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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20대를 위한 세상공부

회사에서 하루에도 수 백 번 듣는 단어들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습니까?

by 전경일 2009. 9. 1.

회사에서 하루에도 수 백 번 듣는 단어들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습니까?

직장인들이 하루 중 회사에서 쓰는 말들을 조사해 보면, 생각 외로 몇 문장 안된다고 합니다. 단어로는 채 100개가 넘지 않는다는 조사도 있지요. 단어 사이사이에 쓰이는 조사를 빼버리고 나면 순수 명사의 수가 이렇다는 얘깁니다. 직장인들은 주로 어떤 단어를 쓸까요? 일, 주간․월간업무, 매출, 승진, 평가, 월급, 임원, 시장, 점유율, 술, 회식, 워크샵, 협력업체, 사장님, 비전 등등 아무리 꼽아 보아도 100개 이상의 단어를 찾아내기 쉽지 않습니다. 직장인들은 어떻게 이렇게 적은 수의 단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업무를 수행할까요?

회사에서 쓰는 단어들은 일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압축된 터미놀러지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 단어들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 사이를 수천 번이나 왔다 갔다 합니다. 반복적인 일이어서 그렇겠지만, 그보다는 정해진 일의 범주 내의 언어에 우리가 익숙해져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쓰는 이러한 단어들은 광속으로 움직이는 것보다도 빠릅니다. 생각의 속도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 직장 내 용어들인 셈이죠.

늘상 업무시, 회의석상에서, 업체와의 협상시 같은 용어를 써대지만 우리는 그 같은 단어들의 참된 의미를 알고 있는지 의문이 갈 때가 있습니다. 나아가 어느 단어가 다른 단어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간과할 때가 있습니다. 협력업체와 진행하는 일이라면, 협조가 잘 이루어져서 시장점유율과 매출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월말이면 급여를 받는 일이겠죠. 물론 그에 대한 평가로 연말이면 승진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업무상의 노고를 치하하는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회사의 비전이나 임원급, 사장에 대해 격의 없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기도 할 것입니다.

각 단어들은 직장 내에서 나의 발전을 기약하기도 하고, 때로는 심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합니다. 모든 게 상호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식이지요. 직장 생활은 뭐 거창한 어떤 것에 의해 굴러간다기보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에 의해 쉽게 정의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맡아서 하는 업무든, 조직 전체의 일이든 우리가 오늘 여기서 보내는 시간이나, 삶은 지금 회사에서 쓰이는 단어들과 관련이 깊습니다.

각 단어가 쓰이는 정밀한 의미를 되새겨보면 그 기업의 현재 상태를 진단해 볼 수 있습니다. 뭔가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자 하는 기업은 ‘비전기업’이 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도 그에 걸맞는 것들입니다. 예컨대, 혁신, 개혁, 창조적 사고, 과감한 도전과 같은 단어들이 자주 쓰일 것입니다. 현재 우리 회사가 무엇에 목말라 하는지 직원들이 쓰는 용어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것이죠. 매출과 시장점유율 쟁탈이 화두인 기업은 ‘마켓 쉐어’에 대해 가장 많은 사용빈도를 보일 것입니다. 인터넷의 검색어 순위처럼 회사 내에서도 주요사안, 관심사가 특정 단어를 집중적으로 쓰게 하는 것입니다.

회사의 이 같은 용어 사용을 객체로 바라보느냐, 체화시켜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느냐는 직장생활의 성패를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것이 아니라, 그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자신의 삶을 개선한다면 회사 따로 개인 따로의 겉도는 관계를 만들게 되지는 않겠죠. 기업은 개인이 겪는 경험보다 많으며 얻는 정보의 양도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물론 그 기업의 업무 관련된 일에 주안점을 두겠지만은 기업이 쓰는 주요 정보를 통해 자기 정보화하는 것은 대학시절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매크로한 부분을 접하며 마이크로한 자기 세계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성공하는 직장인의 특징을 살펴본 경력진단 전문가들의 얘기에 의하면, 이들은 회사가 화두로 던지는 주제어를 신속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학습하는 집단이라고 합니다. 어느 최고경영자가 꺼낸 ‘창조’라는 컨셉은 지난 해 대한민국 기업들의 화두가 된 적 있습니다. ‘창조’는 들불처럼 번져 나갔고, 각 기업들은 이를 현장에 접목시키고자 불철주야 고심했습니다. 성장 동력이 선진업체를 벤치마킹하는 수준에 머물다간 멈춰 버릴 게 명약관화함으로 창조적 발상으로 1등의 지위를 찾고, 지켜 내자는 구호는 오늘날 한국 기업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가장 적절하게 뽑아낸 키워드였죠.

기업에서 쓰는 용어들은 무수히 많지만, 적어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들은 몇가지 분명히 있습니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매출’ ‘성장’ ‘이익’과 같은 회계상의 단어들일 것입니다. 이런 단어들에 민감하지 않고 뛰어난 직장인으로 커나가기는 힘듭니다. 기업 내 키워드는 단순히 단어가 아니라, 기업의 사업방향과 비전,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생존과 직결된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하루에 채 백 단어도 안되는 말을 쓰면서도 세상을 움직이고, 세계기업과 경쟁하며, 나의 성장을 도모케 하는 단어들 앞에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해왔는지요? 가장 압축적인 말로 세상을 놀래키는 인재들이 되십시요. 제 경험상 말씀드리자면, 특히 기업 내 가장 명확한 언어는 숫자입니다. 숫자가 없는 말은 그냥 워딩일 뿐이겠죠. 숫자의 언어를 아는 것, 그것이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남아 있는 숙제일 것입니다.


<회사가 말하는 키워드의 의미>

ㆍ회사에서 경영층이 강조하는 말을 키워드로 열개 정도 뽑아낼 수 있는가? 그리고 각 단어의 의미와 연결된 나의 행동지침을 알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가? 만일 이 점을 안다면 여러분은 버저너리(visionary)한 직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ㆍ회사에서 요구하는 숫자의 언어에 대해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가? 경영목표, 쟁탈해야할 시장점유율, 순증회원, 단기 실적 등등. 만일 이런 점을 안다면 여러분은 회사와 여러 면에서 호흡을 잘 맞출 조건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숫자를 모르는 직원과 얘기하는 것만큼 소모적 대화는 없다.

ㆍ지금 우리 회사에서 쓰고 있는 키워드들이 경영학 관련 자료나 신문지상 등에서 번번히 쓰이는 단어들인가, 아니면 그와 반대인가? 몇 해 전, 우리 회사에서 강조했던 단어들이 지금에서야 매스콤에서 집중적으로 쓰이고 있는가? 이 차이만 알아도 여러분은 회사의 미래를 점칠 수 있다. 회사에서 빈번하게 쓰는 단어는 그 기업의 미래를 알게 해 준다.

ⓒ전경일, <20대를 위한 세상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