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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20대를 위한 세상공부

[20대를 위한 세상공부] 네트워킹의 참된 의미

by 전경일 2009. 2. 6.
 움직이는 모든 면에서 네크워킹의 참된 의미를 알라

사람들 간의 네트워킹 관련되어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었지요. 바로 지금으로부터 40년전인 1967년에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인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교수가 한 실험인데요. 밀그램 교수는 사람들 간의 관계 형성을 연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해봤다고 합니다.

그는 3백통의 편지를 미국 중부에 위치한 캔자스 주의 위치타 또는 네브래스카 주의 오하마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뿌렸습니다. 그리고 이 편지를 받은 이들에게 보스턴 근교에 위치한 샤론에 살고 있는 아무개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편지는 자기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샤론에 있는 아무개를 제일 잘 알 것 같은 사람에게 전하기를 반복해 최종적으로 샤론의 아무개에게 도착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편지봉투에는 전달자의 이름을 배서하게 해 편지가 전달된 경로를 알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 실험을 통해 배달된 편지 중에서 배서된 사람의 수를 세어보니 평균 5.5명이 나왔습니다.

이런 시도는 2001년 들어 컬럼비아대의 와츠 교수에 의해 다시 시도됐습니다. 이번에는 40년 전 밀그램 교수가 시도했던 우표가 붙은 편지를 전달한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이메일로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2003년 중간 집계에 따르면 이메일로 연결된 사람들의 평균 관계는 5~7로 6단계의 분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6명을 통하면 세상 어디든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요즘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바로 그런 개념을 사업화 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제가 왜 이 이야기를 꺼냈을까요? 바로 세계로 연결되는 장치인 PC와 인터넷은 여러분 책상 위에 놓여있다는 것을 얘기하기 위해서 입니다. 제가 오래 전 입사했을 때에는 소속 부서에 처음으로 PC가 보급되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단 하나의 PC를 전 부서원이 워딩용으로 사용했던 시절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세상은 정말 놀랍기만 하지요? 이렇게 엄청난 번식작용이 있었다니요. 저도 인터넷 회사에서 일해 봤습니다만, 이건 정말 인류가 생각해 낸 금세기 최고의 발명품이 아닌가 합니다. 이 인터넷을 통해 세계는 지금도 초당 수억 테라바이트의 정보가 흘러 다니며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인터넷에서 여러분은 어떤 정보나 흥미 거리를 찾고 있습니까?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하고의 관계는 좀 더 친밀해 졌나요? 이제 이 행성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얼마나 가까운지 아시겠습니까? 우리는 거미줄처럼 촘촘히 짜인 상호관련성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적도 가깝고, 우군도 가깝고, 쇼핑 몰도 가깝고, 성인물을 볼 수 있는 비디오방도 가까이에 있습니다. 물론, 학교도, 직장도 가깝습니다. 너무나 가까워서 오히려 멀리 떨어져 있고 싶기도 합니다. 내 생각을 방해받지 않으려고 때로는 아웃룩이나, 메신저를 꺼두기도 합니다. 편지로 무엇을 받는 것은 요즘엔 청첩장이나 초대장 밖에 없더군요. 

아무튼 네트워크의 힘을 실감합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가상공간에서 더 많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더 많은 대면의 기회를 접하게 되겠지요. 이 시대 놀라운 테크놀로지 혁명의 한가운데 내가 있고, 그 속에서 일했다는 게 먼 훗날에 추억이 되겠지요. 그런데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아날로그적 정취입니다. 때로는 선술집이 그립고, 모닥불이 더 좋으며, 진한 커피를 마시는 찻집 생각이 납니다. 점심때 쪼르르 달려가 테이크 아웃하는 커피가 아닌, 아가씨가 타주는 다방 커피. 그런 정취는 급속도로 물러가고 있습니다. 직원들과 둘러앉아 얘기하는 시간보다는, 메신저로, 메일로 수다를 떨거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런 관계를 요즘엔 네트워크라고 합니다.

동호인 집단도 회사 내에는 참 많지요. 스키 동호회, 와인 동호회, 음악 동호회, 카메라 동호회, 등등. 온갖 동호회를 통해 우리는 네트워킹을 합니다. 취미 따라, 관심사 따라 끼리끼리 모이는 것이죠.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한 네트워크도 참 많습니다. 제 주위에도 한 두 개의 성공을 위한 모임들에 사람들이 가입되어 있고, 활동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때로는 도움도 받고, 위안도 받고, 타인과의 관계도 형성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저는 이런 이해를 위한 네트워크가 너무 우리 삶을 조여 오는 건 아닌가,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늘 만남은 뭔가 같이 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어야만 이뤄진다는 식의 대단히 효율적인 사고가 어느새 우리 머리속에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닌가 합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누구를 아는 게 네트워크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합니다. 우리가 과연 만나서 악수하고, 명함을 교환하고, 일말의 자기 관심사를 상대에게 타진해 보는 게 네트워킹일까요.

제 생각에 네트워크란 내가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거, 그것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부단히도 남을 알려하고 뛰어 보았지만, 자연스럽고 훌륭한 네트워크는 내가 누군가에 연결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노력과 능력, 자질이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가 남들이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면 되는 거죠. 그러면 인맥은 자연스럽게 만들어 집니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죠. 사람들을 통해 우리가 얻는 정보의 대부분은 그냥 스쳐가는 것들입니다. 내가 스스로 쌓은 내공으로 만들어 내는 정보는 원천 콘텐츠가 됩니다. 5~7의 6단계 네트워크 법칙은 내가 발산하는 에너지가 크면 클수록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오며, 그 간극도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스스로 1의 확신을 갖고 자신을 준비해 나가는 작업이 보다 큰 성과를 가져올 거라는 얘기입니다. 

모든 네트워크는 본질적으로 움직이고 끊어지고, 다시 이어집니다. 나의 관심사가 변해서 동호회를 탈퇴하기도 하고,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이직을 하기도 합니다. 여러분 스스로 자신에게 중심성을 불어 넣는 것은 변함없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관계성을 찾으려는 많은 시도도 좋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잘 아는 것이죠. 그것을 모르면, 우리는 늘 회사와 집 사이를 오가며 자기 정체성을 의심하게 됩니다. 이렇게 회사 다니는 나는 도대체가 뭐지?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들게 되는 거죠. 그땐 정말이지, 세상에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잘 아는 후배가 자신의 네트워크에 저를 초대하는 이유가 서로 잘되려는 얘기라는 말을 듣고 너무 계산적인 게 아닌가 싶어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저는 아직 1도 못 만든 사람인데, 불러서 뭐에 써먹겠다는 건지...

   

ⓒ전경일, <20대를 위한 세상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