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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산에서 경영을 배우다] CEO들이여! 어려울땐 山에 올라라

by 전경일 2009. 2. 5.

CEO들이여! 어려울땐 山에 올라라

CEO 산에서 경영을 배우다 전경일 지음/ 김영사/ 415쪽/ 1만5000원


"나는 강하기 때문에 히말라야를 오른 것이 아니라 히말라야를 올랐기 때문에 강해졌다. 나는 인생도 경영도 모두 산에서 배웠다. "

1993년 한국 최초로 남극점을 통과하고 에베레스트에 몇 번이나 올랐으며 계절마다 명산을 빼놓지 않고 찾아다니는 고인경 파고다교육그룹 회장의 말이다. 그는 산행을 통해 경영의 원리를 배우고 사업 계획과 생존 전략을 가다듬는다. 또 가장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가장 낮은 곳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세계적인 경영 석학 짐 콜린스도 고산 등반을 좋아한다. 그의 등산경영론은 크게 두 가지.첫째는 떨어짐(Fallure)과 실패(Failure)를 구분하라는 것이다. 한계상황에서 포기하고 뒤돌아서는 것은 실패이며,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오르다가 로프에 매달려 내려오는 것은 떨어짐이다. 비록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능력의 임계점을 지났기 때문에 '떨어짐'은 '실패'와 다르다고 그는 설명한다.

두 번째는 생각의 프레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그도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는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아무도 오르지 못했던 암벽등반에 성공했다. '이곳을 오르는 지금은 현재가 아니라 15년 후이며,그때는 이미 많은 등반가들이 이곳을 어렵지 않게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정상으로 가는 길의 장애물은 험준한 산세나 거친 날씨가 아니라 우리 마음이란 얘기다.

이처럼 산은 경영자의 스승이자 인생의 멘토이기도 하다.

는 5년 동안 73명의 CEO와 함께 산을 오르며 체득한 경영의 지혜를 펼쳐보인다. 전작 <마흔으로 산다는 것> 등으로 유명한 저자는 창업과 실패를 거듭한 경험을 바탕으로 산행과 경영의 핵심 키워드를 우리 현실에 접목시킨다. 특히 '들머리''깔딱고개''치고개''멧부리''종주''내리고개''날머리'의 7가지 고개에 빗대어 전하는 지혜가 돋보인다. 삶의 높낮이와 산행의 오르내림,경영의 부침을 맛깔스런 문장으로 녹여냈다.

그는 '들머리 경영'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체력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깔딱고개 경영'에서는 겸손과 성장의 의미를 일깨운다.

"사업이란 저런 거요. 저 나무들을 보세요. 왜 위에서부터 봉오리가 벌어질까요? 그건 성장 때문입니다. 위로 영양분을 끌어올려 성장을 도모하고 햇빛을 가장 많이 받는 잎으로부터 광합성을 받아 줄기와 뿌리로 영양을 내려 보내 튼튼하게 하려는 것이지요. 기존의 뿌리와 줄기는 이들이 제 역할을 잘하도록 버팀목이 되어 줍니다. 안정과 성장의 선순환 구조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치고개 경영'에선 생존을 위한 혁신전략,'멧부리 경영'에서는 영혼을 불태우는 도전을 강조한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움직이는 게 보이면 그땐 나하고의 거리가 800m 입니다. 움직이는 게 확인되면 그 사람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죽어라고 걸으세요. 신속히 움직이면 팔다리가 보일 겁니다. 그땐 400m로 줄어든 겁니다. 옷에 달려 있는 마크가 보이면 이제 150m로 줄어든 것이고,상대의 이목구비가 제대로 보이면 그때는 100m가 남은 겁니다. 만약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면 둘 중 하나죠.내가 2000m 뒤로 처져 있거나,반대로 상대가 죽어라고 내 뒤통수를 쪼고 있는 겁니다. "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지요. 나와 함께 20여년 전에 사업한 친구들은 몽땅 나가떨어졌어요. 한눈팔고 딴생각을 했기 때문이죠.등산처럼 꾸준히 오르려 하지 않고 단번에 승부를 내려고 무리하거나 사행심에 빠져 길을 잃곤 했죠.내가 가진 건 꾸준함밖에 없어요. 안 되긴 뭐가 안 돼요? 사양산업이 어디 있어요? 산에 오르면 내가 새로워진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투지가 불타오르는 거죠.산 아래서는 빈둥거리던 정신이 산 위에 올라서면 빨리 내려가서 뭘 해야 겠다는 각오로 불탑니다. 내가 길을 재촉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그는 또 '종주 경영'에서 산에 오를 때마다 의도적으로 다른 길을 찾아 남다른 아이디어를 얻는 '여백의 상상력','내리고개 경영'에서는 고통을 견디는 인내심,'날머리 경영'에서는 핵심을 꿰뚫는 통찰력의 힘을 일깨워준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입력: 2008-11-28 18:03 / 수정: 2008-11-29 13:54

출처: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