의 방식은 앞서 예들을 참조하라.


ⓒ전경일, <창조의 CEO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