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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통섭과 초영역인재

세상을 멋지게 만드는 황금비율

by 전경일 2011. 2. 7.

글을 쓰는 나는 새로운 소재감을 다양한 분야에서 얻곤 한다. 요즘 내가 흠뻑 빠져 지내는 게 야생초나 잡초와 같은 풀들인데, 얼마 전 이 분야의 베테랑 작가인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쓴 글을 읽게 됐다. 나의 눈을 확 휘어잡은 것은 망초라는 북아메리카에서 들어온 귀화식물이었다. 이 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개의 법칙이 잎 사이를 벌려 나가는 ‘잎차례’에 엄연히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법칙이란, ‘피보니치 수열’이 만들어내는 ‘심퍼-브라운의 법칙’이다.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배운 간단한 수학 지식을 한번 테스트 해 보자.

1, 2, 3, 5, 8, 13...으로 이어지는 숫자들의 공통점은?

바로 앞의 숫자를 더해 나가는 수열이다. 요는 이 수열이 식물들이 ‘잎차례’를 바꿔 나가는 게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식물은 왜 이 같은 수학적 법칙에 따라 잎을 배치할까?

식물이 햇빛을 골고루 더 많이 받기 위해 모든 잎들이 이 법칙을 본능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주장으로는 줄기의 특정 부위에만 잎이 달라붙는 게 아니라 잎을 균형 있게 배치함으로써 전체 줄기의 안정성을 얻으려는 목적 때문이다. 잎이 일정한 비율로 돌아가며 줄기에 붙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잎차례를 1/2, 1/3, 2/5, 3/8, 5/13, 8/21... 계속 이렇게 이어가면, 궁극적으로는 황금비(1.61764...)에 이르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연계에서 마음의 안식과 평화와 미적 아름다움 같은 것을 발견할 때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곤 하는데, 거기에는 이 같은 놀라운 황금비율이 숨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 황금비율을 알게 된 것일까? 황금비율은 고대 그리스의 히파수스(Hippasos)가 정오각형의 대각선과 한 변이 자연수의 비로 나타낼 수 없는 특별한(즉, 황금비율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 모습을 처음으로 드러냈다고 한다. 이미 고대 시대부터 선분을 일정한 기하학적 비율로 나누면 ‘황금비율’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황금비가 다양한 미적 표현에 쓰이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말 그대로 보편적인 미적 감각에 맞기 때문에 처음 발견되고 난 뒤 즐겨 사용되어온 것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신의 손길’ 덕분에 자연 곳곳에서 아름다운 자태로 숨어 있다가 시시각각 발견된 것일까? 그것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사람은 본성적으로 이 ‘신성한’ 비율을 사용한 작품에 끌리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황금비율은 예술분야는 물론, 고대 이래로 세포, 원자, 분자, 쿼크 등 아주 미세한 분야에서부터 태양계, 은하, 우주를 망라하는 광대한 대상에 이르기까지 적용되어 왔다. 미학적인 매력 때문이 아니더라도 오늘날 황금비는 수학의 다양한 분야 이외에도 건축, 예술, 생물학 등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구현되고 있다. 16세기 초, 베니치아 출신 루카 파치올리(Luca Pacioli)는 황금비율에 ‘신성한 비율(divina proportio)'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신이 느끼는 크나큰 경외심을 나타내기 위해 명명한 것이었다.

이 같은 황금비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명한 걸작 <수태고지>에서도,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 배치나, 심지어는 국화와 같은 꽃의 배열에서도 나타난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파인애플의 잎 배열에서도 드러난다. 누가 보기에도 파인애플의 잎 배열은 가지런하지 않다. 울퉁불퉁, 삐뚤빼뚤하면서도 놀랍게도 질서정연하고, 편하다. 지치지 않고, 눈을 피곤하게 하지도 않는다. 가장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선사해 준다.  

이와 달리 추하고, 눈을 피로하게 하고, 사람들의 성정을 거칠게 하는 것은 인위적인 데 있다. 도심 건물을 뒤덮는 울긋불긋한 간판에서부터, 거친 욕망만 내뱉는 광고판, ‘이게 디자인 이네!’하고 아우성치는 온갖 값싼 물건들에서도 제멋대로 나타난다. 적당하고 아름다운 비율이 부재할 때 우리는 기름종이에 물이 겉돌 듯 아름다움과 동떨어진 세계를 만든다.

기업의 경영도 이와 같다. 현대 경영은 이제서야 ‘영감’이란 종교성 짙은 용어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감성이 지닌 복잡성, 위대함, 심오함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펀(fun) 경영, 고객만족, GWP(Great Work Place)개념 등은 그간 무지했던 감성영역(전체 지식의 80%를 넘어서는)을 멋지게 업 그래이드 해 줄 것으로 믿는다. 그에 따라 우리의 경영지평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상품은 물론, 고객과의 가장 적합한 관계도 황금비율로 볼 수 있고, 노사관계도 적절한 황금비율의 구현이 멋진 직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사업과 신사업간의 균형도 여기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요는 우리 마음에 한껏 아름다움을 집어넣으려는 미적 태도다. 그것만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멋진 곳이 될 수 있다. 자연은 우리가 몰랐거나 외면했던 진실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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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영역 인재》저자.