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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관리/위기관리 _레드 플래그(Red Flag)

댐 붕괴, 작은 구멍의 법칙

by 전경일 2009. 2. 3.
제4법칙: ‘무시할만한 작은’ 구멍의 법

티턴 댐의 건설 

아이다오 뉴데일에서 동북방향으로 4.8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건설된 티턴 댐은 동중부지역의 관개 및 전기 공급뿐만 아니라, 휴양지와 홍수조절을 목적으로 미국연방개발국이 건설한 것이었다. 이 지역에서의 댐 건설을 위한 최초의 조사는 1932년에 이루어졌다. 1946년과 1961년 사이에는 16킬로미터 반경 내 8군데의 적합한 위치가 조사되었다. 이어 1961년과 1970년 사이에는 대략 100개의 탐색시추가 벌어졌고, 몇 가지 요소들에 의해 댐 건설 위치가 확정되었다.

이 야심찬 계획을 수행할 회사로 미연방정부당국은 1971년 댐 공사를 위해 모리슨-쿤드슨-퀴이트(Morrison-Knudsen-Kiewit)사를 선정한다. 공사는 처음부터 시끄러웠다. 환경론자들과의 법정소송 끝에 공사는 1972년 2월에 접어들어서야 개시된다.

티턴 댐은 흙으로 쌓은 높이 93미터, 폭 945미터의 흙댐(earth-fill dam)이었다. 저수지 물의 누출을 막기 위해 댐의 중심부에 콘크리트로 얇은 ‘차단 벽(grout curtain)’이 설치되었다. 댐 건설에는 제방을 구성하는 물질인 점토, 미사(微砂), 자갈, 율석(栗石) 등의 물질이 6인치의 댐 하부에 롤러로 다져져 채워졌다. 12인치까지도 같은 물질이 채워졌는데, 이 작업에는 트랙터가 동원되었다. 그리고 12인치까지는 고무바퀴가 장착된 롤러에 의해 다져졌다. 그러고 나서 그 위에 바위 돌이 채워졌다.

댐이 건설된 지역은 구조상 190만 년 전에 화산암에 의해 생긴 지반으로 구조상 침하를 겪고 있는 지형이었다. 하지만 공사 전, 해당지역이 현무암과 유문암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이 지역은 삼투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았지만, 그런 논의는 묻혀 버렸고, 불행을 잉태하기라도 한듯 댐이 붕괴되기 전까지는 어떠한 누수도 발견되지 않았다.

티턴 댐이 건설된 지형은 이미 1961년 조사 당시부터 균열 가능성이 높은 현무암과 유문암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보고되었지만, 이런 사실은 무시되었다. 

붕괴의 조짐, 그리고 붕괴

댐이 완공된 후 담수는 1975년 10월부터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채 1년이 되기 전인 1976년 6월 3일 댐 관리인들은 댐의 윗부분 아래방향에서 두 개의 작은 샘을 발견했다. 경미한 붕괴 징후를 보인 이 몇 개의 작은 누수 구멍은 곧 당국에 보고되었다. 이런 보고는 주의를 환기시켜 댐에 대해 보다 안전 조사를 필요로 하게 했다. 보고에 따라 댐에 대한 조사는 매일 이루어졌고, 주 2회씩 도수가 기록되었다. 

그러나 1976년 6월 5일. 최초로 하류 쪽으로 보았을 때 댐의 오른쪽 돌출부에서 진흙탕물이 뚝뚝 흘러나오는 것이 목격되었다. 가장 큰 구멍은 오전 7시 30분과 8시 사이에 발견되었다. 오전 7시 30분에 흘러내린 진흙탕 물에 퇴적물이 섞인 것이 분명했지만, 담당기술자는 문제가 될거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 구멍들에서는 초당 500에서 800리터의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9시 정각까지 누수는 초당 1,100에서 1,400리터로 늘어났다. 누수구도 보다 넓어졌다. 

오전 9시 30분, 댐의 아래쪽에 젖은 부분이 발견되었고 곧이어 댐의 제방 아래쪽 일부가 씻겨 나가기 시작했다. 1시가 되자 저수지에 소용돌이 현상이 발견되었다. 오전 11시 15분, 관리책임자는 지역경찰서에 하류지역 주민들의 소개(疏開)를 요청했다. 댐에 생긴 구멍이 워낙 빨리 커졌으므로 두 대의 불도저로는 구멍을 메울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불도저마저 씻겨 내려가 버렸기 때문이다.

