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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보기고

작은 아이디어를 소중히 하면

by 전경일 2010. 7. 20.

겨우내 내린 눈이 샘이 되어 내를 이루고, 내가 다시 강이 되어 바다의 일부가 되는 것은 우리가 지닌 작은 아이디어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짐작케 한다. 아무리 장대한 기업도 그 기업이 지닌 경쟁력을 살펴보면 몇몇 핵심 되는 작은 아이디어와 그것을 밑받침하는 기술, 실행력을 지니고 있고, 그것이 기업의 원천 경쟁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기업사를 살펴보면 쌀장수를 한 가게 중 2개 회사가 60년 내 그룹이 되었고, 치약장수를 하던 회사가 그룹이 되었다. 일제가 남기고 간 적산(敵産)을 인수해 사세를 키운 끝에 50년 만에 우리나라 최대의 보험회사를 그룹사로 편입시키기도 했다. 모두들 작은 것에서 출발해 대기업 군으로 발전한 경우다.

기업이든 개인의 발전사는 이처럼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거대한 경영의 바다에 이르는 과정과 같다. 오늘날처럼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창업이 보다 수월해지고, 확산 속도가 광범위하게 빨라지며, 많은 인터넷 기반 기업들이 작은 아이디어를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 것을 보면 ‘작은 생각은 결코 작지 않다.’는 교훈을 떠올리게 된다. 네이버는 ‘원하는 지식을 찾아주겠다.’는 작은 아이디어로 인터넷 기업의 판도의 바꾸었고, 구글은 ‘뭐든 다 찾아 주겠다.’는 생각으로 가장 영향력 큰 인터넷 기업이 되었다. 국내 시장만 하더라도 인터넷 관련 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10조 이상을 이루고 있다. 작은 아이디어의 힘이 결코 작지 않은 이유다.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이를 발굴해 내고자 하나 의도처럼 잘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 직원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이끌어 내는 조직 운영상의 원리가 숨겨져 있다.《공짜 아이디어(Ideas are Free)》의 공동 저자인 슈레더 와 로빈슨 교수는 직원들이 지닌 아이디어를 키우는 조직적 노력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잘 지적해 주고 있다.

“대부분의 경영진들은 대개 까다로운 경영이론에서 (경쟁력을) 찾으려고 고심하거나, MBA 수업에서 들은 최신 경향을 따르는 식으로 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자기 직원들에게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큰 계획 구상에만 몰두하는 경영진은 오히려 직원들의 창의력을 활용하지 못해 사업을 키울 기회조차 잃게 된다.”

“경영진들은 항상 양복을 입고 코너쪽 사무실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산업 전선에 서 있는 직원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사업에 대한 큰 구상을 내놓는 것이 경영진의 몫일 순 있지만, 그 구상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되게 하는 것은 바로 직원들이 내놓는 작은 아이디어들이다.”

하나의 아이디어는 다른 파생 아이디어를 불러오고 그 아이디어는 서로 연계돼 현재의 문제를 푸는 열쇠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작은 아이디어를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잘 거두기만 하면, 그것은 천하를 불사를 거대한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디테일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크고 작은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체를 움직이게 하는 작은 아이디어(혹은 기술력)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할 때 기업에는 누구도 모방하기 어려운 경쟁력이 생겨난다.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자사 차의 슬로건으로 다양한 술어들을 수식어로 붙이지만, 가장 간결하게 ‘럭셔리 카‘로 포지셔닝 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는 3만여 개에 달하는 부품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벤츠 자동차의 경쟁력은 차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부품들의 결합에 있다. 이런 작은 경쟁력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세부적인 요소들을 개선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다보니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도 없다. 큰 아이디어는 쉽게 따라 할 수 있지만, 작은 아이디어는 찾아내기도 어렵고, 모방하기도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취득한 아이디어의 놀라운 힘은 제품과 상품에 그대로 반영된다. 아무리 엉뚱해 보이는 아이디어라고 할지라도 세상에 나쁜 아이디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면에서는 그 ‘나쁜’ 아이디어가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곤 한다.

주변의 사람들이 가진 아이디어는 쉽게 간과되거나,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그들이 지닌 창조적 사고는 지금은 형편없고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그들이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기 일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잘 드러내준다. 그들의 생각에 찬물을 끼얹으면 조직에는 서서히 암흑의 중세가 찾아온다.

사람은 어떤 경우든 다른 사람을 향상시킬 의무가 있고, 다른 사람을 향상시킴으로서 스스로 향상되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상호 향상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주변 사람들의 열정을 북돋워 주는 것이다. 작은 생각을 무시하면, 큰 생각을 얻기 곤란해 진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작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세상사의 모든 것이 실은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 자세에 달려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모든 성취에는 자신만의 깊은 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행복한 동행>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초영역 인재》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