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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CEO산에서 경영을 배우다

山 과 잠언

by 전경일 2009. 2. 2.

 

산에는 무수히 많은 등로가 있다
길은 사람을 향해 뻗고
사람은 길을 향해 나아간다
길속에서 길을 찾기도 하고
길속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은 어디인가.

산에 누워 있는 무덤 하나
산 아래에서 내가 버리고 온 무덤하나
산에 와서 나를 기다리네
산 위에 놓여 있는 무덤 하나
차마 내가 버리고 오르지 못한 무덤 하나
반가운 듯 나를 반기네
저 무덤의 주인은 언제 적 사람일까

인연의 끈이 아무리 질겨도
물처럼 흘러가는 것
그게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인연의 법칙이자
만남의 깊이다

 

한여름 장마철에 소백산을 오르다가
느닷없이 내리쏘는 소낙비를 만났다
판초우의를 뒤집어 쓴 채 자연에 온몸을 내맡기자
내 영혼은 우주가 되어
이 산하 언저리에 비로 뿌렸다

그대는 산을 타는 게 아니라,
마음을 타는 것이다.


강인한 의지로 마음의 산을 넘어
금석의 맹약을 이뤄내는 것이다
산 아래선 잠재울 수 없던
욕망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대의 산은 그대 안에 있다.

 

산을 오를 때, 참으라.
산 같은 인생을 오를 때,
그대는 격정의 고통을 인내하라.
숨 죽인 듯 내면에 귀 기울여라
인생은 허산(虛山)이 아닌,
진산(眞山)을 오르는 것
그곳에 그대의 정상이 있다.

쇠창처럼 솟은 풀잎들,
깃대 같은 나무들,
병정 같이 도열한 숲들...


계절이 치장하고 간 길에는 산만이 남는다.
나를 나로 보지 말고,
나의 형해(形骸)로 보라.
지금 네가 너를 보듯
그것이 자연이다.

 

나무는 산을 닮고 산은 경영자를 닮는다
산에 들어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친 나무를 보면
경영자는 다가가 절로 끌어안고 싶어진다
다들 자기 자리를 알고 뿌리 내고 있구나,
다들 든든히 하늘을 떠받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면 저 나무들을 위해
잡목을 걷어내는 걸 자신의 소임으로 각인하게 된다.

혁신의 다리를 건너
그대는 닥쳐 올 죽음을
가능한 삶으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
치열하게 삶을 붙들어야 폭풍우에 쓸려가지 않는 것,
그것이 인생과 경영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르침이다
사는 길을 찾고자 하거든
죽음을 내 던지고 저 다리를 건너라

 

산은 크다
산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경영자는 없다
그대를 쓰러뜨리는 것은 작은 돌부리들
그대는 어찌 발밑을 간과하는가

 

저 살의 산, 육산(肉山).
육신을 벗겨내면 저 산의 골격이 나타날 거요.
그게 바로 산의 속이지.
바로 혁신의 골격을 보게 된단 말이요.
나무와 숲은 허우대에 불과하지.
그래서 바위산만 보면,

내겐 용광로 같은 피가 들끓는단 말이요.

저기 산 오르는 그대,
그대는 우뚝 솟음으로써 가장 낮은 산이 되리.


가장 낮아짐으로써 가장 높은 산이 되리.
산 사람아,
산에 묻어가는 티끌 같은 사람아.

 

사람이 산이다
그 산에 막혀 평원으로 나가지 못하고,
때로는 저 산에 의탁하듯 기댄다.
노을지는 지리산에
저녁 새가 깃든다.
산이 사람이다.

 

산군(山群)은 앞을 막아선다.
진군하듯, 멈추어 선듯,
나는 그들이 호령하는 말의 뜻을 안다.
필기단마로 산군을 넘든,
피해가든, 쓸어 버리든...

 

내 앞엔 산이 버티고 있다.

너희 백두대간은 어디서 흘러
지금 내 앞에 당도한 것이냐?
산은 의연하게 뻗어 있고,
사람은 산허리를 밟고 선다.
허리 꺾인 山嶽에 눈이 내린다.
아, 사람아! 산사람아!

 

산은 모여 산들을 부르고,
사람은 모여 산 아래 벗들을 부른다.
산과 사람이 만나는 곳에는 이야기가 남는다.
저 사연들은 어느 산 협곡
갈피에 꽃히는 전설이 될까?

산 사람 산 사람 산 사람
산 사람 산 산 사람 산 사람
산 사람 산사람 산사람......
둘이 닳았네.

 

삶을 사랑하거든 산을 오르라.
누구보다 모든 생각을
강하게 가지게 될 것이다.
산이 되는 나를 만나게 게 될 것이다.

무엇을 얻으려 산을 오르는가.
산을 오르면 인생은 얻는 것이 아닌.
더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대 마음의 무거운 짐은
저 아래 내려놓고 오라.

자꾸 다닌 산이 정겨워지는 건 왜일까?
내가 너를 만나 산꾼이 되어 산을 오르고,
동행 하나로 우리는 산에서
오랜 벗이 된다.

 

산에는 수많은 정상이 있다.
인생에도 수많은 정상이 있다.
저 산을 못 올라 속 태우는 이여!
그대가 오를 산은 어디고 있다네.

 

그대의 두 발로 오르라.
그대의 의지로 오르라.
악과 깡과 객기와 협기로 오르지 말고,
구도자처럼 자신을 향해 천천히
기도하듯 오르라.
그곳에 그대의 꿈이 있을지니.

 

살며
인생의 스승을 만나고 싶거든,
그 스승의 말이 늘 한결같고,
나를 묵상케 하고, 자유롭게 하는
큰 가르침을 얻고 싶거든,
그대 산을 오르라.
그곳에 인생의 영원한 스승이 있다.

 

투구를 쓴 채 산을 오르는 장군,
그대는 어찌 산을 오르는가.
볍씨만도 못한 몸을 이끌고
어찌 이리 험한 산을 오르는가.
굴을 뚫고, 산을 쌓고

 산 짐꿈처럼 기웃둥 오르는
七佛 개미.

 
                                 ⓒ전경일. <CEO 산에서 경영을 배우다>(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