처음,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징후도 보이지 않았으나, 댐 내부에서는 이미 누수를 위한 조건이 형성되어 있었다.

상단의 확대되어 가는 누수구는  아주 경미한 흔적 밖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구멍’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번 누수구멍이 나기 시작하자 댐은 거침없이 붕괴되어 갔다. 그리고 붕괴 수 분 후 댐은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라졌다.

10시 30분, 프리몬트와 매디슨 카운티 경찰서는 급파해서 댐의 붕괴를 경고했다.

11시 15분에서 11시 30분, 구멍 주위의 5미터 가량 댐 덩어리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전 11시 55분, 침식된 구멍은 점점 커져 댐의 정상부에 이르렀고, 2분 후에는 댐이 붕괴되어 물과 흙이 하류로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갔다.

대략 3억 입방미터의 강물이 스네이크 강 상류로부터 쏟아져 내렸다. 그리하여 저녁 8시가 되자 댐에는 단 한 방울의 물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이 홍수로 2개의 작은 마을이 사라졌으며 강물은 13킬로미터 폭으로 인구 14,000명의 소도시 렉스버그를 덮치며 시간당 16~24킬로미터의 속도로 하류로 흘러 내려갔다. 이 홍수의 피해는 전형적인 인재였다. 14명이 목숨을 잃었고, 13,000마리의 가축이 죽었다. 사고 후, 연방정부는 피해 배상으로 각종 클레임에 들어간 3억달러를 포함해 5억 3천 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이는 댐 건설비의 3배나 되는 금액이었다. 

붕괴 원인 

댐 붕괴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사고 후 조사에서 수많은 잘못이 드러났다. 댐 건설이 시작되었을 때 미국연방지질조사소의 지질학자들은 댐에 물이 채워지면 수압이 댐 주위에 증가하게 되고 내부 응력이 가해져 댐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는 무시되었다. 또한 1975년 10월 3일 댐에 물을 가두기 시작했을 때, 강물을 터널로 방출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그 기능은 열려 있지 않았다.

이런 불완전한 요소로 인해 댐 수위는 최초 1년 동안에는 일일 산정 수위가 0.3미터에서 0.6미터를 초과해서는 안되었지만, 1미터로 올라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사고 후 조사에서 직접적인 누수 원인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수위에 대한 통제 불능이 댐의 압력을 가중시켰다는 점과 댐이 통제 가능한 수위를 유지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댐 붕괴 후 조사위원회는 모든 붕괴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는데, 침식과 댐 배관상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배관에서는 누수를 발생시킨 공동(空洞)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보다는 방수로 밑의 터널에 균열이 가 있는 점이 보다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게다가 지반은 취약했고, 내성도 약했다.

 

이런 불완전한 요소로 인해 댐 수위는 최초 1년 동안에는 일일 산정 수위가 0.3미터에서 0.6미터를 초과해서는 안되었지만, 1미터로 올라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사고 후 조사에서 직접적인 누수 원인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수위에 대한 통제 불능이 댐의 압력을 가중시켰다는 점과 댐이 통제 가능한 수위를 유지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다른 가설로는 지진의 활동, 저수지의 누수, 쪼개진 바위틈 등에 개어 넣는 그라우트(시멘트 일종)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그러나 최종 보고서에서 지진은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빠졌다. 댐 사고 조사위원회는 붕괴지점 근처에서 그라우트가 벌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라우트 칸막이가 당초 설계와 달리 시공된 점도 찾아졌다. 이와 더불어 댐의 기초공사도 단단히 다져지지 못했다. 수압도 누수 부위에 압력을 가한 사실이 발견됐다. 이 같은 사실은 댐이 이미 균열되어 있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 같은 요인들은 댐 붕괴를 가져온 다양한 원인들이 상호 조합을 이루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사위원회는 댐 붕괴가 사전에 예측 가능한 치명적인 요인들의 조합 때문이 아닌, 비우호적인 제 조건의 조합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들은 댐 디자인에 반영되지 않았다. 

기술적 조사에 의하면, 티턴 댐은 지형적으로 현무암, 유문암 등 화산재에 의해 형성된 지형을 감암할 때 적절한 위치에 건설된 게 아니었다. 아지만 이런 지형 조건은 무시되었다. 1971년 댐 건설 전의 지질 조사에 의하면, 유문암(流紋岩)은 ‘쉽게 균열될 수 있고, 비교적 가볍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댐이 건설된 지형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을 것이다. 이런 지질 여건은 역사적으로 침식과 침전이 일어나기 때문에 댐 건설지로는 회피되는 지역이다.


