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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평범한 직원이 회사를 살린다

회사가 원하는 스타급 인재 중 많은 직원들이 평범한 자질을 비범한 수준으로 발전시킨 직원들이다

by 전경일 2009. 9. 22.

고졸사원으로 시작했다.
상고를 나왔으나, 먹고 살려면 기술을 익혀야 될 것 같아 현장을 선택했다.

다들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주판알이나 튕기는 본사 경리 팀에서 일할 것이지 왜 다 굴러들어온 밥도 차버리느냐고. 그런데도 그는 공장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열심히 생활했다. 그게 현장 반장의 눈에 들었다,

어느 날 회사에서 그를 불렀다. 산학협동으로 전문대 인력을 받기로 되어 있는데, 회사측에서도 야간대학을 다닐 ‘학생’을 소수 모집해 보내 줄 계획이라고, 거기에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 있냐고. 학비는 전액 회사서 부담해 주겠지만, 조건은 대학을 나와서도 회사 생활을 앞으로 5년간은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그간 현장에서 배울 만치 배운 그는 학력에 주눅 들었던 과거의 자신을 발견하고는 주경야독으로 일과 공부를 병행한다.

전문대를 마쳤을 때에는 현장 작업 1팀 반장이 되어 있었고, 해외 기술 이전 차 동남아시아에 발령받아 가게 된다. 거기서 다른 동료들처럼 관광이나 다니고 하지 않고, 2년 동안 착실히 대학원을 마쳤다. 어렵사리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고 해외 파견 근무 경험에, 입사 후 학력이지만 석사학위에, 2000년 들어서의 신지식인 열풍에, 그는 본격적으로 회사 내 스뎁진으로 뛰어 들게 된다. 국내 박사학위를 취득한 건 그 후 5년이 지나서였고 그 사이 그는 전무이사가 되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내가 아는 업계의 한 유력인사의 이력이다. 그는 회사에서 준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기회를 비범한 경쟁력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거기에는 피나는 노력과 함께 자기 각성이 뒤따랐다. 물론, 철저하리 만치 자신을 갈고 닦고자 한 근성이 없었더라면 그는 다른 평범한 동료들처럼 이미 오래전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때 일을 손에서 놓아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운이 좋았다. 지내 놓고 보니, 운도 좋았지만,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노력도 대단했다. 스스로 아름다운 깃을 가진 미운 오리였던 것이다.

이런 얘기는 실제 산업화 시대에는 흔하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야간 대학을 다닐 수 있게 교과과정이 생긴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때 보통 교육 과정만 받고 입사해 회사와 더불어 계속 성장한 직원들 중에 지금 내노라 하는 전문 경영인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학력이 낮아서 결국엔 자기 일을 못한다는 건 터무니없는 핑계일 뿐이다. 시작은 그러할지라도 자기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더구나 요즘엔 어느 기업에서나 막대한 교육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단순 업무에서 지식이 결합된 업무로 전환하다보니 업무의 양보다는 질이 높게 평가받는 시대가 되고 있다. 회사의 경영자나 인사 부서도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널려 있는 교육기회조차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늘 실속 없이 ‘바쁘기만’ 한 직원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퇴근 후 술자리만 찾아다니다 보니 자기 시간이 날리 없다. 그러다보니 회사가 지원하는 교육비는 그저 급여명세표에 복리후생비 항목을 채우기 위한 용도로만 인식된다. 보통의 평범한, 그러나 발군의 능력을 가진 직원들은 회사와 더불어 계속 성장한다. 비유컨대, 회사가 토양이라면 자신은 나무가 되어 회사와 더불어 경영 환경을 풍요롭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들의 막강 파워는 일과 공부를 함께 했다는 것, 그러다보니 학력이 현장과 괴리되지 않고 현장과 계속 견주어 지면서 살아있는 지식으로 발전해 갔다. 변증법적으로 체화된 셈이다. 이것이 말로 이론과 실재가 통합된 진정한 실전 교육이다.

오늘날 기업은 조직 내부에 비범한 씨앗을 품은 될 성 싶은 떡잎들을 알아보아야 한다. 경영자들은 그런 사람에 대한 통찰이 운명처럼 요구되고 있다. 사운을 걸고서라도 5년후, 10년후 먹고 살거리를 개발하고 이끌어 나갈 튼실한 종자를 골라내야 한다. 그게 무한 경쟁 시대의 인재론이다. 만일, 맨드라미처럼 가을이 되어 밤 기온이 뚝 떨어지면 꽃 색깔이 더욱 선연해지는 꽃을 찾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조직의 가장 후미진 곳도 탐문해 보라. 인재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얼마든지 있다.
ⓒ전경일, <평범한 직원이 회사를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