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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해녀처럼 경영하라

해녀처럼 경영하라

by 전경일 2011. 1. 27.

바다의 경영자 해녀에게 배우는 지혜
인문경영연구소장 전경일씨 '해녀처럼 경영하라' 펴내
거친 물속을 꿰뚫는 개척·도전정신 경영에 확산 강조


입력날짜 : 2011. 01.27. 00:00:00

뼈 시린 겨울바다도 마다않고 물속을 숨가쁘게 들락거리며 희망을 퍼올리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이름은 바로 '제주해녀'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천길 물속을 훤히 꿰뚫으며 거친 바다밭을 일구는 해녀의 삶은 역사적으로 모질고 험난했다. 농사지을 땅이 넉넉지 않은 척박한 삶의 조건은 그녀들을 바다로 뛰어들게 했다. 평생에 걸친 물질은 뿌리를 힘껏 박은 미역처럼 흔들려도 뽑히지 않는 질긴 삶이었다.

하지만 제주해녀들이 선천적으로 잠수기술을 갖고 태어나는 건 아니다. 낮은 물에서 놀이반 물질반으로 바다에 적응하던 소녀들이 열 살정도가 되면 자기 키만한 깊이의 '애기바당'에서 숨을 참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법을 터득한다. 이들의 멘토는 평생 물질을 업으로 안고 살아온 어머니, 할머니다.

인문경영연구소 소장인 전경일이 펴낸 '해녀처럼 경영하라'는 바닷속 경영환경을 손금보듯 꿰뚫어보는 1인 기업인으로 자식농사를 짓고 가정경제를 일궈냈던 제주해녀에게 배우는 지혜와 경영교훈에 관한 이야기다.

'바다의 경영자 해녀에게 배우는 경영지혜'라는 부제를 단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됐다. '바다는 가장 정직한 사업 환경', '먼 바다에서 펼쳐지는 '난바르' 경영', '인간미 물씬 풍기는 상생·협업체', '역사속의 해녀, 고난 극복기' 등 모두 48가지 주제로 엮어간다. 그리고 거친 물살을 헤치고, 삶을 개척하는 해녀들의 강인함, 도전정신, 혁신마인드를 어떻게 21세기 경영 전반에 확산시킬 것인가를 탐색한다.

거듭된 물질 훈련을 통해 준비된 해녀들은 역량에 따라 하군, 중군, 상군으로 구분돼 능력주의 원칙이 적용된다. 하지만 친환경적 사업환경을 위해 다양한 협력관계를 만들고 뜨거운 동료애로 인간미 넘치는 공동체를 일궈냈다.

해녀를 '모두가 참여하고 결정하는 소통의 달인들'이라고 밝힌 저자는 '불턱'을 아름다운 공동체의 장이자 오늘날 일하기 좋은 직장의 개념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바다와 삶의 지식을 쌓아가는 불턱에선 모든 주제의 대화가 집결되고 자연스럽게 토론에 붙여졌다. 불턱 대화는 왜 쉽게 합의에 이를까? 저자는 그 이유를 공유와 공감이 우선되는 해녀사회의 의사결정 방식에서 찾았다. 그러면서 "기업이 원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상당부분 공유절차가 생략된 결과 중시인 경우가 많다"며 "소통 난망의 기업경영을 해녀들의 공감, 가치중심의 소통방식에서 배워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목숨을 걸고 하는 해녀들의 물질을 보노라면 물에서의 삶보다 더 쉽게 흔들리는 뭍의 삶을 사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하다. 그들의 삶에 대한 끈질긴 분투야말로 가장 든든한 사업 밑천임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고 적었다. 다빈치북스. 1만2000원.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출처: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