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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20대를 위한 세상공부

[20대를 위한 세상공부] 교과서식 라이프도 주요한 가치의 하나라는 것을 알자

by 전경일 2009. 2. 4.
 
우리가 자라며 받은 교육 과정은 ‘교과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교과서는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 12년 동안 영향을 미친 주요 텍스트인 셈이죠. 우리의 정신적, 육체적 성장이 이 책과 함께 해온 시간과 관련 있습니다. 대학 진학 여부는 참고서 이전에 교과서와 관련되어 있고, 대학에서 제공하는 많은 도서, 자료들도 일종의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 냅니다. 20대까지의 인생은 교과서가 개인의 지성에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죠.

교과서 내 세계와 달리 사회에 뛰어들면서 세상에는 자신이 배운 교과서와는 너무나 다른 공식들, 법칙들, 불가해성과 부조리극이 펼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이 ‘사회’라고 어른들은, 선배들은 여러분에게 가르쳐 줄 것입니다. 마치 편향된 설명조차 하나의 ‘교과서’인양 취급되면서 말입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저는 살아가는 곳이 어디든, 세상에는 하나의 교과서 같은 규범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제 아무리 편법과 정석 변환이 현란하게 판치는 사회라고 하더라도 교과서적인 삶이 지닌 가치는 변함없습니다. ‘기초’, ‘기본’이라는 가치가 여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교과서적 가치는 사회생활에서든, 인생살이에든 그대로 적용됩니다. 지금 내가 내딛는 발걸음을 보고 그것이 훗날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염두에 두는 것은 인생을 사는 바른 마음가짐의 기본이 됩니다. 제 경험으로는 입사 전후, 일테면 서른 전까지는 잘못하면 ‘어려서 그렇다’고 귀엽게 봐줍니다. 대리, 과장시절인 삼십대에는 ‘아직 혈기만 왕성해서 그렇다’고 또 봐줍니다. 그러나 차․부장 이상이 되는 마흔 넘으면 누구도 봐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자기 얼굴은 자신이 책임지는 나이에 확연히 접어든 것입니다. 사회적 위치도 그렇습니다. 이때가 되면, 스스로 잘못 걸은 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다시 잘못하면 만회하기 어려운 시기에 접어드는 셈이죠. 사회적 관용도 더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머리 회전이 빠르고 유능한 것으로 인정받을 지라도 교과서적 가치를 넘어서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마십시요. 스스로 인생이 구차스러워 집니다. 남보기에도 떳떳하지 못하고 부끄럽습니다. 많은 사회적 명망가들, 재력가들, 권력자들이 TV에 비춰지며 구속되는 광경을 지켜보십시요. 기업의 윤리기준을 저버려 수감되는 경제인들을 유심히 살펴 보십시요. 그들 또한 처음부터 그렇게 되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어느 순간, 교과서적 가치를 조금씩 버리고 불법과 불의와 타협하며 만들어진 결과일 것입니다.

누구나 잘못을 범할 수 있습니다. 실수도 합니다. 저도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회사에서 납득할 수 있는 선을 벗어나서는 곤란합니다. 물론 책임을 모면 받을 정도의 실책은 꽨찮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작은 가치를 저버림으로서 궁극적으로 자신을 무너뜨리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부적절한 것들 앞에서 단호한 결단이 늘 요구됩니다. 어떤 일에서건 유혹을 떨칠 만큼 용기 있어야 합니다. 매사에 의연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생활은 밥벌이만이 아닌, 자기를 완성시켜 가는 과정이 되는 것입니다. 직장은 얼마든지 인격적인 완성까지 꾀하는 도량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지겨워서 가기 싫고, 어떤 사람들은 경제적 문제만을 해결하기 위해 가고, 어떤 사람들은 인간다움까지 얻기 위해 그곳으로 매일 출근합니다. 가고 싶어도 못가는 사람들도 있겠죠.(사실 많죠.) 결국엔 각자 자신의 선택의 문제지요.    

아무리 재빠르게 머리를 쓰는 게 성공가로로 가는 지름길로 보일지라도 세상을 사는 본질적 가치를 잊지 마십시요. 그것이 여러분이 꿈꾸듯 끝내 가장 큰 나무로 자라나는 길입니다. 저는 지금껏 세상을 살며 스스로 자신을 잘못 이끌어 쭉 커나가지 못하고 배배틀리고 혼미한 정신에 가시덤불만 무성해진 사람들을 수도 없이 보아왔습니다.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이렇게 된 책임은 자신에게 있습니다. 교과서는 변함없이 세상살이의 바이블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직장을 짧은 시간이나마 겪어보아서 알겠지만, 입사 후 3년이 제일 중요합니다. 이 때 앞으로의 직장생활의 ‘기초’가 닦아집니다. 어느 회사에서, 어떤 상사와 동료를 만나느냐, 어떤 업무를 하느냐, 그 회사는 무엇을 업으로 하고 있느냐와 같은 것들이 나의 사회생활의 방향, 품격, 전문성을 결정합니다. 이제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그냥 취직하는 게 아니라, 정말 인생에서 만만치 않은 선택을 하는 것이라는 걸 아시게 됐죠? 성장 분야인가, 쇠퇴해 가는 분야인가, 하는 것은 거시적으로 자기의 경력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1980년대 이전에는 종합상사들이 맹위를 떨쳤습니다. 중소기업에서 만들어낸 제품을 가지고 해외 바이어를 뚫어가며 그들은 클 수 있었습니다. 해외 유통을 하며 수출만이 아닌, 수입, 환차익 등으로도 돈을 벌었지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종합상사는 이미 물 건너 간 느낌입니다. 각 상사들도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첫 직장을 잘 선택하고,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이유입니다.

3년의 시간이 흐르면, 그 후 5년, 7년, 10년 단위로 승진과 같이 직장 내에서 변화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여러분 자신이든, 가정이든, 직장에서의 지위든, 그 업종 자체든 많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처음부터 무엇을 하라고 하는 교과서는 없을지언정 우리는 삶의 기준, 가치, 그리고 세상의 흐름을 읽는 눈을 통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직장을 통해 인생의 더 큰 교과서를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혹은, 여러분이 그 교과서의 한 장을 장식할 주인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멋진 선배, 상사가 되기 위해 멋진 후배가 되십시요, 당신은 그럴만한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습니다. 요는 변치 않는 가치는 꼭 움켜쥐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여러분을 정상에 까지 올려놓습니다.

ⓒ전경일, <20대를 위한 세상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