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경영/광개토태왕: 대륙을 경영하다

백두산 가는 길

by 전경일 2010. 6. 22.
얼마전 신문을 보니까 백두산이 4~5년내 다시 분출할 거라는 예측이 있었다.

백두산에 다녀온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그 소식을 접해 들은 느낌이 자못 가슴 두근거리게 했다.

백두산! 민족의 영산이자 한반도의 등뼈를 이루는 모든 산맥들의 시원 - 그 산에 올랐다.

산은 - 심경호가 역어 낸 <산문기행-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에 나오는 뭇 선인들의 글처럼 웅장하고, 가슴 설레게 하며, 벅차오름으로 나를 맞았다. 홍세태가 그러했을 것이며, 서명응이 그러했을 것이다. 특히 서명응(徐命膺)의 <백두산 유람기遊白頭山記>에는 "백두산은 우리나라의 진산으로 아래 백성들이 우러러봅니다 "라는 역자가 뽑은 제목처럼, 나를 흥분시키고, 울음 터지게 만들었다. 나는 이 조국, 한반도 떵덩이에 탯줄을 묻은 자식이자, 아들 아니던가!

그 산을 오르며, 동파, 남파가 아닌, 서파, 북파로 밖에 오르지 못하는 한을 달랬다. 우리는 중국 길을 디뎌 서파로 올랐다.

싱겁긴! 여행이란, 너무 오래 차를 타면, 영혼을 울리는 감격을 경험하기란 어렵다. 버스에서 내려 산정까지 대략 30여분이면 끝나는 여정이 내가 그리 바라오던 서파길이었던가. 그럼에도 그 초입에서부터 나는 이미 그 위용에 나는 백두와 한 몸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산 속에 내가 있으며, 내가 나로써 나를 일으켜 세운다면 내 안에 백두를 집어 넣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자작나무 숲을 지나, 산 구비를 넘었다. 나는 산에 올라 산을 키웠고, 산은 나를 받아, 나를 다시 키워냈다. 남녀간의 뜨거운 입맞춤처럼 서로의 호응이 있었다. 저 태초의 산을 바라볼 때 내게는 울부짖음이 있었다.

운무 가득한 천지를 바라보며, 나는 태왕비의 한 구절을 무심결에 소리질렀다. "
‘천제지자(天帝之子), 황천지자(皇天之子), 일월지자(日月之子)’ 가 여기 왔다. 나를 위해 문을 열어라!"
운무가 가시는 듯 했다.

이 외침은 오래 전 내가 쓴 <광개토태왕 대륙을 경영하다>에 나오는 태왕비문의 한 구절이다. 비문엔,
추모왕이 염리대수에 이르러 “나는 황천의 아들이고, 어머니는 하백녀인, 추모왕이다. 나를 위해 갈대를 엮고, 거북은 떠 올라라.”라고 명한 대목이 나온다. 이 풍광을 보고 어찌 호연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추억을 되새기며, 여기 구구절절한 설명은 략하고, 이번엔 대략 사진만 올린다. 길손들은 백두에 오른듯 즐감하시라.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