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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경영/누르하치: 글로벌 CEO

중국대륙을 M&A한 청태조 누르하치의 경영 비결

by 전경일 2010. 4. 6.

겨레의 숨결이 스며있는 광활한 만주는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다. 불과 1천 여 년 전에는 ‘천하 경영’을 앞세운 광대한 제국, 고구려가 역사의 중심으로 우뚝 솟았고, 그 후로는 불운한 조국, 발해가 이 땅에서 명멸해 갔다.

빈 땅엔 풀씨가 날아들 듯, 그 후로 이 땅은 영원히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오랜 시간 중국의 압제를 받아 온 여진족이 초원의 잡초처럼 무성하게 일어났다. 금(金)에 이어 두 번째로 세운 나라가 청(淸)이다. 여진족의 청은 서쪽으로는 부패할 대로 부패한 명(明)과 맞닿아 있었고, 동남쪽으로는 임진왜란으로 피폐된 조선 사이에 가로놓여 있었다. 청을 세운 이들 여진족은 강대국 틈바구니 숨어 보이지 않게 힘을 축적해 나갔다.

기나긴 굴욕의 세월 끝에 그들은 드디어 창업에 성공하게 된다. 초원의 바람만큼이나 거센 야생성과 쉼 없이 뻗어 나가는 정복을 통한 글로벌 정신으로 그들은 마침내 중국 대륙의 지배자로 군림하게 된다. 자신의 몸집보다 20여 배 내나 더 큰 강대국인 중국의 인수 합병전(M&A)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의 화신인 누르하치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엄청난 일을 해낸 누르하치라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주지하다시피 단지 13명의 기병으로 일어나 중원의 지배자가 된 이 여진족의 작은 부족장은 결코 시대를 타고난 영웅이 아니었다. 오히려 대단히 감성적이고 여린 마음을 가진 보통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나간 과거의 역사에서 교훈과 경험을 뽑아내 현실에 적용할 줄 알았던 탁월한 경영자였다. 그 점에서 난세를 이용할 줄 아는 전략가요, 정치가이며, 뛰어난 사업가였다. 냉혹한 현실 정치의 장에서 수많은 난국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굴복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힘을 얻었다. 거침없는 야망, 웅대한 포부, 풍부한 지략과 미래에 대한 투철한 믿음은 그를 도운 많은 장수들과 묵묵히 따라준 군사들의 힘을 얻어 결국 중원을 평정하게 한다. 요즘 기업 용어로 얘기하자면 적대적 M&A를 통해 한족(漢族)의 명나라 경영층을 완전히 갈아 치워 버리게 되는 것이다.

미약한 세력과 척박한 지리 조건에도 불구하고 때를 기다리고(天時), 사람을 다스릴(人和) 줄 알았던 누르하치는 슬기로운 경영자였다. 그로인해 몇 안되는 민족의 중국 대역사가 완수되었던 것이다. 이 무렵, 누르하치가 대륙 정벌을 위해 활용한 다양한 전략 및 전술은 오늘날 역사 현장과 경영 일선에서 충분히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중원의 주인이 계속 바뀌어 온 중국 역사를 되짚어 보건대, 여진족의 청은 분명 가장 가까운 중국의 민족 통치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같은 차원에서 중국 대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주인을 계속 바뀌어 온 것이며, 그런 까닭에 단기필마로 창업해 웅장한 뜻을 이뤄낸 누르하치는 오늘날의 역사와 경영의 교훈으로써 유효한 것이다.

그 오랑캐식 경영의 진수, 누르하치에게서 글로벌 시대 무한경쟁에 살아 남기 위한 야생의 경영을 배워 봄은 어떤가?  만주족의 흥기는 강자의 틈바구니에서 창업-수성-도약에 성공하기까지의 국가경영의 진수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전경일, <글로벌 CEO 누르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