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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통섭과 초영역인재

붙.꿰.엮의 인재를 아시나요?

by 전경일 2011. 1. 24.

칼럼 제목이 범상치 않은가? 그보다는 생경하고, 낮 설고, 이상하기조차 할 것이다. ‘붙.꿰.엮의 인재관’이라? 이게 뭐길래 대문짝만하게 칼럼의 타이틀로 뽑는 것일까? 정답을 말하기에 앞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2008년, 그러니까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경제 위기 이후 월가의 채용 풍속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 줄 아는가? 아마 국내 내노라하는 기업 인사담당자라도 쉽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지도를 보시라. 무엇이 달라 보이는가?

정답은 기후다. 온난화 이슈다. 미 남부 텍사스 지역의 사막화 현상이 1990년 대비 16년 지난 2006년에는 위로 상당히 진행돼 올라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것과 월가의 채용 트랜드와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관련 깊다. 지금 한반도의 일기가 특이한 변모 양상을 보이듯이 세계는 인류사상 초유의 기후 변화 앞에서 전 세계 경제 시스템이 바뀌고, 그에 따라 잡(job)환경도 크게 바뀌고 있다.

경영학을 전공한 학생이 과거처럼 전공-부전공 개념이 아닌, 복수전공, 나아가 복복수 전공으로 학습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기후는 월가의 주요 금융 상품인 선물(先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이기에 과거 전문가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기만 했던 지식을 이제는 금융 전문가에게도 요구하고 있고, 그것이 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 제너럴리스트에서 스페셜리스트로, 다시 프로페셔널리스트로 인재관이 전변하다 세계경제위기 직후부터는 영역을 뛰어 넘어 새로운 가치를 이뤄내는 창조적 인재상으로 통섭형 인재(versatilist)를 찾고 있다. 하나만 알아서는 안되며 상호 유기적인 관련성을 찾아내는 게 기업 생존과 번영의 유일한 대안이 되는 시대라는 것. 생존을 이끌 인재상으로 통섭형 인재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 미국의 MIT 등 각 대학들이 서둘러 학제간 연구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대학에서 훈련된 인재들이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우리 대학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대학이 문제가 아닌, 기업이 인재상에 대해 구태의연한 사고를 여전히 하고 있다. 마치 글로벌 경쟁을 도외시한 학문적-인재관적 쇄국주의를 보는 것 같다.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들은 창조적 사고로 성장의 축을 찾고자 남다른 생각과 지식을 지닌 인재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당연히 대학에서 그 같은 인재들이 무한 공급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많은 분야에서 기업들은 더 이상 벤치마크 대상이 없어졌는데, 총포괄주의(wholism)적 사고를 하고 있지 못하다. 상호 붙이고, 꿰고, 엮음으로써 새로움 탄생시키려는 시도들이 두드러진 트랜드로 자리잡기엔 아직 이른 느낌이다.

세계 휴대폰을 이끈 삼성은 어제까지만 해도 시장점유율 1위인 노키아를 이기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PC 제조사인 애플과 인터넷 검색회사인 구글이 뛰어든다. 이들이 이런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붙.꿰.엮’의 인재들을 뽑아 들이고, 그런 인재를 키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닫힌 국내 시장에서의 지위가 종이 위의 물처럼 곧 말라 버릴 것을 안다면, 기업들은 아무래도 사람에 대한 시각을 전면 재조정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것이 미래의 생존 조건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직원들을 변화한 환경에 맞게 훈련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해법은 간단하지만, 만만치 않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공부하시라. 그는 그림을 과학과 수학으로 해석하고 발전시킨 유일한 예술가였다. 미켈란제로를 공부하시라. 그는 카라라의 대리석 산에 올라 채석공들이 캐내는 돌을 바라보며 그 속에 잠자고 있는 조각품을 꺼내는 것을 자신의 직무로 감지한 통찰가였다. 세종대왕을 공부하시라. 그는 우리만의 농법을 최초로 데이터 마이닝해 새롭게 분석하고 해석해 냄으로써 먹을거리 이상으로 조선의 경제 시스템을 창조적으로 혁신해 낸 창조자이다. 제주 해녀를 공부하시라. 그들은 오랜 물질을 통해 뭍의 사람들에겐 눈이 보이는 바다가 바다일 뿐이지만, 바다 밑의 무수한 지형도와 생태계, 그리고 생산 프로세스 등을 가장 과학적이고 친환경적으로 개발해 온 사람들이다. 전통가옥의 목수들에게서 배워라. 그들은 못하나 박지 않고도 나무와 나무가 서로 붙고, 꿰어지며, 엮이는 원리로 새로운 건축 유니버스를 만들어 냈다. 이 모든 것이 무한한 인문적 토양에서 나왔다.

불과 200년밖에 안된 경영과학(경영학이라고 부르는)을 통해 지금까지 기업을 이끌어오고, 사람을 뽑고, 직원을 훈련시켜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툴(tool)중심의 방법론은 이제 완전히 변혁되어야 한다. 모든 효용성 중심의 사고는 낡은 패러다임일 뿐이다. 이제는 창조적 혁신가로 모든 직원들을 새롭게 창의와 영감이 번뜩이는 예술가 집단으로 바꾸어야만 한다. 세계적인 상품 디자인 회사 IDEO가 그렇고, 펜타곤의 국방시스템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구글어스가 그렇고, 등산복에서 치아 보강재 시장까지 집어 삼키는 ‘고어와 동료들’이란 재미난 이름의 회사가 그렇다. 인재전략은
바로 여기에 있다.



두 사진을 유심히 보라. 메사두와 천수천안의 관세음보살상이다. 무엇이 느껴지는가? 메사누 머리의 뱀은 지혜다. 생식성의 상실을 뜻하는 ‘거세’라구? 프로이트는 그래서 틀렸다. 탱화일 뿐이라구? 천개의 눈과 손으로 운명조차 좌우하는 지혜를 뜻한다. 직원 교육, 이제부터라도 창조의 샘인 인문에서 찾아라. 신화나 예술이 바로 기업을 키우는 원천 지혜다. 거기서 통찰과 혜안과 창조성을 얻는 게 창조적 직원을 키워내는 대안이다. 한번 해보시겠는가?

ⓒ전경일, 카인즈교육그룹, 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초영역 인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