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경영/통섭 / 초영역인재 | Posted by 전경일소장 전경일 2010.02.16 09:58

인문으로 풀어 본 아바다 창조론

상상력은 수많은 것들을 부분적으로 카피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최근에 다시 하게 됐다. 영화 <아바타>를 보는 내내 내가 느낀 생각이다. 물론, 여기에는 지식과 사고의 조합과 구현기술, 그리고 인간애가 절묘하게 결합됨으로서 감동을 이끌어 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결국 상상하는 것(상상하고픈 것)을 봄으로써 돈을 지불하고 감동을 얻어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서사적 스토리와 ‘이모션 캡쳐’라는 눈부신 CG 기술력을 과시하는 3D 영화 아바타 열풍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
다. 얼마 전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골든글로브상의 영예를 안겨준 것은 물론 흥행몰이도 가히 푹발적이다. 국내에서만 1000만명 관람객이 이미 이 영화를 봤고, 미국에서는 5주 연속 박스오피스에서 넘버원으로 독주하고 있다. 2D가 아닌, 3D로 영화를 보게 되면 관람료도 만만치 않아 연인과 함께 팝콘까지 들고 임장한다면 거의 5만원 돈이 들 정도다. 왠만한 뮤지컬 관람료를 뺨치는 셈. 헐리웃이 돈 버는 방식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지만, 실은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상품으로 선도자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보면 마케팅 기법으로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 대략의 내용인즉, 가까운 미래, 지구가 에너지 고갈에 직면하게 되면서 지구의 미래를 결정할 <판도라> 행성의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정복 전쟁이 벌어진다. 그 결과 '아바타 프로젝트'가 전개되는데, 인간의 의식을 주입, 원격 조종이 가능한 새로운 생명체인 '아바타'를 만들어 내며 인간과 나비족과의 휴머니즘과 제국주의가 교차하는 인식의 인터페이스가 만들어 진다.

헐리웃 영화의 특징이 그렇듯, 선과 악의 대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선의 편으로 제이크 설리와 그레이스 박사가 등장하고, 악의 축으로는 쿼리치 대령의 인간 진영이 등장한다. 물론 자신의 입장을 선회하는 인물로 차콘이 등장하며 플롯 구조는 변화를 야기한다. 기존의 헐리웃 영화와 비교해도 이 영화는 스토리 라인이나 결말 부분이 전혀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감동을 자아낸 것일까?

여기에는 미국이 미국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한 변화한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중동과 남미 등 세계 각국에서 미국이 보여 준 제국주의적 성격을 가장 첨예한 헐리웃 자본이, 판도라>행성에서의 지구인의 만행이라는 형태로 투영해 내고 있는 것. 물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이를 의식적으로 인식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영화가 보다 '사회과학적'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다음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등장인물의 이름에서부터, 나비족의 외모 등 모든 면에서 아바타는 전세계적, 전학문과 전지식적 문화적 자원을 끌어다 쓰고 있다. 상상력은 가공이 아닌, 구체적 지식을 차용한다. 이미 수없이 만들어진 북유럽 신화, 동물의 언어, 표정, 외형까지 모든 지식을 한 작품에 녹여 냈다는 것이다. 게다가 판도라(Pandora) 행성의 생명력은 알타이 신화에 나올 법한 신을 영접하는 무속 신앙이 결합되어 있는 듯하고, 300미터에 달하는 우림과 강력한 생명력은 지구상에 등장한 수많은 생명체의 갑작스런 폭발기인 캄브리아기를 연상케 한다. 이 부분에서는 민속학, 종교학, 지질학, 고고학적 지식이 함께 차용됐을 것이다. 게다가 영화는 영화의 일정 양식을 차용해 아바파와 연결되는 장면은 <매트릭스>에서, 헬기를 타고 적진에 뛰어드는 장면은 <플래툰> 같은 고전에 속하는 이미 수없이 보아온 전쟁영화에서 가져왔을 것이다. 게다가 다양한 게임에서 차용해 왔을 법한 캐릭터들은 이 영화가 모든 장르를 집어 삼킨 다음 소화해 다시 토해냈다는 것을 알게 한다.

그리하여 아바타는 미국이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이는 21세기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게 하면서, 한편으로 종합예술이란 영화 장르가 보다 구체적인 지식세계에서 자양분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잘 드러내 준다.

네티즌이 지적한 명대사로 아바타가 아닌 인간으로서 진정한 대면을 하는 제이크 설리가 처음으로 하는 대사인 "I see you(당신을 봅니다)"는 거짓의 세상이 아닌, 참된 세상, 진정한 세계를 보는 이의 첫 대사일 것이며, 동시에 자아를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라크에 참전한 미군 병사가 뇌까릴 만한 대사이기도 한 것이다.

영화 아바타에는 이처럼 수많은 코드가 삽입돼 있다. 그것은 지식과 인간성의 교량을 이뤄내는 인문의 힘이자, 동시에 휴머니즘으로 일컬어지는 인문이 지닌 힘을 세계가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이 기존의 단순히 때리고, 부수고, 섹스와 우정과 배신과 정의의 추상적 코드를 넘어서 헐리웃이 진화되어 가는 면을 드러내 준다. 영화가 인문을 알고, 인간을 정말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면, 그때부터 우리는 정말 "I see you"라고 말할 수 있을지 않을까. 아바타가 만들어내는 세계가 자원고갈과 피폐한 인간 정신의 현실이 아닌, 새로운 창조론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서로를 인정하면 캄브리아기 때의 번성한 생명처럼 인간성의 존귀함이 더욱 풍요롭게 드러나게 될 테니 말이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초영역 인재》저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