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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영/20대를 위한 세상공부

나를 알아주는 상사를 만나는 일을 배우는 것은 인생 최대의 행운 중 하나이다

by 전경일 2009. 10. 13.

여러 회사에서 각자 직장생활을 오래한 옛 동료들끼리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직원을 키우는 것은 누구냐는 질문을 해 본적이 있습니다. 어느 동료는 칼로 무 자르듯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일 뿐이라고 단언했고, 어떤 친구는 결국 임원들, 상사들 아니겠냐고 대답했습니다. 직장생활의 성공요인이 어느 한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어서 두 사람의 진단 모두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가요?

회사는 사업을 하는 곳이고, 사업을 하려면 다른 누군가를 만나야 합니다. 그것이 상사든, 동료든, 후배 사원이든, 고객이든, 협력사 직원이든,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은 변함없습니다. 성공적인 직장생활은 사람문제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하는데서 출발합니다. 사람문제에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은 회사내 인적관계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업무에 반영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지요.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자신에 멘토가 되어 준 훌륭한 상사가 반드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같이 도움을 주는 상사 덕분에 업무상 지식은 물론 일을 해 나가는 방식, 태도 등에 있어서도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여간 큰 행운이 아닙니다. 그런데 많은 직원들이 상사가 자신의 가치를, 잠재력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이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일까요? 부분적으로는 맞습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경험과 인지 세계에 머물러 있으므로 직접 타인이 되거나, 타인처럼 행동할 수 없습니다. 직장이란 곳은 더구나 이기심이 본질적인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곳입니다. 결코 이타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훌륭한 상사를 만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큰 노력 없이 그가 쌓아온 직장생활 동안의 지식, 경험,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못한 상사라면, 혼자 쌓아가야 함으로 여러 면에서 훨씬 힘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되겠죠. 직장내 상사들이 여러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들려주거나 내주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 또한 그것으로 먹고 사는 것일 테니까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직원들은 경계하기도 하지요.

예전에 우리나라 반도체 가공 장비를 만드는 상장회사의 한 사장님을 뵌 적 있는데, 그 분은 직장 내 매우 특이한 지식ㆍ경험 전수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입사 후 3년차가 되면 매년 한달 간의 휴가를 주는데, 이때 휴가를 떠나는 원칙이 있습니다. 휴가간 선배 직원에게 후배직원이 전화를 걸어 일에 대해 물어보면 휴가 중인 상사는 바로 연봉삭감의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모든 걸 잊고 훌훌 털고 휴가 가는 기분을 맞춰주려는데 목적이 있는 걸로 직원들은 생각하지만, 실은 선배의 일에 대한 지식ㆍ경험이 그대로 후배사원에게 전수되도록 하려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랍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후배는 절대로 선배가 지닌 노하우를 체득할 수 없게 된다고 그 분을 말했습니다. 기가 막힌 용인술이라 생각하며 저는 무릎을 쳤습니다.

회사의 시스템이 이렇게 굴러간다면 그나마 전수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게 될테지만, 요즘 기업들에서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그들이 업무를 다 익혔을 때 자기 자리가 불안해 질까 봐 두려워 하루 종일 복사 일에 자리에 앉아 공부만 시키는 선배직원들도 있다는 군요.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죠. 만일 이런 선배들을 만난다면, 선배들이 결코 나를 키우지 않는다고 생각될지라도 포기하거나 푸념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소통의 노력을 해보십시요. 업무를 배우기 위해선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일도 벌어지는 게 조직이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 밑을 긴다고 해서 여러분의 자존(自尊)이 무너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 같은 시스템과 사람이 문제인 것이지요.

오히려 그런 최악의 환경이 더욱 분발케 하고, 성공적인 직장생활에 다가서도록 한다는 것을 저는 참 많이 보아왔습니다. 개선되어야 할 것을 많이 보아 온 사람이 회사를 바로 이끈 탁월한 경영자가 되었으며, 위대한 창업자가 되어 온 것이 경영의 역사입니다. 개선할 게 없다면 오히려 자신의 존재감만 상실할런지 모릅니다.

나를 알아주는 상사를 만나는 것은 인생에서 큰 행운이지만, 그 행운이 모두에게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 모든 상사가 호의적이거나, 악의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냥 지치고 힘든, 나름의 고충으로 가슴 무거운 직장인의 한 유형일 뿐입니다. 그들 나름의 고충도 있을 거고, 애로사항도 많을 것입니다. 그에게서 비범한 사람에게서나 나올만한 태도, 행동, 인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 점은 온전히 여러분이 키워나가야 할 자기 몫입니다. 나의 몫을 남에게서 찾는 것은 넌센스이죠. 그러니 나를 키워주는 상사를 못만났거든, 스스로 그런 상사가 되도록 하고, 도움을 주는 상사를 만났거든 그 분께 감사 하십시요. 두 경우 다 여러분을 성장시킬 환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그걸로 좌절하거나 푸념하지 마시고요.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돈과 연간된 경제행위, 즉 기업 활동은 보통의 사람들끼리 벌이는 경쟁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런 활동에서 자신을 잃고 말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도 찾고, 성숙한 자신을 만들어 냅니다. 뒤의 것이 여러분의 손을 잡게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기분이 좋겠습니까?
ⓒ전경일, <20대를 위한 세상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