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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CEO산에서 경영을 배우다

사계(四季)가 넘실대는 통찰의 山 - 가을

by 전경일 2009. 2. 2.

가을_완성을 빚어내는 저 황홀한 스러짐


인생을 살며 스승을 만나고 싶거든, 산을 오르라. 나를 묵상케 하고, 자유롭게 하는 큰 가르침은 산에 있다. 그러니 거친 국토의 산정에 올라 인생의 영원한 스승을 만나라. 그것이 이 가을을 축복처럼 완성할지니...

 

 

이 산하의 단풍은 만물의 완결을 재촉한다. 단풍드는 산은 완결로 치닫지만, 그것이 완성일지,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 것인지는 늦가을 말라가는 계곡물에 흐르거나  발에 채이는 낙엽만이 알 것이다. 단풍을 볼 때면 산 사나이 신용석 씨의 심정은 복잡하다.



아름다움은 저렇게 스러지는 것인가. 선홍빛 빛깔의 황홀경에 빠져 눈물마저 쏟아낸 그였다.  단풍은 추상(秋霜)의 칼날을 받고 북에서 남으로 시속 2km로 쫓기듯 치달린다. 생애의 마지막을 저렇듯 황홀하게 불태워야 하리. 그래서 쫓는 게 단풍놀이요, 짧은 생애의 완성을 위해 산꾼들은 단풍의 뒤를 쫓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을 산은 그에게 그렇게 느껴졌다.



그런데 불현듯,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풍이 드는 건 나무 스스로 제 힘을 놓기 때문이다! 그러니 날씨 탓이라고만 하면 우리는 저 푸른 송죽의 의미를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그의 단풍관(觀)은 어느덧 달라졌다. 아름다움이란 찰나의 시간을 뛰어넘어 인생에서 놓지 말아야 할 것을 힘껏 움켜쥐는 것이다. 그런 게 아름다움의 시작이라고.

 


낙엽 쌓이는 등로는 레드 카핏처럼 붉고, 인생은 저렇게 멋진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리라. 떨어진 잎을 밟고 가는 것일지라도 놓지 말아야 할 것은 손아귀가 부서질 정도로 움켜쥐고 가야 하리라. 사랑, 우정, 희망, 꿈 같은 단어들이 그의 머릿속에 튀밥처럼 튀어 올랐다.



신씨는 단풍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의 의미를 되새긴다. 길속에는 무수한 길이 있고, 우리는 간혹 길에서 나를 잃기도 하지만, 내가 지금 가는 길이 어디인지를 안다면, 진정 나를 향해 오르는 산꾼이 될 것이라고. 그럴 땐 내가 세상을 알고, 산행과 인생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라고. 그것이 산이 주는 가장 큰 위안이자, 혼미함을 떨쳐버린 채 오롯히 인생의 등로를 오르는 것이라고...



신씨는 구슬진 땀을 닦으며 산마루를 응시했다. 그곳엔 벌써 나목이 된 나무들이 하늘을 한껏 겨누고 있다. 견딘다는 것...  그는 배낭끈을 조이고 한발 한발 걸음을 위로 끌어당겼다.



전경일, <CEO 산에서 경영을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