이밖에도 피해를 가중시킨 원인은 더 있었다. 댐 붕괴의 조짐이 보였을 때 사람들은 당국에 알렸으나, 관계기관은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는 나중에 사람들이 전혀 정보가 없다가 침수를 당하게 되어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 원인이었다. 주민들이 붕괴의 위험을 경고 받은 시간은 겨우 붕괴가 일어나기 45분 전의 일이었다. 댐 공사의 변경과 안전 불감증의 댐 운용이 불러온 결과였다.

 


사후 조치

티턴 댐의 붕괴는 안전 활동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미국의회는 댐 안전 프로그램에 대한 몇 가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연간 댐 안전조사 및 댐을 모니터닝하는 장비를 장착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댐 개간 안전에 관한 1978년의 법안은 기존에 건설된 댐에 대한 잠재적 위험까지 진단할 것을 명시했다. 이 모두 사고 발생 후에 벌어진 조치들이었다. 티턴 댐은 붕괴된 후 다시 건설되지 않았다.


1912년 프랑스의 그래노브 댐이 실패한 이후, 1959년 전까지 미국에서 건설된 댐은 50분의 1이 실패로 돌아갔다. 사우스 포크 댐의 경우 1889년 5월 31일 12미터의 물이 넘쳐서 시간당 32킬로미터의 속도로 펜실베니아 존스타운 등을 휩쓸어 3,000여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는 ‘조지아타운 홍수’로 잘 알려져 있다. 1959년 12월 2일에는 프랑스의 맬플레셋 댐이 바위와의 연결부가 터지면서 400여명이 실종됐다. 티턴 댐의 원인과 어느 면에서는 같은 것이다.

댐 안전사고는 국제적인 사건이다. 1960년 가을, 이탈리아의 베이온트에는 높이 265미터의 인공 댐이 건설되었다. 이 댐은 계획 당시부터 건설지점 부근 사면의 거대한 바위에 대한 안전문제가 거론되었다. 그럼에도 래드 플래그는 무시되었고, 댐은 그대로 완공되어 물을 가두기 시작했다. 퇴적암과 석회암 지질로 이루어진 댐 부근 지대가 물에 잠기자 석회암층이 서서히 용해되면서 그 위에 놓였던 바위덩어리가 기울기 시작했다. 결국 1960년 11월 산사태가 일어나며 다량의 토사가 내려앉는 사고가 발생한다. 1963년 8월과 9월 사이에 계속된 폭우로 댐 수위가 상한선까지 올라가자, 10월 9일 드디어 댐을 둘러싼 산비탈로부터 240만 입방미터에 상당하는 흙과 바위가 댐 내부로 무너져 내려 댐에 담겨진 물이 밖으로 쏟아져 나와 댐 하류에 자리한 모든 마을을 휩쓸어 버렸다. 이 사고는 댐 자체의 붕괴가 아니라, 주변 지형의 산사태가 원인이었다. 넘쳐난 물에 잠겨 순식간에 2,600여명이 사망했다.

이처럼 여러 댐의 사고사례에서 보듯, 댐 건설 때부터 사고발생의 원인은 지적되었지만, 이것이 무시된 이유는 무엇일까? 티턴 댐의 경우, 전문가들의 검토에 의하면 댐 붕괴의 원인은 설계와 시공 상의 문제였다. 댐은 균열이 있는 곳에 건설되었는데, 균열을 적절히 처리(밀봉)하지 않은 채 시공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균열된 암반으로 스며 든 물이 댐에 변형을 일으킨 것이다. 따라서 댐의 중심부에 설치된 차단벽이 너무 얇아 댐 아랫부분에 가해진 높은 수압에 견디지 못하고 터진 것이다.

