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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강의/세종 | 창조의 CEO

조선시대 국왕의 국가 지분은 몇 퍼센트?

by 전경일 2009. 2. 3.

 

어느 자리에선가 조선 시대 국왕을 한 기업의 오너 내지 CEO로 가정하고 질문한 적이 있다. 국왕이 소유하고 있던 국가 지분은 대략 몇 퍼센트나 되었을까? 대부분 100%라고 대답했다. 생사여탈권까지 쥐고 있던 만인지상의 군주라! 당연히 그럴 법 하다. 하지만 절대 권력을 쥐었던 그들의 지분을 물은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실제로는 100%를 소유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내 생각엔 51%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나머지 49%는 왕 이외의 집단, 즉 관료들이 나누어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 왕이 준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신들의 몫을 챙긴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그들 또한 그만한 공을 세워 공신이 되었을 테고, 국가 경영에 있어 나름대로 리스크를 짊어지고 기여를 했기 때문. 응당 일정 지분을 나누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다만, 왕의 51% 지분이 알토란이 왕 개인과 가족 및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소유라면, 신하들의 지분은 수없이 쪼개져 있었던 것. 다만 왕은 50+1%의 유리한 입장에 있었을 것은 자명하다. 그 1%는 가장 많이 창업의 리스크를 진 대가로 굳힌 결정적 지분으로 보면 된다. 게다가 많은 경우엔 왕이 관료들의 49% 지분도 우호지분 성격으로 관리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관료들이 항시 우호적이었거나, 왕의 51% 지분이 국사에 대한 의사결정 및 국가소유에 있어 완전한 지배력을 가진 걸 의미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이걸 알기 위해서는 왕이 소유한 51% 지분의 성격을 살펴보면 된다. 그 지분은 사실상 몇 퍼센트인가는 중요치 않다. 왕의 지분은 철저하게 신하들과 백성들의 지지를 받을 때에만 유효했기 때문. 훗날 연산군 같은 임금은 바로 그 때문에 국가경영권을 상실한 경우.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세종대왕은 오래 전,『용비어천가』에 실로 놀라운 장치를 마련했다. 왕도 팽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 지분 여하와 상관없이 말이다. 그것이『용비어천가』의 맨 마지막장인 125장의 내용이다. 이 장에서 세종대왕은 국가 경영에 대해 신하들의 지분을 인정하고 자신이 CEO로서 국가 경영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질 것에 동의한다. 그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후대 CEO들도 책임져야 하는 합의적 성격을 띤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125장의 내용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왕도 정치적 사냥감이 될 수 있다는 것. 경영을 잘못했을 때에 한해서다. 신하들은 왕에 충성을 다짐하지만, 만일 국가 경영자가 잘못할 경우엔 왕도 쫓아낼 수 있다는 신하들의 요구 조건을 세종이 암묵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면 된다.

 

이런 장치는 바로 국가 CEO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경영 성과를 요구한 것. 동시에, 국가 CEO의 힘도 항시 견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이런 예는 아주 오래 전 고대의 왕들에게서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만일 가물거나, 역병이 돌거나, 국가적 재앙이 몰아닥치면 그것조차 왕이 책임지는 것으로도 나타나기도 했다.

 

전제 왕권 시대였지만 책임과 권한 면에서 국가 CEO와 신하들간의 팽팽한 균형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오늘날 경영에서도 충분히 되새겨 들을 만한 내용이다. 결국 실패한 CEO의 지분은 별 의미 없다는 것이다. 국가 경영상 이런 균형감과 책임 의식을 취했던 세종에게서 배우는 솔선수범 형의 이러한 교훈은 요즘 경영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 전경일,<창조의 CEO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