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경영/통섭과 초영역인재

위대한 정신과 만나는 새해 첫 날

by 전경일 2010. 2. 16.

“고요했던 과거의 진리는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현재에 맞지 않습니다. 기회는 온갖 고난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우리는 그 기회를 이용해 일어서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일들을 겪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새롭게 생각하고, 새롭게 행동해야 합니다.”

미국 남북전쟁의 아버지 에이브러햄 링컨은 1862년 12월 어느 날, 의회 단상에 서서 목소리를 높인다. 그의 연설은 신생 미국이 과거 대립과 갈등의 패러다임을 넘어 새로운 미국을 여는 단초를 열었고, 남북의 사상적 차이, 경제적 불균형성을 넘어 훗날 '위대한 미국'을 여는 계기가 된다. 한 나라의 국운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큼 그의 연설은 거대한 바위덩이가 내려치듯 육중한 것이었다. 링컨을 기리기 위해 워싱턴 포토맥 강을 등지고 서 있는 그의 기념관에는 그의 석상이 육중하게 앉아 오늘날 미국인의 일상을 내려 다 보고 있다.

시대흐름을 읽고 새로운 세상의 도래와 꿈을 이뤄내려는 혁신가적 면모가 풍겨 나오는 대목이다. 그의 유명한 노예해방은 “갈려서 싸운 집은 설 수가 없다. 나는 이 정부가 반은 노예, 반은 자유의 상태에서 영구히 계속될 수는 없다고 믿는다.”는 평소의 신념을 확고히 이뤄내는 것이었다. 링컨의 이 같은 생각을 대륙과 시대를 뛰어넘어 동양으로 끌어오면 중국 주(周)나라 때 쓰인《국어(國語)》의 한 대목으로 풀어낼 수 있다. 이 책에는 "다른 것들끼리 만나서 조화를 이루고 협조하면 만사 만물이 번창하지만, 차이를 말살하고 동일하게 해버리면 지속되지 못한다(和實生物, 同則不繼)"는 명구가 있다. 조화, 협력, 상생, 상존이 중요하다는 얘기일 게다. 링컨의 생각이 노예해방과 오늘날 미국의 번영을 가져오게 했다면, 그 만큼 시대에 대한 통찰과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를 동양 유교 철학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 퇴계 이황의 신유학적 철학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퇴계는『성학십도』에서 하늘은 나의 바깥세상에도 존재하는 동시에 나의 내면에도 들어 있다는 천즉리(天卽理)를 주장하며 인간의 보편적인 원리인 리(理)를 강조한다. 다시 말해 인문적 우주관인 천리(天理)에 따라 세상과 나를 이해할 때 우주적 질서를 꿰뚫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링컨으로 하여금 흑인노예에 관심을 갖게 했고 그가 노예해방을 이뤄내게 했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게다. 이처럼 사람에 대한 이해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서 응당 그러해야 하는 보편적 가치를 지닌다. 그러기에 인문은 사람을 돌아보고, 움직이게 하는 인간학인 셈이다.

지난 1년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전 지구적으로 우리는 급변하는 생존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초불확실성은 기존의 사고와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내다볼 수 없는 불투명의 시계를 그대로 투영해 내고 있다. 얼마 전까지 굳건히 믿었던 ‘고정되고 변하지 않는 가치’는 간데없고 ‘변하는 것이 가치’인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셈. 전 세계적으로 지난 1년간 세계 부가 40조 달러가 증발해 버린 일이나, 하룻밤 만에 대한민국 자산의 시가총액이 150조나 날아가 버린 일은 이런 부조화를 잘 드러내 준다. 40조 달러는 100만불씩 2,728년을 쓸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이 돈이 갑자기 증발해 버린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위험요인과 더불어 초대형 기회도 출몰해 세계적인 인터넷 미디어 기업 구글 같은 회사는 불과 창업 10년도 안돼 170조의 가치를 지닌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 전 세계 인터넷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가 놓여 있는 환경은, 경제요인만 따지더라도 대변환이 이루어지는 첫 전환점에 놓여 있다.

세상이 급변하는 만큼 사람들의 삶은 더욱 혼동스럽고, 갈등을 드러내기 쉽다. 그로 인한 피로를 줄이고자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생각과 행동'은 이 시대에 더욱 요구되는 덕목일 게 분명하다. 세상에 대한 총체적 이해와 점검을 위해 꿰어야 할 '첫 단추'는 자신에 대한 이해와 각성을 먼저 이뤄내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자아 성숙을 이뤄 나가는 사회는 그렇지 못한 사회보다 모든 면에서 문화적 원숙미가 높다. 물론 품격도 다르다.

새로운 한 해가 열리는 이때, 링컨처럼 새로움을 향한 전진의 노력을 하기 위해 벽두부터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나를 성찰하는 일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나를 알고 세상을 알면, 만사가 조화로울 터이니 그럴 때면 세상은 한결 더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나를 깊게 하고자 인류가 쌓은 위대한 고전을 접하거나, 자신을 넘어선 삶을 산 사람들의 체취를 맡을 수 있는 책을 손에 쥐고 사색의 깊이를 더하는 새해 아침이 되면 어떨까.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 도서관을 찾거나 서점을 찾아 곁에 두고 곱씹을만한 책을 한 두 권 손에 쥐는 일은 그래서 결코 적지 않은 새해 첫걸음의 멋진 방법일 게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초영역 인재》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