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장경영/20대를 위한 세상공부

회사에서 나는 시원한 스프링클러가 될 것인가, 소방수가 될 것인가?

by 전경일 2009. 10. 13.

어느 회사건 조직은 늘 갈증에 시달립니다. 요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것은 잘 나가는 기업이나, 성장부진 기업이나 다 같이 고민하고 있는 바일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속해 있는 회사는 이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목마름의 병’을 앓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글로벌 경쟁이 몰아치며 새로운 수익원에 대한 갈증이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타는 목마름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되고 있는 셈이죠.

회사에서 여러분 같은 사원급들, 혹은 새로운 직원들을 채용하는 것은 흔히 경영학에서 종종 인용되는 바와 같이 ‘젊은 피’를 수혈해서 조직에 신선함을 불어 넣기 위한 인사조치의 일환일 것입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대변할 수 없고, 그래서 외부 인력을 끌어다가 활력을 불어 넣으려는 시도는 이제 기업 인사의 일반사가 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인재중심주의가 부각되면서 사원들에 대한 기대감이나 투자도 더욱 커지고 있죠.

적지 않는 경쟁을 통해 각 기업에 입사를 했을 여러분에게 회사는 무엇을 기대할까요? 조직은 여러분에게 필시 타는 갈증을 식혀주는 스프링클러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여러모로 현재 회사에 대한 기여도가 낮을 수밖에 없지만 빠른 적응을 통해 새로움을 불어 넣어 주길 바라는 것이죠. 기업이 가꾸고자 하는 사업의 화원이 푸르게 자라나도록 만들고 싶을 겁니다. 요는 여러분이 어떤 마음가짐, 자세로 회사의 요구를 수용하고 소화해 낼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여러분이 접하는 기업은 그곳이 어느 곳이든 두 가지 상반된 견해, 입장, 이해관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세대간 갈등도 있을 테고, 협력도 있을 것입니다. 능력에 대한 평가도 과거의 방식과 미래의 방식이 맞부딪치며 때론 갈등을 유발하기도 할 것입니다.

문화인류학에서는 두 개의 상반된 이념이 부딪치면, 둘이 화합해 새로운 것으로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는 소멸하고, 다른 문화가 대세로 이어가는 형식을 취한다고 합니다. IMF이전의 선배들과 여러분은 분명히 다릅니다. 이 다름은 그저 나이차가 아닌,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며, 사고방식이나 조직을 대한 태도, 사업 방식 등 모든 면이 달라졌다는 얘기입니다. 보다 개인주의적인 게 되었고, 개방적인 게 되었습니다. 전통은 불식되거나 단절되었고 새로운 가치가 여기를 채워 넣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갈증을 풀 수 있는 방향으로 두 개의 문화는 충돌했다가 결국엔 미래형 문화로 이행하게 될 것은 자명합니다. 생존보다 더 큰 명제는 없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기업은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면 될테니까요. 지금 여러분은 뭔가 신선한 바램을 갖고 입사했고, 직장에서 큰 뜻을 펼치고자 하는 의지로 충만되어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 경험으로 세계화의 경쟁은 그리 먼 얘기가 아닐 것입니다.

의욕 넘치는 여러분이 회사에서 뭔가를 하려하면 그 열정의 불꽃에 “그건 안돼!”라며 불끄기에 여념 없는 소방수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적잖이 실망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것이죠. 그것 때문에 다른 회사를 찾아 떠나거나 소주를 털어 넣으며 울분에 가득 차기도 하는 직원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낭패감과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에는 어떻게 감정 처리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조언컨데, 그것이 기업이려니 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관성의 힘은 무척 큽니다. 그것은 아마 포크레인 100대를 동원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차이에서 오는 갈등 국면에 접하게 되면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지 생각해 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낡은 것들은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것이 지배해 나가게 됩니다. 누구도 글로벌화를 막을 수 없고, 우리의 경쟁자는 세게 모든 곳에서 불현듯 다가옵니다. 어떤 존재인지 알기도 전에 시장을 폭풍처럼 휩쓸고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입사시 지녔던 초심을 늘 지키고, 회사의 발전과 함께 웃고 울어 보세요. 힘들고 지칠지라도 조직을 통해 일해 나가는 것은 어느 개인만의 역량으로 무엇을 하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을 발휘합니다. 그래서 회사는 재미있는 곳이지요.

저는 최근에 저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본 적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여러분의 나이, 직장생활 방식, 기업의 규모, 학력 및 경험 등을 만일 수치화해서 줄을 세운다면 여러분은 몇 위가 될 것 같습니까? 아시아에서는요? 전 세계적으로는 어떨까요?” 대부분은 글로벌로 갈수록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 높은 등수를 밝혔습니다. 숫자상으로는 그럴 수 있겠지만, 경쟁의 밀도 면에서는 점점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느 조직에서나 소방수가 되는 것은 너무나 쉽습니다. 그러나 스프링클러로 조직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직원이 되는 것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제 아무리 신선한 물줄기를 뿜어대도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는 너무나 미약한 갈증만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자신의 물줄기를 멈추지 않는 직원이 결국엔 승리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쿨한 직원이 될까요, 아니면 불쾌지수만을 높여주는 직원이 될까요? 선택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저는 왠지 쿨한 직원을 보면, 다가가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습니다.
ⓒ전경일, <20대를 위한 세상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