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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20대를 위한 세상공부

끈기를 말할 때에는 어떤 종류의 끈기인가를 먼저 유심히 살펴보라

by 전경일 2009. 9. 16.

끈기를 말할 때에는 어떤 종류의 끈기인가를 먼저 유심히 살펴보라

동료들이나 후배 직원들과 업무상이나 사석에서 대화를 나눌 때 은연중에 저는 ‘끈기‘라는 단어를 참 많이도 쓰고 있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의 선호도가 높거나, 혹은 경험이 ’끈기’를 불러내서 의식적으로든 계속 재생시켜 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될 법한 일에서도 끝까지 견디지 못해 물러서고 놓치게 된 기회들이 적잖이 있습니다. 그때에는 왜 좀 더 끈기를 발휘해서 그 일을 완수하고 성취해 내지 못했을까 돌이켜보면 안타까운 일들이 적잖습니다. 이십대 때 초고까지 다 써놓고 출판하지 못한 채 넘어간 원고가 아직 제 책상 옆에 20년간 쌓여있고, 3년 내 출판하겠다고 놓아둔 돌아가신 아버지 자서전이 일 년이 지나가는 데에도 아무런 손길도 닿지 않은 채 놓여 있습니다. 모처럼 작심한 화분 가꾸기는 심드렁해졌고, 다짐했던 봉사활동은 이런 저런 이유로 빠지고 맙니다. 왜 끈기가 없는 걸까요? 이런 후회감은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모르긴 해도 여러분도 이 같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회사에서 요즘 직원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끈기’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은 벌려 놓는데, 끝까지 마무리까지 하는 능력은 부족한 것 같더군요. 화려한 것을 좆다보니 정작 결실을 맺어야 할 일에서는 쉽게 손을 놓더군요. 프로덕션을 찾아오는 많은 방송 지원자들을 지켜 본 한 후배는 “요금 애들은 일을 하다가도 자기 맘에 들지 않으면 말도 없이 그만 둬 버린다.”고 불만입니다.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냐?”고 물으면 특별한 철학도 없이 “좋을 것 같아서...”라고 얘기하는 지원자들은 백이면 백 다 뽑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 구하기 어렵다고 그 바닥에서 적잖은 업력을 쌓은 그는 말하더군요.

명문대학을 나오고 유학까지 갔다 와서 요식업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는 한 후배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레스토랑 경영에 관심이 높은데, 하나같이 설걷이부터 배우는 과정은 스킵하고 넘어가려고 한다.”며 밑바닥 경험을 무시하다보니 낭패를 보곤 한다며 혀를 찹니다. 왜 저 낮은 곳에서부터 끈기 있게 자기 경험을 쌓고 이를 재산으로 키워 나갈 생각은 않고 결과에만 집착하는 것일까요? “현실이 아닌, 판타지를 보고 자라서 그래요.” 프로덕션 회사의 사장 후배는 이렇게 단언합니다.

이런 ‘끈기’ 부족은 어느 기업에나 있을 수 있는 직원들 유형일 것입니다. 국어사전에서 ‘끈기’를 찾아보니 “쉽게 단념하지 아니하고 끈질기게 견디어 나가는 기운”이라고 써져 있더군요. 견디어 나가지 않으면 젊음은 단단하게 여물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원하던 일, 보람을 얻는 일에서 끈기를 갖고 매일 매일 조금씩이라도 진척을 보이는지요?

다른 한편, ‘끈기’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어떤 것에 끈기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어떤 종류의 일에 끈기를 보이는가 하는 점이지요. 사람들은 무엇을 할 때 그것이 습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시작합니다. 사실 무엇이 내 몸, 내 의식이나 일상에 착 달라붙는 것은 대단히 놀랍고, 중차대한 일입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처음의 결정을 사람들은 대개 별 다른 생각 없이 결정하곤 합니다. “그래 해 보자.” 이런 식이죠. 초기의 이런 결정은 단순히 하나의 습관으로 남지 않고, 인생을 바꾸어 버릴 수도 있는데도 우리는 너무나 쉽게 결정내리곤 합니다.

잘못된 끈기는 오히려 자신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도덕적 불감증, 부정적 의식이 만연된 회사 업무, 정상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아닌 비정상적 관행이 판치는 회사에서 관행을 익히고자 ‘끈기’를 발휘한다면 끝내는 그런 경력이 자신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이때에는 다른 종류의 끈기가 필요하겠죠. 회사를 개선시키고자 하거나, 다른 일을 찾거나... 끈기가 중요하다고 얘기하지만, 잘못된 끈기는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저는 제 자신이 놓친 일에 대한 아쉬움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한번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끝장을 봐야지요. 그래야 뭔가 남더라도 남을 것이며, 정 남을 게 없다면 오기라도 남지 않겠어요? 일과 생활의 균형감을 지키는 것도 그렇고, 건강을 챙기거나 생활의 대소사나 경제경영 관련 글을 쓰는 일도 게을리 하고 있지 않습니다. 회사가 제시하는 목표를 초과하려고 발버둥 치는 것도 그렇습니다. 이런 게 다 직장인으로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고자 부여잡는 ‘끈기’의 발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끈기’란 결국엔 향상심을 향해 자신을 견디는 것입니다. 올바른 방향으로의, 옳은 원칙으로의 끈기라면 계속 지켜내야 할 까닭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지금 당장 습관이 되고, 인생이 될 그 끈기를 끊어내 버려야지요. 여러분은 어떤 끈기를 직장생활의 밑천으로 삼고 계십니까? 그것의 방향과 원칙은 올바른지요? 우리는 출발전에 던져야 할 질문에 관대하다가 나중에 가서야 길을 잃고는 후회합니다. 지금 사회생활 초년에 해야할 질문이 있다면, 내가 어떤 종류의 끈기를 지니고 사회생활을 지속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일 겁니다. 그것 없이 항해를 하다가는 나중에 망망대해에서 갈피를 못잡고 혼란스러워 할 것입니다. 반드시 이 질문부터 먼저 해 나가십시요. 물론, 끈기 없는 대목이 있다면 그것부터 손을 봐줘야 할 것은 자명합니다.
ⓒ전경일, <20대를 위한 세상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