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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살이 이야기

북경-내몽골을 다녀오다

by 전경일 2009. 8. 5.

직장인들이 휴가를 떠나듯, 지인의 도움으로 여름 휴가차 집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 사물들, 사람들, 풍물들, 자연들, 그 속에서 면면히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받아내려는 정신의 충전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사진과 곁들여 느낌을 적어볼까 합니다. 

자금성입니다. 명을 세운 주원장이 원을 몰아내고 북경을 함락하고 나서 지은 성입니다. 훗날 청은 명을 멸망시키고, 새로운 왕조를 열면서도 선례대로 이전 왕조의 궁을 헐고 새로 건립하는 관례를 깨뜨림으로써 중국 백성들의 노고를 덜어주게 됩니다. 이로써 다시 한번 인심을 얻게 되는 것이죠. 물론 가장 처음의 민심 획득책은 명 숭정제의 장례를 이민족인 만주족이 누구보다 후하게 치뤄준 것입니다. 정치란, 백성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이로써 천하를 태평하게 하게 하는 것입니다. 백성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손가락을 굽혔다 펴는 것 만큼이나 쉬울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훗날 강희, 건륭, 옹정제의 치세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역사를 보면 큰 정치와 경영이 보이는 듯 합니다.

도광양회, 화평굴기의 중국이 담대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자금성 내에 있는 현판 중 만주어와 한어가 함께 쓰인 것들이 여전히 있다는 점입니다. 만한 양어로 쓰인 현판을 떼어버리는 졸속을 하지 않는 점이 중국의 저력입니다. 중국은 거대한 자궁과 같아서 무엇이든 그 속에 넣고 내재화시키는 게 아닐까요. 개인적으로는 만주족의 흥기를 다룬 졸저 <글로벌 CEO 누르하치>(삼성경제연구소)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무엇이 국가와 기업의 성쇠를 결정하는가? 또한 중국 CCTV에서 방영한 <대국굴기>는 왜 화평굴기의 두 글자를 따왔을까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치세의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등등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자금성 내에서 오히려 우리 민족의 흥기를 모색하며 많은 것을 생각한 시간이었습니다.  

자금성을 지을 때 기와를 구웠던 곳이라고 해서 유리창이라 하죠. 벌써 700여년 전인데 우리의 인사동 같습니다.

유리창내 있는 700년 된 서점 영보제 입니다. 지금은 서점 구실보다는 관광상품을 파는 곳으로 바뀌었고, 종업원 또한 그 역사를 모르는 듯 합니다. 이곳은 세종 시기 신숙주 등이 들렀고, 영정조 시기 우리 실학자들이 반드시 들르는 필수 코스였습니다. 이런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까요.

만리장성입니다. 진시황의 무한권력 욕구의 산물인데, 이 거대 산성을 쌓았어도 (중국인이 봤을 때) 이적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성을 쌓을 게 아니라, 다리를 놓고 길을 뚫을 일입니다. 한 나라의 국방이든, 외교든 마찬가지인 셈이죠.

북경에서 내몽골로 가는 열차 안입니다.

내몽골에도 목화를 파는 곳이 있네요. 최근에 낸 졸저 <더 씨드: 생존을 위한 성장의 씨앗> 생각이 불현듯 나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목화는 참 먼곳, 북쪽까지 점유해 들어갔군요.

몽골 사람들 풍경화 입니다. 참 이국적이죠. 목가적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들의 삶은 고단하기만 했기에 세력이 모이면 노도처럼 흥기하곤 했었습니다.

황하입니다. 이 강으로 인해 중국의 역사는 시작됩니다. 황하대교(黄河大桥, 황흐어따치아오)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강은 흐르고 흘러 중국 내륙을 적시고 황해로 흘러들어 갑니다. 유구한 시간의 역사속에 자연에 조그마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강물처럼 굽이치며 역사를 만들고, 철학을 만들고, 문명을 만들고, 삶과 죽음을 그 언저리에 퇴적층처럼 부려 놓았습니다.

내몽골 사막입니다. 사막... 제 영혼을 홀립니다. 저 메마른 대지가 주는 감동은 무엇 때문일까요...

예전의 사막의 대상들도 이렇게 이동했겠죠. 낙타, '사막의 배'라 불리운 저 짐승들의 수고가 모래밭에 길을 냈습니다. 우리 인생길은 누구와 함께 하는 것인가요.

너무나 매혹적인 사막 풍경... 모든 것들은 움직인다. 사막은 움직임으로써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사막여행>에서도 제가 쓴 말인데, 사막은 정막속에서도 움직입니다.

낙타를 탄 저의 그림자입니다. 궁둥이가 좀 아프더군요. 낙타는 허리가 아팠을까요?


바로, 이 사람! 결국, 저는 이 사람을 쓰기 위해 다음번엔 외몽골로 갈까 합니다. 너무나 야만적이고, 매혹적인 사람입니다. 작가로써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데, 늘 밥먹는 일이 걱정이군요.
(칼국수 먹으러 갈 시간이라, 오늘은 이쯤에서 간략히 끝내야겠네요.)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