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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20대를 위한 세상공부

세계는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고, 이 변화는 내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by 전경일 2009. 9. 7.

세계는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고, 이 변화는 내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한 지인이 선물해 준 책을 흥미롭게 탐독했습니다. 로렌스 곤잘레스가 쓴 『생존(deep survival)』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생존과 모험의 작가는 이 책에서 1830년 9월 15일 매국 리버풀 앤드 멘체스터 철도 개통식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날 월리엄 허스키슨이라는 리버불 시의 의원이 다가오는 철도에 치여 목숨을 잃었는데, 사고 는 뜻밖에도 그가 기차의 속도를 가늠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기차는 처음 보는 물건이었고, 마차의 속도만 알아 온 그는 기차의 속도와 거리에 대해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기에 기차가 달려오는 데에도 철길을 건너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마차의 속도 이상 낼 수 있는 물건은 그 날까지 지상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 이상의 속도를 내는 물건에 대해 알 턱이 없었던 것은 당연했겠죠.

전미 대륙을 달리는 철도 개통식날 벌어진 이 사고는 새로운 ‘속도’가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준 예였습니다. 그때 이후로 모든 기관이 있는 차량들은 마차보다 훨씬 더 빠를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감지하기 시작했고, 철도는 한 개인의 불행한 사고와 무관하게 전국적으로 뻗어 나갔습니다. 19세기의 철도와 비교해 20세기 말에는 인터넷이 등장했고, 커뮤니케이션은 폭발적으로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했으며, 인터넷을 활용한 일과 생활은 가정과 회사를 연결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확대해 왔습니다. 물론 지금은 철도보다 훨씬 빠른 기관들이 훨씬 많습니다만.

전 세계 정보통신을 태동시킨 미국에서는 얼마 전 노벨평화상을 받은 전 미국 부통령인 알 고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그가 클린턴과 함께 부통령으로 출마 시 유세현장에 가보았는데, 리무진에서 내리는 그는 정말 훤칠한 키에 멋진 남자였습니다. 그는 부친이 미국 주간(州間) 고속도로(Inter States Highway)를 놓은 것을 벤치마킹해 자신은 정보 하이웨이를 놓겠다고 생각하고 실리콘 밸리는 적극 지원한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지금은 1년에 한반도의 절반 크기 남짓한 남극빙하가 녹는 것을 막기 위해 지구 온난화 방지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놀랍기조차 합니다.

1830년 철도가 도입된 이래 인터넷의 일상화까지 우리는 지금 어떤 속도 속에서 살고 있습니까? 어떤 속도에 몸을 내맡기고 돌진하고 있는지요? 더구나 이제는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어 변화의 폭과 깊이는 점점 더 커져만 갑니다. 물론 과거에 변한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세계화가 뭔지를 알려면 마트에 가보면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와인을 즐기는 저는 한-칠레 FTA체결 이후 왜 프랑스산 와인의 가격이 내려갔는지 잘 압니다. 저가의 칠레산에 마켓 쉐어가 밀리자, 대등한 가격 정책으로 프랑스 와인이 나온 것이죠. 그 혜택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와인을 과거보다 싸게 살 수 있다고 해서 거기에만 눈을 돌려서는 안됩니다. 중국산 완구류가 전 세계 시장의 80%를 장악하는 가운데, 마약성분이 들어간 장난감에 리콜 사태가 발생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아이들에게 선물할 장난감 공급부족에 허덕이게 될 거라는 기사가 오늘 CNN의 헤드라인을 이루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문제도 알고 보면, 세계화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적 없는 자본이 전 세계를 유형처럼 배회하며 자본이익을 취하고자 혈안되어 있는 것이지요. 이 모두 21세기형 속도의 유형입니다.

속도는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가져옵니다. 우리가 직장에서 얘기하는 변화는 이미 진행된 변화보다 언제나 뒤늦습니다. 빨라도 그것은 트랜드를 반영한 것입니다. 경영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대처이기도 하지만, 그에 대한 반응이기도 합니다. 속도를 간과한다면 빠른 속도의 기업들에 의해 느린 기업들은 잡아 먹혀 버리고 말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다니는 직장이 이런 변화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나는지요?

세계는 끊임없이 변하고 이 변화는 끝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스의 철인 헤라클레이토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강은 우리가 발을 담글 때마다 다른 강이다.” 제 식대로 비유하자면, 산도 우리가 오를 때마다 매번 다른 산일 것입니다. 직장은 어떨까요? 회사도 오늘 출근할 때와 어제의 회사는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다른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빨리 인지하는 기업과 직원만이 ‘속도의 원칙’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것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의식속의 속도는 세상의 속도와 일치하고 있는지요?

월리엄 허스키슨의 죽음은 지금도 매일 수많은 기업들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은 속도에서 떨어져 나가면 혼자 묻히듯 시골에 가서 슬로우 라이프를 즐기면 되지만, 기업은 속도에서 떨어져나가는 순간, 자연도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업의 도태를 막기 위해서 매일 매일 시지프스처럼 바위를 들어 올리거나, 열차에 치이지 않기 위해 그 보다 빠른 속도를 내야 합니다. 이런 새로운 속도계의 시대는 너무 빨리 달려 심지어는 정지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세대에는 이런 롤로코스트에 올라탄 듯한 속도조차 너무 더딘 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 우리 의식도 그 같은 속도를 내고 있는지요? 며칠 전 만난 친구가 제게 자기 회사의 후배직원 이야기를 하며, 누구도 가기 싫어하는 시골 지점을 그 친구가 자청했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머리는 부지런히 움직여도 몸은 느릿느릿 살아가고 싶다고 대답했다더군요. 어떤 속도가 내게 맞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기업은 선택할 수 없는 것을 개인은 선택지로 삼을 수 있으니, 때로는 법인보다 자연인인 직장인이 행복한가 봅니다.

ⓒ전경일, <20대를 위한 세상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