반면, 베이온트 댐의 경우에는 주변 지질에 대한 안이한 생각이 끝내 댐 붕괴를 가져온 원인이 되었다. 이 두 경우 모두 붕괴의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된 결과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떨까? 댐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건설되지 몇십년 지난 댐들은 정밀진단을 필요로 하고 있다. 2004년 10월 건설교통부 국정감사 보고 자료에 의하면, 건설교통부가 운용하는 25개 댐 중 23개가 위험하고, 8개댐은 구조 보강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댐 정밀안전진단보고서는 청평댐, 팔당댐 등 북한강 수계 수력 댐이 위험해 만일 최대강우량이 닥치면 한강수계는 댐 붕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더구나 한강철교 4개는 예상홍수위보다 낮아서 서울 대홍수가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운용하는 수력 전문 댐들도 월류와 여유고 부족으로 댐 붕괴 위험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2004년 현재, 충북 괴산댐에 대해 구조보강 공사를 실시했으며, 보성강 댐의 경우에는 보강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한강 상류의 팔당댐과 청평댐, 의암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팔당댐은 가능최대강수량인 이틀 538 미리미터의 비가 쏟아진다면 32미터 댐보다 무려 7미터나 많은 물이 월류하게 된다. 물이 넘쳐흐르는 유속에 의해 엄청난 수압을 못 견디고 짧은 시간에 댐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중호우로 인한 댐의 월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1조원 많게는 3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건설교통부는 2010년까지 댐 보강을 완료하겠다는 답변만 했다. 현재 치수에는 매년 2000억 원이 소요되지만, 조사년도의 치수능력강화 예산은 629억 원에 그쳤다.

 
댐 안전은 이제 일상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2006년 10월 소양강댐은 터널 윗부분 산의 지반이 수직으로 무너지며 보조여수로의 터널 붕괴를 가져왔다. 이는 단순 낙반사고가 아니라 산의 지반이 수직으로 무너지는 등 총체적 부실시공이 부른 인재라는 주장이 제기된 이유였다. 특히 붕괴사고 지점이 단층 파쇄대가 교차하는 구간으로 암반이 불량 또는 매우 불량한 4∼5등급이어서 붕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티턴 댐과 같이 부적절한 위치에 댐을 세우려는 시도는 원천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동강의 경우 단층대와 석회암 지대여서 지반이 너무 허약하다고 지적돼 왔으나, 동강 댐을 건설하려는 측에서는 이와 같은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사고의 원인을 무시한다면, 재앙은 피할 길 없다. 래드 플래그가 계속 발동되고 있으나, 이를 무시할 때의 결과는 참담하다. 더구나 이 일과 무관한 무고한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사고의 무차별성에 누구나 노출되어 있다. 누구도 자신의 과오나 부실로 타인의 생명위험을 가중시킬 권리는 없다. 모든 면에서 래드 플래그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이유이다. 

 

 

  <티턴 댐 붕괴의 교훈>

티턴 댐의 붕괴는 단순히 댐 붕괴만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기업의 경영행태와 비추어 볼 때 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기업이 일상적인 위험에 대처하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댐 붕괴처럼 조직에 균열을 가져오는 ‘작은 구멍’은 무엇인가? 이 점을 찾아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이다. 티턴 댐의 경우 계속 발동되어 온 래드 플래그는 무엇이었을까?

 

- 댐이 건설된 지역은 화산암에 의해 생성된 지반이어서 구조상 침하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공사 전 해당지역이 지닌 이러한 특수성, 부적절한 환경여건은 무시되었다. 그 결과 댐 붕괴의 가장 유력한 조건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 댐 건설에 투여된 점토, 미사(微砂), 자갈, 율석(栗石) 등은 기초 재료로 부절적한 물질이었고, 공사조차도 트랙터나 고무바퀴가 장착된 롤러에 의해 다져져 내구성을 높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공사 소홀은 사고가 나기 전까지 특별히 문제로 인지되지 않았다.


   - 최초로 댐의 오른쪽 돌출부에서 진흙탕물이 흘러나올 때조차 담당기술자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이 점은 이후 붕괴 전 충분한 대피와 대응책 마련에 실패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 담당자의 안일한 생각과 흐린 판단이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 것이다.


   - 댐의 침식과 배관상의 문제점이 심각했다. 배관에서는 누수를 발생시킨
공동(空洞)이 발견되었고, 방수로 밑의 터널은 균열이 가 있었다. 또한 붕괴지점 근처에서 그라우트가 벌어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또 그라우트 칸막이가 설계와 달리 시공되었다. 이 같은 공사상의 부실은 댐 붕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 당국의 소개령이 뒤늦게 발동된 것도 피해를 가중시킨 주요원인이 되었다. 댐 붕괴의 조짐이 보였을 때 사람들은 당국에 알렸으나, 관계기관은 이에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붕괴의 위험을 경고 받은 시간과 붕괴 시작 시점간의 시차인 45분은 누가 봐도 대피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될 수는 없었다. 늦장 대응이 빚은 참사였다. 

 

 

 

래드 플래그 제4법칙: 간과하기 쉬운 ‘작은 점’의 법칙

-아무리 무시할 만한 작은 구멍일지라도 이를 방치하면 종국에는 거대한 댐도 붕괴시켜 버리고 만다. 우리가 속한 기업 내에도 티턴 댐에서처럼 조그마한 누수 구멍은 어디서건 발견될 수 있다. 비록 처음엔 작은 반점에 불과하지만, 이 같은 래드 플래그는 끝내 조직을 붕괴시킬 위험 인자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 불만 사항이나 제품의 사소한 결함 같은 것들은 기업의 생존 여부를 사전에 감지케 하는 징후들이다. 요는 이 같은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소하지 않고는 징후 자체를 없애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작은 문제를 무시할 때 조직이란 댐은 한 순간 무너져 내린다. 혜성같이 등장했다가 사라진 지난 30년간의 한국 기업사를 살펴보면 이 점은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징후 예측과 위험 발생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들 >

 -고객 또는 협력사로부터 잦은 불만이 접수된다. 콜센터나 직원들에게 불만은 쌓이는데도 불구하고 이는 무시되거나, 조치되지도 않는다. 상부에서도 이에 대해 모르거나,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만일 여러분의 조직이 이런 상태에 녛여 있다면 이는 거대한 댐(사업기반) 붕괴를 가져올 잠재요인이 표면화될 시점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는 그 어떤 것보다 즉각적인 대응을 취하라. 차일피일 밀어두거나, 외면하려 든다면, 사업기반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 것이다.


 -직원들이 생산 라인에서의 사소한 프로세스상의 문제, 제품의 사소한 하자, 원재료의 사소한 저품질 요인, 유통과정상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사소한 지연 등 극히 작은 문제들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어떻게 될까? 또한 이런 사소한 문제에 대해 그 회사 경영층이나 관리자가 무관심하다면 그 기업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회사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원대한 것만이 아닌, 극히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미세관리능력을 키워라. 작은 것의 차이가 존폐와 생멸, 흥망과 성쇠를 결정한다는 것을 알고 작은 래드 플래그에 주목하자.


 -별다른 의욕 없이 습관처럼 회사에 출근하고, 자기 개선에의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 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잘못된 습관에 길들여지고 그로 인해 점차 건강도 잃고 경쟁력을 상실한다면, 회사로서도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격렬한 도전의 댐을 막지 못해 붕괴되어 버리고 마는 직원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자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 기초부터 차근히 점검해 보자.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한다는 각오로 자신의 무시할만한 작은 구멍을 찾아내 이를 단단히 메꾸고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내자. 그것이 변화의 시기에 노도와 같이 몰려오는 거대한 세계화의 압력을 지켜내는 내성이라는 점을 누구나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참고자료>

Donald Hyndman, David Hyndman, 『자연재해와 재난』,  시그마프레스, 2006.

Lessons from the Failure of the Teton Dam, Proceedings of the 3rd. ASCE Forensics 

  Congress」, October 19 - 21, 2003, San Diego, California.

국내 대부분 댐 가능최대강우량(PmP) 대비시 붕괴위험」, 『건설교통부 국정감사

  자료』, 2004.10.5.

 박연직, 소양강댐 보조여수로 터널붕괴는 인재」, 『세계일보』, 2006,10,16.

 박래부 칼럼, 그립고 처연한 동강」, 『한국일보』, 2006.7.25.

 <Web References>

 U.S. Bureau of Reclamation, dam web site http://www.pn.usbr.gov/dams/Teton.shtml

 “The Failure of Teton Dam,” U.S. Bureau of Reclamation, News Release (online)   

   available 6/5/2001 (2001). <http://www.pn.usbr.gov/news/01new/dcoped.html>

 “Teton Dam Failure”(2002).  

   <http://www.geol.ucsb.edu/~arthur/Teton%20Dam/welcome_dam.html>

 “Teton Dam Flood.” (2002). <http://www.ida.net/users/elaine/idgenweb/flood.htm>

   (Dec. 23, 2002) - Survivor's account

  Da미터age downstream http://www.lib.utah.edu/spc/photo/p211/p211.html

  Slide presentation http://www.xgiguy.com/Teton%20Dam%20Failure_files/frame.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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